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송은이의 기면증이 위험한 이유
개그우먼 송은이는 작달막한 키(1m54, 49kg)에 귀여운 외모가 인상적이다. MC로도 활약중인 그는 올해 우리 나이로 40세다. 개그계의 대표적인 올드미스인 그는 최근 “50세 이전에 시집가고 싶다”며 ‘결혼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송은이는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졸업 직후인 1993년 연예계에 데뷔했다. 그의 대학 동기 중에는 유재석 이휘재 신동엽 안재욱 김명민 등 쟁쟁한 스타들이 많다. 특히 유재석과는 무명시절을 함께 보내며 각별한 우정을 쌓았다고 한다.
그가 유난히 부침이 심한 연예계에서 20년 동안 버티고 있는 것은 철저한 자기관리 덕분이라고 한다. 예능 프로그램 ‘무한걸스’에서 보듯 주변을 챙기는 리더십과 친화력이 뛰어나다.
그런 송은이가 최근 한 방송 프로에 나와 기면증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사연을 공개했다. 그는 “라디오 생방송 중 갑자기 잠에 빠져 들었다. 파트너인 개그우먼 신봉선이 진땀을 뺐다고 한다. 5분만에 정신을 되찾았지만 결국 사과 멘트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자칫하면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 했던 경험도 얘기했다. 송은이는 “직접 차를 몰고 집에 왔는데 운전 과정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운전대를 잡은 순간부터 최면에 걸린 듯 몽롱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방안에 누워있었다. 심지어 주차까지 했는데 전혀 기억에 없었다”고 아찔했던 상황을 회상했다.
송은이는 그날 이후 조금만 피곤해도 운전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몽유병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좀 심각하다”면서 “주변 사람 몇명은 알고 있는데 혼자 있을 땐 특히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면증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잠에 빠져드는 ‘낮졸림증’으로 일종의 수면질환이다. 밤에 충분히 잠을 잤어도 낮에 일이나 운전 등을 하다가 갑자기 극심한 졸음이 밀려와 잠을 자게되는 수면장애로 2000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 기면증의 원인은 신체감각을 조절하는 뇌단백질인 히포크레틴 결핍으로 알려져 있다.
증세가 심한 사람은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 국방부는 지난 2010년 기면증으로 1개월 이상 입원했거나 1년 이상 치료를 받아도 증상이 계속되면 병역을 면제해주는 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약을 먹으면 증상은 완화되지만 이를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졸음운전 등 사고를 유발, 환자는 물론 주변 사람들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실제로 2010년 한국도로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년 간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중 31%가 졸음운전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면증은 완치가 어렵지만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완화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밤에 잠을 충분히 잤는데도 낮에 극심한 졸음이 계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면증을 단순 졸음으로 여기고 치료에 소극적이라는 데 있다. 기면증을 방치할 경우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데도 그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송은이의 고백은 시청률이 높은 예능프로에서 기면증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의 방송 출연 후 ‘송은이 기면증’이 한동안 포털 검색어 상위 순번에 랭크될만큼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조금만 피곤해도 운전하지 않는다”는 자기만의 ‘질환 관리법’도 인상적이었다. 기면증의 위험성을 적절한 사례와 함께 알려줘 서너명의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암 완치의 선결 조건은 조기 발견이다. 기면증도 마찬가지다.
“이까짓 졸음쯤은 커피 한잔으로 이겨낼 수 있다”며 운전대를 잡았다간 본인은 물론 가족들에게도 엄청난 고통을 안길 수 있다. 잠을 충분히 잤는데도 졸음이 쏟아질 경우 가까운 병원(정신건강의학과)에 들러 기면증 여부를 확인해 보자. 송은이의 얼굴만 떠올려도 기면증의 반은 잡은 것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