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개월 vs 3년, 어느 쪽이 더 길까?

숫자 단위 다르면 같은 기간도 달라 보여

36개월과 3년. 당연히 같은 기간이지만 물건 보증기간이나 식품 유통기한으로

명시돼 있을 땐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한다. 소비자는 숫자와 관련된 정보를 비교할

때 같지만 큰 단위와 작은 단위를 기준으로 달리 적혀 있는 정보는 왜곡해서 받아들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벨기에 겐트 대학의 마리오 판델래레 박사팀은 여러 소비자에게 “식기세척기를

살 때 보증기간이 햇수보다 개월 수로 적혀 있는 것이 더 좋은가”하는 질문을 던졌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그렇다”고 응답했다. 똑같은 기간임에도 84개월과 108개월로

적힌 보증기간은 7년과 9년으로 적었을 때보다 길어 보인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대부분 제품에는 질적인 정보가 명시되지만 정보를 적는 단위는 제멋대로”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제품의 질이 얼마나 좋은지를 보여주는 등급은 0~10등급으로 분류할

때도 있고 0~100등급으로 분류할 때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제품의 질에 대한 정보

표기가 들쭉날쭉 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숫자의 크기에 우선 집중했다.

조사결과 소비자는 제품과 관련된 높은 숫자를 보면 실제보다 더 큰 수치로 받아들였다.

이를 ‘단위 효과’라고 부른다. 10점을 기준으로 9와 9.5가 나타내는 수치의 차이는

100점 기준으로 했을 때 90과 95 사이의 차이와 다를 바 없지만, 단위 효과 때문에

소비자는 두 가지를 다르게 본다.

연구진은 한편 단위 효과가 건강 식품을 고르는 데는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사람들에게

사과와 초콜릿 바 중 하나를 고르게 하면서 각각의 먹을 것이 주는 에너지의 크기를

‘킬로줄’과 ㎉ 단위로 적었다. 줄(joule)로 표시하면 사과는 247 킬로줄, 초콜릿바는

1029킬로줄이고, ㎈로는 사과는 59 ㎉, 초콜릿바는 246㎉였다.

에너지 함량을 킬로줄로 표시했을 때 사람들이 초콜릿 바 대신 사과를 고를 확률이

높았다. 연구진은 “두 먹을 것, 사과와 초콜릿 바의 에너지 함량 차이를 킬로줄로

표시하면 782, ㎉로 표시하면 187로 숫자로 더 큰 차이가 날 때 사람들이 차이를

더 크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진은 “사람들이 자세한 성분 정보를 눈여겨 보거나 단위 표기가 제멋대로라는

것을 깨달으면 단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결과는 ‘소비자조사저널(Journal of Consumer Research)’에 게재됐으며

미국 과학논문 소개사이트 유레칼러트 등이 14일 보도했다.

    유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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