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불 껐나?’ 남 때문에 괜히 하는 근심

타인 행동 재현하는 ‘거울 뉴런 시스템’영향

‘내가 가스렌지는 제대로 끄고 나왔나?’ ‘내가 방금 문을 잠궜나?’ 등 분명히

했는데도 불구하고 까먹고 하지 않은 것처럼 걱정될 때가 있다. 심지어 외출 길에

나섰다가 다시 집에 돌아가거나 다른 가족에게 확인시켜야 안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

독일의 한 연구팀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이런 현상은 다른 사람의 행동의 결과를

지켜 봄으로써  마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안했거나 안해야 할 일을 한 것처럼

느끼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즉, 다른 집에 불이 났거나, 도둑이 들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러면 나는?”이라는 근심을 하게 되는 이치다.

독일 브레멘 제이콥스대학 제랄드 에히테호프 교수팀은 연구 참여자에게 단순한

어떤 행동을 하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연구 참여자가 했던 행동 △하지 않았던

행동을 다른 사람이 하는 모습을 촬영한 비디오를 보여줬다. 연구 참여자가 하지

않았던 행동은 예를 들어 병을 흔들거나 카드를 섞는 것과 같은 단순한 행동이었다.

2주일이 지난 후 연구팀은 연구 참여자에게 과거 어떤 행동을 했었는지 다시 물었다.

그 결과 연구 참여자는 자신이 하지 않은 행동인데도 병을 흔들거나 카드를 섞는

일을 직접 했던 것처럼 기억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다른 사람이 하는 행동을 지켜보면서 그들이 하는 것을 흉내 내고

싶어하는 것(Simulation)이 내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흉내내는 것은 뇌에 있는 ‘거울 뉴런 시스템(Mirror Neuron System)’과

관계있다. 거울 뉴런 시스템은 다른 사람의 동작을 머릿속에서 재현하고 의도를 추측하는

것을 말한다.

에히테호프 교수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따라 하는

것은 상대방의 다음 행동을 맞추거나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증진에는 도움이 되지만

기억에는 잘못 입력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심리 과학(Psychological Science)’에 게재됐으며 미국 과학논문

소개사이트 유레칼러트, 이사이언스뉴스 등이 14일 보도했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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