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진실 칼럼] 방사선, 방사성, 방사능
워렌 버핏은 전설적인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미국 최고 갑부 중의 한사람이다. 명문대 출신이었으나 쥐가 나오는 월세 65달러 셋방살이에서 신혼 살림을 시작하였고 처음엔 100달러로 시작한 주식 투자가 자신만의 투자의 원칙을 지켜온 결과 오늘날의 부를 이룰 수 있었다고 하여 더 유명하다.
그의 이름 앞에 붙어 다니는 ‘오마하의 현인’이라는 별명이 암시하듯, 그는 그냥 돈이 많은 부자가 아니라 자신의 투자 철학이 있고 이는 곧 그의 인생 철학과도 이어져서 오늘날의 그를 만들었다.
현재 82세인 그가 최근에 암 진단을 받았다. 전립선 암 1기. 최고의 갑부가 받는 암치료는 어떤 것인지 다들 궁금해 했다. 언론을 통한 그의 치료소식은 매우 간결하였다.
“워렌 버핏이 전립선암 진단을 받고 방사선 치료를 시작하였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서 현지시간 9월 14일, 그가 방사선 치료를 끝냈다는 외신을 접할 수 있었다. 워렌 버핏은 전립선암 1기의 표준 치료법인 방사선 치료를 약 8주간에 걸쳐 받았던 것이다.
방사선은 에너지를 가진 빛과도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퀴리 부인이 라듐에서 발견한 방사선처럼 자연적으로 동위원소에서 발생하는 것도 있고 뢴트겐 박사가 진공관 실험을 하다가 발견한, 뭔지 잘 모르지만 투과성이 좋은 빛이라고 해서 ‘X-선’이라고 이름 붙인, 인공적으로 만들어 지는 것도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태양에서 오는 가시 광선, 자외선, 적외선, 통신 수단에 기본적으로 쓰이는 라디오파, 전자레인지에 이용되는 마이크로파... 이런 것 모두가 방사선 범주에 들어 간다.
그런데 지닌 성질에 따라 원자에서 전자를 튕겨져 나가게 하는 능력이 있는 (다른 말로 전리 작용이 있는) 방사선을 전문 용어로 ‘전리 방사선’이라고 한다. 이들은 암을 치료하거나, 생물체에 이런 저런 영향을 초래하는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방사선이 바로 이것이다. 나머지 전리작용이 없는 방사선들은 생물체에 대한 작용이 미미하다.
방사성은 방사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성질을 말한다. 앞서 말한 동위원소의 정확한 표현은 방사성 동위원소가 맞다. 그럼 방사능은 무엇일까? 방사선을 내는 능력으로 생각하면 쉽다. 즉 방사성 동위원소는 방사능(을 가진) 물질이며 여기서 나오는 것이 방사선이다.
방사선 치료는 말 그대로 방사선을 이용한 암치료 방법이다. 선형 가속기라는 기계에서 인공적으로 방사선을 만들어 내어 이를 환부에만 정확하게 쬐어서 암을 치료한다. 또는 방사능을 가진 방사선 동위원소를 수 밀리미터 정도로 작게 제작하여 이를 환부에 삽입하면 동위원소에서 발생되는 방사선이 환부 가까이에만 투여되어 암을 치료하는 방법도 있다.
방사선을 이용한 암치료법은 국소 치료효과가 매우 뛰어나다. 대개의 경우 암을 수술로 제거하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암수술은 암덩어리만 떼어내는 것이 아니라 암이 퍼져나가는 그 주변 조직을 충분히 절제해내야 한다. 이로 인해 수술 후에 여러 종류의 신체 장애가 발생하게 된다. 전립선 암도 초기 단계에는 수술로 완치가 가능하지만 역시 신체 장애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 수술 후에 배뇨 장애, 성기능장애 등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방사선 치료 후에도 이런 종류의 부작용이 올 수는 있지만 그 빈도는 수술의 경우보다 낮다. 전립선암이 매우 흔한 구미에서 대부분의 환자들이 수술보다는 방사선 치료를 선택하는 것도 신체 기능을 보존하면서 동일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