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판 긁는 소리 싫은 건 인간 음성과 다른 탓
최대 가청주파수인데다 귓속에서 증폭돼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소리는 생각만해도 진저리를 치게 만든다. 그 이유를 밝혀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 소리는 보통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장 높은 음역에 속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사람의 목소리와는 비슷하지도 않은 고음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귀의 해부학적 구조가 그런 높은 음을 증폭시켜 더욱 끔찍한 소음으로 들리게
한다고 말한다.
독일 콜로그네 대학 미카엘 욀러 교수의 연구 결과다. 이에 따르면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소리는 보통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장 높은 주파수 대역, 즉 2000~4000
헤르츠에 해당한다(인간의 최대 가청 주파수는 1만5000~2만 헤르츠, 여성 소프라노가
낼 수 있는 가장 높은 음은 약 1200헤르츠로 알려져 있다. 2000~4000 헤르츠는 인간의
목소리로는 낼 수 없는 고음이다).
인간의 귀는 이 같은 초고음에 대해 특히 민감하다. 귀 속 소리통로의 해부학적
구조 때문에 이 같은 주파수의 소리는 증폭돼서 정말로 더 크게 들린다. 이 같은
고음부를 제거한 뒤 들려주자 사람들은 이를 좀더 듣기 편안한 소리로 평가했다.
또한 이런 소리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의 정도는 사람들의 인식에 따라 달라졌다.
예컨대 현대음악의 한 소절이라며 이 같은 소리를 들려주면 그다지 괴롭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였다. 연구팀은 피실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쪽에게는 현대음악의 일부라고,
나머지 한쪽에는 칠판 긁는 소리라고 알려주었다. 그 뒤 이 소리를 들려주고 신체의
스트레스 반응을 측정했다. 그러자 현대음악이라고 알고 있는 그룹은 땀이 나오고
혈압이 상승하는 반응이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욀러 교수는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의 가장 높은 영역에 있는 소리가 가장
듣기 싫을 것으로 생각하고 연구를 시작했다” 면서 “하지만 우리는 그 주파수가
정확히 어떤 영역인지를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음의 높이가 지닌 영향력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최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음향학회 연례 회의에서
발표됐으며 미국 건강정보포털 웹엠디(WebMD)가 4일자로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