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피해자, 단합해 권리찾기 나섰다

권리찾기 운동본부 13일 공식 발족

40대 여성 김 모 씨는 여성지에 실린 광고를 보고 지방흡입을 받기 위해 강남의

M성형외과를 찾았다. 수술을 받고 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김 씨는 등을 제외한 부분이

모두 잘린 자신의 배를 발견하고 충격에 휩싸였다. 과도한 절개로 상처에 균이 들어가

패혈증까지 오는 바람에 그는 서울대병원에서 3개월 간 치료를 받아야 했고, 아직도

옷을 들추면 썩는 냄새가 난다고 했다.

같은 성형외과에서 가슴확대수술을 받은 박 모 씨(여, 48)는 피가 계속 흐르고

고름이 나는 부작용이 생겨 몇 차례 수술 끝에 결국 가슴을 잘라내야 했다. 박 씨는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보상을 요구했다. 의사는 영업방해로 박 씨를 수차례

경찰에 신고했고 박 씨는 현재 전과 5범이 됐다.

성형수술 부작용과 병원 측의 무성의한 대응으로 고통 받는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들은 의료소비자로서의 권리를 되찾고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13일 서울 논현동 소재의 한 빌딩에서 ‘성형피해자 권리찾기 운동본부’

발대식을 가졌다.

성형피해자 권리찾기 운동본부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카페에서 만나 서로 연락을

주고받던 환자들을 중심으로 지난 1일 첫 모임을 가진 데 이어 이날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권리찾기 운동에 들어갔다.

성형수술을 받은 후 부작용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 중에는 대인기피증이나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도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발대식에 참석한 김 모 씨(여, 46)는 얼굴 여러

부위에 성형수술을 받았으나 눈에서 끊임없이 눈물이 흐르고 양 콧날개가 없어지다시피

하는 부작용이 생겼다. 김 씨는 정신적인 충격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았지만 여전히

사람들과 쉽게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다.

이 자리에 참석한 유일한 남자 피해자인 장 모씨는 “성형수술 부작용이 생겼다고

이야기하면 오히려 사회적인 지탄을 받기도 한다”며 “불행히도 ‘사고를 당한 사람’으로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말 서울의 모 클리닉에서 코와 이마에 필러를 주입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틀 만에 코에 괴사가 일어나 병원을 다시 찾았지만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

햇빛을 받으면 시술부위가 변색될 수 있어 늘 코에 일회용 반창고를 붙여야 한다는

장 씨는 “부모님을 찾아가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며 “남자가 미용을 위해 성형수술을

받았다가 부작용이 생겼다고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성형피해자 권리찾기 운동본부 본부장 김 모씨(여, 31)는 “성형수술 부작용 피해자

다수가 가족에게조차 피해 사실을 알리기를 두려워한다”며 “일부 회원은 병원 측의

무책임한 대응에 맞서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송을 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다 소송에 걸리는

시간도 길기 때문에 경제적인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어려움을 겪기 일쑤다.

성형피해자 권리찾기 운동본부는 현재 진행 중인 의료사고 소송을 계속하면서

더 많은 피해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방침이다. 김 본부장은 “온라인 카페를 중심으로

피해 사실을 널리 알리고 홍보해 상대적인 약자의 입장에 있는 성형수술 부작용 피해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겠다”고 말했다.

    유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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