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관절염, 유전인가? 환경인가?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류마티스내과 이혜순
관절이란 2개 이상의 뼈가 서로 맞닿아 연결되어 있는 부위다. 우리 몸이 움직여 섬세한 동작 등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하여 연골, 활막, 인대, 근육 등 다양한 구조들이 서로 짜임새 있게 서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중 한가지라도 이상이 생기면 평소 있는 줄도 모르고 있던 관절의 존재를 느끼게 된다. 즉 아프게 되거나 뻣뻣하게 되거나 움직일 수 없게 된다.
관절염의 종류는 수없이 많지만 가장 잘 알려져 있고 대표적인 것이 류마티스관절염이다. 전 인구의 1% 내외가 환자이며 한번 발병하면 쉽게 낫지 않는 만성 난치성 질환이다. 또한 치료하지 않으면 심각한 관절의 통증과 변형을 초래한다. 류마티스관절염은 자가면역질환으로서 면역학적, 유전학적, 분자생물학적으로 매우 특이한 메커니즘을 보인다.
학문적으로도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질환 중 하나이다. 최근 10년간 새로운 생물학적 제제와 같은 신약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약이나 주사로 완치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당뇨나 고혈압과 마찬가지로 치료를 유지하면서 증상이 없고 관절이나 뼈가 상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서히 또는 갑자기 시작된 관절의 통증으로 병원을 방문한 후 류마티스관절염으로 진단받으면 거의 모든 환자들이 하는 질문이 있다. “왜 이런 병이 생기는지” “약은 언제까지 먹어야 하는지” “음식은 뭘 먹어야 하는지.” 환자로서는 약을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말이 믿고 싶지 않을 것이고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또한 왜 이런 병이 나에게 생겼는지 야속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할 것 이다.
시원한 대답이 되지는 않겠지만 유전요인과 환경요인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병이 생긴다. 이는 수많은 질환의 발병원인을 설명할 때 나오는 식상한 말이기도 하지만 이것이 정답이다. 다만 질환마다 해당 위험유전자가 다르고 환경요인이 다를 뿐이다. 류마티스관절염은 쌍둥이 연구나 가족 연구를 통하여 유전적 요인이 전체의 약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머지 40%는 환경 요인에 의한 것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유전적인 요인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우리 집안에는 류마티스관절염 환자가 없는데 이상하네요.” 이것도 맞는 말이다. 유전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이지 100%라는 것이 아니며 가족 중에 환자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직계가족은 일반인들보다 약 8-10배 정도 발병 위험이 높다.
실제로 류마티스내과에서 모녀, 부녀, 자매, 또는 남매가 치료받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보게 된다. 위험유전자 중에서도 6번 염색체에 위치하는 HLA-DRB1은 가장 중요한 유전자이며 이것이 전체 유전위험도의 약 50%를 차지한다. 그밖에 다수의 위험유전자를 찾아내려는 연구가 국내외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들을 종합하여 향후 좀더 정확한 질병예측 유전모델이 개발될 것으로 생각된다.
류마티스관절염의 가장 유력하고 잘 알려진 환경인자는 흡연이다. 흡연은 나이가 들면서 류마티스인자 및 항CCP인자의 양성률 뿐만 아니라 병 자체의 발생률을 높인다. 이미 진단을 받은 사람에게도 병의 경과를 악화시키거나 동맥경화 등을 일으킬 위험을 키운다.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특히 금연이 필요하다 유전자를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환자 상담에서 담배를 끊으면 약 한 알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려준다.
최근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담배를 피우는 환자는 생물학적 제제를 비롯한 약물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담배는 류마티스관절염이 잘 생기게도 하고 합병증도 더 잘 유발하며 치료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환자들은 이를 명심하고 반드시 담배를 끊어야 할 것이다. 흡연 외에도 최근에는 치주염이 중요한 발병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가족력이 있거나 환자인 경우 잇몸 건강에 신경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에서도 잠시 언급한 류마티스 인자 또는 항 CCP인자와 같은 자가항체는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약 70% 이상에서 양성이다. 사실 이러한 인자들은 관절염이 생기기 수년 전에 생긴 것이다. 단지 대부분의 경우 증상이 생기고 나서 검사를 하게 되므로 그동안 모르고 지냈을 뿐이다.
최근에는 건강검진이 일반화되면서 류마티스 인자를 검사하는 기관이 많아졌다. 따라서 증상은 전혀 없지만 류마티스 인자가 양성이라고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도 많아지게 되었다. 이들을 ‘무증상 자가항체 양성군’이라고 부른다. 이들이 항CCP항체까지 양성이라면 향후 류마티스관절염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사람은 금연, 치주염 예방 및 관리 등이 필요하며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하여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치료보다 예방이 우선이다. 미래 예측-맞춤의학도 여기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