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수명이 짧은 이유는 ‘엄마의 저주’ 때문?

여성의 평균 수명은 남성보다 5, 6년 길다. 왜 그럴까? 85세 여성 인구는 남성 인구의 1.5배, 100세 인구는 남성의 2배에 이른다. 그 이유는 모계로만 유전되는 DNA의 돌연변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달 초 호주 모나시 대학과 영국 랭커스터 대학 연구팀이 ‘최신 생물학(Current Biology)’저널에 발표한 논문의 내용이다. 초파리를 연구한 결과, 오직 수컷의 수명과 노화 속도에만 악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돌연변이가 미토콘드리아의 DNA에서 확인됐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내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소기관으로 오직 엄마의 것만 아들, 딸에게 유전된다. 따라서 해로운 돌연변이가 일어나더라도 그 영향이 남성에게만 미친다면 대물림이 계속될 수 있다. 딸에게는 해가 없으니 아들만 ‘엄마의 저주(Mother's Curse)’를 받는 셈이다. 실제로 수컷의 번식능력에 악영향을 미치지만 암컷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는 이 같은 돌연변이가 같은 연구팀에 의해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연구팀은 “모든 생물은 미토콘드리아를 지니고 있으며 암컷이 수컷보다 장수하는 경향은 수많은 종에서 발견된다”면서 “그 원인은 이번에 확인된 돌연변이 탓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간의 노화에 관한 일부 이론은 미토콘드리아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것이 부산물로 만들어내는 유해산소가 세포 내 기관과 핵 속의 유전자를 망가뜨린다는 것이다. 이를 수복하는 세포의 능력이 한계에 이르면 노화가 시작된다는 이론이다. 지난해 5월 ‘분자 세포(Molecular Cell)’ 저널에 실린 논문이 이를 뒷받침한다. 벌레와 파리의 경우 미토콘드리아에 모종의 기능 이상이 생기면 노화가 오히려 늦춰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돌연변이 등의 이유로 특정 단백질을 생산하지 못하게 되면 해당 개체의 유전자 손상이 줄어들면서 수명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지난주엔 동물의 미토콘드리아에서 ‘이기적’ DNA가 발견됐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이기적’이란 의미는 유전체 안에서 자신을 계속 복제할 뿐 이로운 기능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소위 ‘이동 인자(트랜스포존)’라 불리는 DNA 조각이 그런 예다. 인간 지놈의 45%를 이동인자와 기능을 멈춘 그 복사본이 차지하고 있다.

다만 세포 핵 바깥에 존재하는 미토콘드리아의 경우 식물에만 이기적 DNA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번에 미국 오리건 대학 연구팀이 이를 뒤집었다. 실처럼 생긴 작은 벌레인 선충의 일종에서 그 존재를 확인한 것이다. 미토콘드리아에 이기적 DNA를 가진 선충은 번식력이 약하고 근육의 활동성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엄마의 저주’가 아들, 딸 모두에게 적용된 것이다. 이처럼 해로운 DNA가 진화과정에서 도태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해당 선충 집단의 개체수가 적은 탓에 자연선택에 의해 미처 걸러지지 않은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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