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진실 칼럼] 방사선은 무조건 위험하다고?
방사선의학은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분야다. 방사선생물학, 방사선물리학, 그리고 방사선의 인체 위해성을 다루는 분야인 방사선보건학과 방사선을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분야인 방사선종양학 등을 아우른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자문위원, 평가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경력 30년의 방사선 의학자인 연세대 의대 방사선종양학과 성진실 교수가 경륜을 풀어서 독자들의 방사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궁금증을 풀어주는 칼럼을 연재한다. |
선아 씨는 두 살배기 아이를 둔 30대 초반의 직장여성이다. 결혼 연령이 약간 늦었지만 아기도 잘 낳았고, 일과 살림을 모두 야무지게 잘한다는 칭찬을 주변으로부터 듣는다. 하지만 아이를 하나 더 낳을 엄두가 나지 않아 하나만 잘 키우기로 했다. 그런데 최근 걱정거리가 생겼다. 먹거리가 불안하다는 거다. 농약 이야기야 이미 옛날부터 익숙한 거고 식품첨가물도 꼼꼼히 살펴가며 장을 보고 있는데, 식품에서 방사능이 검출된다는 거다. 방사능하면, 암? 기형아? 자자손손 이어지는 돌연변이? 이런 것이 떠올라 불안하다.
입사 3년차인 대기업 직원 영훈 씨는 수 십 대 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어렵사리 입사한 직장에서 업무가 적성에 맞아 열심히 일하다 보니 상사의 신임을 얻고 있다. 그런데 최근 사직을 할까 고민 중이다. 일본 시즈오카 지사에 발령이 나서 최소 1년은 근무해야 한단다. 이 도시는 지난번 쓰나미로 초토화된 후쿠시마와 고속도로로 2시간 거리에 있어 방사능 오염이 걱정된다. 자신보다도 주위에서들 더 걱정이다.
지영 씨는 직장암으로 투병하는 남편을 간병하고 있다. 진단 당시에 이미 초기는 아니라는 말에 충격을 받았지만 방사선-항암 약물요법으로 암이 줄어들었고 이어서 수술도 성공적으로 잘 돼 이제는 정기적으로 경과를 관찰하는 시기이다. 병원에 가면 이것저것 검사하는 것이 많다. 피검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컴퓨터단층(CT)촬영 검사는 방사선을 많이 받는다던데 할 때 마다 영 찜찜하다. 실력 좋은 의사가 있어서 이런 검사 없이도 치료 결과를 좋게 잘 봐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재철 씨는 대학 1학년 때부터 오랫동안 사귀어 온 여자 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머리가 복잡해졌다. 상견례 때 여자 친구의 부모님이 하신 질문 때문이다. 직업이 방사선사라고 하니, 대뜸 첫 반응이 “거, 애 낳는 데 문제되지 않겠나”하시는 것이었다. 일반인이야 몸이 아파 병원에 갈 때에나 방사선 촬영을 하는데, 직업상 늘 방사선을 가까이 할 수밖에 없는 자신과 같은 경우 이런 질문을 받는 것도 어쩌면 당연할 터였다. 그동안 별 말씀 없으셨던 부모님까지 거드시니 어떻게 설명해 드려야 할지 맘이 답답해진다.
방사선은 핵폭발 때문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인류의 기원이 시작될 때, 아니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우리가 몸담고 있는 지구와 함께해 왔다. 자연방사선이라고도 한다.
반면,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은 인공방사선이다. 방사선에 대한 관심과
염려는 최근만의 일은 아니었다. 일본 후쿠시마에서 쓰나미로 인해 촉발된 원전사고는 그렇지 않아도 막연하게나마 가지고 있었던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켰다. 두려움이 확산되다 보니 집단행동을 하기도 하고, 언론에 노출되는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은 대체로 과학적 추론과 학문적 서술에는 능숙하지만 대중매체와의 인터뷰나 대중에 대한 설득에는 미숙하다. 언론이 인터뷰 내용 중 본질과 상관없는 일부만 소개해서 낭패를 볼까 두려운 것도, 비전문가들의 모욕적 공격의 대상이 될까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불편한 언론과의 조우는 되도록 빨리 끝내고 자신이 하던 연구에 매달리고 싶어 하며 여기서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 반면 인터넷 매체를 통해 접하게 되는 비전문가들의 글 중에는 문제의 본질이나 전체 그림은 무시하고 단편적 지식에 의존해서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들이 많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도 대중과 언론의 방사선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이 칼럼을 통해 방사선에 대한 궁금증을 하나하나씩 풀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