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손은 약손, 어디까지 맞나요?

따스하게 배 문지르는 손, 가짜약 효과

분주한 명절. 부엌에서는 음식 장만에 바쁘고, 오랜만에 모인 아이들은 뛰어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아이들이 모여 놀다보면 다치는 사고가 크고작게 생긴다. 가벼운

상처나 배앓이 쯤은 어른들의 손만 닿으면 금세 사라진다. ‘할머니 손은 약손’이라는

말로 대표되는  민간 처방들. 정말 효과가 있긴 한 걸까?

▽배

아플 때 ‘할머니 약손’…가짜약 효과 및 혈액순환 촉진

배가 갑자기 살살 아플 때 할머니 또는 어머니가 따스한 손으로 배를 문지르면

신기하게도 통증이 사라진다. 전문가들은 부드러운 문지름이 플라시보(가짜약) 효과와

혈액순환 촉진효과를 함께 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실제로 배를 문지르는 행동은

증상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어떤 약이 실제 효과가 없어도 그 약을 먹으면

나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으면 통증이 없어진다.

실제로 독일 함부르크-에펜도르프 병원 연구진이 환자들의 팔에 크림을 발라주면서

한그룹에는 ‘초강력 진통제,’ 다른 그룹에는 ‘아무효과 없는 크림’이라고 말한

뒤 각자의 팔에 열을 가했다. 그 결과 초강력 진통제를 발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통증이 훨씬 완화됐다고 반응했다. 이 연구결과는 과학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도

실린 내용이다.

한편, 따스한 손으로 배를 마사지하듯 문지르면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장운동을

촉진한다.

실제로 배가 아플 때 배꼽 주위를 원으로 그리며 쓸어주면 어느 정도 아픔이 사라진다.

위와 장이 약한 사람들은 배꼽 주변을 둥글게 마사지하면 장운동을 촉진하고 안정되게

한다.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유지형 교수는 “아이를 따뜻한 바닥에 눕히고

따스한 손바닥으로 배꼽을 중심으로 해서 시계방향으로 문질러주면 장의 기운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장을 튼튼하게 해 장염 예방에도 좋다”고 말했다.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재활의학과 정원석 교수도 “뱃속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림프 및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고 장을 둘러싼 장간막의 결합조직이 엉킨 것”이라며

“따스한 손으로  마사지 하면 혈액 순환이 좋아지고 통증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화상에는

소주로 소독?…“효과 없다”

전 부치기, 국 끓이기…추석 음식을 준비하는 주방은 화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부엌을 들락날락 하는 아이들도 위험하다. 기름이나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으면 “소주로

소독하면 된다”고 대수롭지 않게들 이야기 한다. ‘소주=알코올, 알코올=소독’이라는

생각에서 이렇게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시중에서 파는 소주는 알코올 농도가 20%

정도로 낮기 때문에 열을 식히는 효과가 없다. 오히려 소주를 뿌리면 화상 부위의

응고가 빨라져서 상처를 악화시킬 가능성마저 있다.

화상이 심하지 않으면 집에서 응급 처치를 한다. 뜨거운 기름이나 뜨거운 기구로부터

떨어져 추가 손상을 막는다. 화상 부위의 옷 등을 조심스럽게 걷고, 흐르는 찬물에

15~20분 정도 대고 열을 식힌다. 그 다음 화상부위에 화상연고를 바르고, 습윤 드레싱제제를

붙인다.

화상 부위에 수포가 생겼을 때는 수포를 터뜨리면 안 된다. 하지만 수포가 매우

팽팽해서 아프거나 불편하면 라이터 등으로 바늘을 소독해 물집만 가라앉힌 항생제

연고를 바르고 습윤 드레싱제제를 붙인다.

▽체했을

때 바늘로 손따기?…감염 위험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음식을 먹으면 체하기 십상. 할머니는 체한 데에는 따는 게

최고라고 믿는다. 바늘이 피부에 더 잘 박히게 하기 위해 머릿기름을 바른답시고

바늘을 머리카락에 대고 긁기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제대로 소독되지 않은

바늘로 상처를 내면 파상풍 등의 위험이 있다.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침구과 이상훈 교수는 “보통 엄지손가락에 있는 소상혈을

많이 따지만 손가락은 폐 쪽에 더 연관되어 있고 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부위는

발가락의 은백혈”이라고 말한다. 새까만 피가 많이 나와야 체기가 내려간다고 믿기도

하지만 약간의 사혈로도 소화기관을 충분히 자극하므로 피를 많이 낼 필요가 없다.

 

그는 “손 따기는 다른 응급처치법이 듣지 않을 때 쓰는 수단”이라며 “지압,

한방차, 족욕 등을 먼저 해보는 것이 좋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러한 민간요법이

통하지 않으면 병원에 가야 한다. 특히 2~3회 이상 구토 설사가 반복되거나 메스꺼움이

가라앉지 않으면 단순 소화기 장애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푸르스름한

멍자국엔 달걀 마사지?…근거 없어

몰려다니는 어린이들은 넘어지거나 부딪혀 퍼런 멍이 생기기기도 한다. 우리 민간요법

가운데 “멍이 생기면 계란 마사지를 하라”는 것은 뿌리가 깊다. 그러나 이 방법은

효과가 거의 없다.

고려대 안암병원 피부과 서수홍 교수는 “달걀에는 멍을 푸는데 효과를 일으키는

성분이 전혀 없다”며 “달걀 마사지를 통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응고된 피를 풀어줄

수 있으나 효과는 아주 미미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달걀 마사지를 심하게 오래하면

혈관이 계속 열려 멍이 더 커지고 오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관련기사

[동영상뉴스]퉁퉁부은

종아리 붓기 빼기

코메디닷컴

‘척추센터’ 바로가기

자동차

얘기 꺼내는 남자, 그녀에게 관심 있다

남의

말을 좋게하면 내 정신건강 좋아진다

둘레길-올레길

걷기열풍… 올바른 걷기 요령

    박양명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