배우 고(故) 장진영과 젊은 여성의 위암
지난달 전주에서 ‘작지만 아름다운’ 영화제가 열렸다. 전북대와 전북독립영화협회가 영화배우 고(故) 장진영의 3주기를 맞아 그의 영화 세계를 조명하는 자리였다.
영화 ‘국화꽃 향기’와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청연’ 등의 대표작 상영과 함께 장진영을 기리는 아름다운 이야기 마당도 마련됐다.
전주가 고향인 장진영은 생전에 나눔에 관심이 많았다. 위암 투병 중에도 모교인 전주 중앙여고에 장학금을 기탁하는 등 나눔과 봉사를 실천했다. 아버지 장길남(77)씨가 최근 전북대에 1억원의 장학금을 기탁한 것도 이같은 장진영의 뜻을 기리기 위한 것이었다.
장진영은 그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배우의 삶을 살았다. 2001년 ‘소름’으로 청룡영화상과 판타스포르토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데 이어 2003년에도 ‘싱글즈’로 다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받았다. 2006년에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대한민국영화대상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처럼 불꽃같은 연기를 선보였던 장진영이 위암 앞에서는 허무하게 무너졌다. 그는 지난 2009년 9월 팬들에게 “끝까지 사랑해줘서 고맙고 오래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마지막 인사말을 남기고 숨을 거뒀다.
당시 장진영은 37세로 한창 젊은 나이였다. 그는 죽기 1년 전 위암 3기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암 3기의 생존율은 40% 정도지만 최근에는 5년 이상 건강하게 생활하는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위암 3기 수술 후 완쾌 판정을 받은 장노년층 환자들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젊은 여성들은 위암에 매우 취약하다. 우리나라 젊은 여성들은 고령층에 비해 위암의 전이 속도가 빠르고 항암치료가 어려워 생존율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려대 안암병원 위장관외과 박성수 교수팀이 위암 환자 1,299명(1993~2000년, 고대 병원)의 치료과정을 역 추적한 결과, 젊은 여성 위암환자의 93.3%가 다른 조직으로 매우 빠르게 전이되고 항암치료도 어려운 미분화암으로 나타났다. 이는 위암 말기에 해당할 정도로 치명적인 상태다.
40세 이하 젊은 여성환자의 생존율은 51.9%로, 40세 이상 나이든 여성환자의 생존율(56.2%)보다 낮았다. 젊은 남성환자 생존율(62.5%)과 비교하면 더욱 큰 차이가 났다.
박성수 교수는 이같은 간격은 40세를 기준으로 여성호르몬이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은 젊은 여성일수록 위암 전이가 빠르고, 생존율 역시 상대적으로 낮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배우 장진영의 최종 사인도 위암 합병증인 신부전을 동반한 호흡부전이었다.
때문에 젊은 여성환자의 위암 생존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기 진단이 필수다. 위암의 대표적인 증상은 소화불량, 체중감소, 속쓰림 등이다. 하지만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위장약만 먹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체중이 줄자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며 흡족해 하는 환자들도 있다고 한다.
장진영도 평소 속쓰림 등 위암 증상을 보였으나 바쁜 스케쥴 탓에 이를 지나쳤다고 한다.
이처럼 위암은 암인지 모르고 지내다가 전이가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외과 노성훈 교수는 “위암은 다른 소화기 질환과 구분이 어렵기 때문에 2주 이상 속쓰림, 만성적 소화불량 및 복통 등이 지속되면 일단 암을 의심하고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젊은 층에서 위암이 증가하는 추세다. 짜고 절인 음식을 즐기는 데다 찌개 등을 함께 떠먹는 식습관으로 인해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 균은 위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위암 예방을 위해서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먹고 위 점막을 손상시키는 짠 음식을 절제해야 한다. 불에 탄 고기도 주의해야 한다. 또 1~2년에 한번은 위 내시경 등 정밀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장진영은 고통스런 암 치료 과정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고 한다. 영원히 아름다운 배우로 기억되길 원했기 때문이다. 그는 3년전 생전의 영화처럼 ‘국화꽃 향기’가 막 피어오를 때 우리 곁을 떠나갔다. 배려와 나눔에 익숙했던 한 배우의 죽음이 너무나 아쉬운 계절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를 지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