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가 비슷해…헷갈리긴 헷갈리네

가리키다-가르치다, 들르다-들리다

“OOO 교수님이 가리키는 수업 들어봤니?”

“아니, 이번엔 수강신청을 못했어. 교수님한테 한번 들려볼까?”

앞서의 대화에는 잘못된 낱말이 계속 나온다. 글로 쓰면 잘못이 금세 티나지만

말을 할 때는 생각지 못하고 빈번하게 잘못 쓴다.

대화를 바로잡는다면 “OOO 교수님이 가르치는 수업 들어봤어?”/ “아니, 이번엔

수강신청을 못했어. 교수님한테 한번 들러볼까?”가 된다.

‘가리키다-가르치다’, ‘들르다-들리다’는 뜻하는 바가 전혀 다른데도 소리가

비슷하기 때문에 혼란을 부르는 대표적인 낱말이다. ‘가리키다’는 손가락 등으로

방향이나 대상을 말하거나 알리는 것이다. ‘가르치다’는 지식이나 기능, 이치 등을

깨닫거나 익히게 교육하는 것이다. ‘들르다’와 ‘들리다’도 ‘지나는 길에 잠깐

들어가 머무르다’와 ‘소리를 인식하게 되다’라는 전혀 다른 뜻이다.  

이런 말을 잘못쓰고 섞어쓰는 것은 소리가 비슷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러 지역

사람이 섞여 살면서 사투리의 영향을 받은 것일거라고 추측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무언가 자기 속을 표현할 때 떠오르는 수많은 낱말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미국 라이스대 타티아나 쉬너 박사 팀은 우리가 말을 할 때 입밖으로

튀어 나오는 단어는 뇌 왼쪽 관자엽(측두엽)과 뇌 좌반구하전두이랑(LIFG, left inferior

frontal gyrus)이 작용해 적절하다고 판단된 결과라는 것을 확인했다.

A라는 사람은 어디에 잠시 들러가고 싶을 때 ‘들르다’와 ‘들리다’ 등이 떠오르면

올바른 ㅍ현  ‘들르다’를 골라낸다. 어릴 때부터 국어 공부가 잘 돼 있는

사람이다. 또 어떤 상황 특성에 대해 묘사하려면 ‘행복한’, ‘슬픈’, ‘황홀한’

등 여러 가지 형용사 중에서 적합한 한 낱말을 선택하게 된다. 뇌에 입력된 수많은

단어들 가운데 어떤 말이 가장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맞는지 순간적으로 분석

판단해 적절한 낱말을 골라내는 것이다.

‘0.5초,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기’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건 그렇지 않건,

또 어떠한 상황이건 권할만한 언어생활 태도다. 말이야말로 가장 말랑말랑한 혀끝에서

나오는 비수가 될 수 있으니까. ‘들르다와 들리다’ 또는 ‘가르치다와 가리키다’도

0.5초만 한번 더 생각하면 훨씬 덜 틀릴 수 있다.

*이 기사는 독자 정성욱 님의 의견을 반영했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보내주십시오. “이것만은 고쳐졌으면”하는 의견이나 “이럴

때 어떻게 말해야 하지?”하는 궁금증이 있다면 메일(toann@kormedi.com)을 보내주십시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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