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한국에서 가장 안전한 병원”

세브란스병원 JCI 재인증 받기까지

검사관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응급실 옆 복도를 지나던 한 간호사를 세운 뒤

물었다.

“에이즈 환자의 피를 바닥에 쏟았습니다. 어떻게 할 겁니까?”

이 간호사의 또렷한 답이 곧 나왔다.

“우선 위생장갑을 끼고 엎질러진 혈액을 휴지로 덮습니다. 그 위에 희석액을

뿌린 다음 주변까지 흔적이 남지 않도록 깨끗하게 혈액을 제거한 뒤 장갑을 포함한

모든 쓰레기를 유해폐기물 봉투에 담아 배출합니다. 병원 측에 보고합니다”

이는 답으로 끝내선 안된다. 행동으로도 즉각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 문답은 지난 4월말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

JCI)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을 재인증 하기 전에 무려 1,200여 평가항목을 점검하면서

실제 오간 상황이다. 최초 인증을 추진하는 대학병원이 많지만 세브란스병원은

3년 만에 재인증에 성공했다. 최초인증도 재인증도 세브란스병원이 국내처음이다.

JCI는 미국의 종합병원에서 수십 년간 발생한 의료 사고를 토대로 어떤 대형 종합병원이

이런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국제 인증이다.

이 인증을 받으면 ‘미국내 최고 병원 수준으로 안전한 병원’이라는 평가를 얻었다는

뜻이다.

세브란스병원이 3년 전 처음 JCI 인증에 도전할 때는 1,033개 항목을 평가받았다.

이 가운데 53% 항목은 90점 이상, 47%는 70점이상이면 되는 등 조금 느슨했다. 최초

인증 때는  평가 전 4개월간의 자료만 평가해 합격점 이상이면 됐었다.

3년이 지나 재인증을 받을 때에는 체크하는 항목이 1,200여개로 늘어났다. 평가

기준은 더 엄격해져 3년 동안 모든 평가항목에서 JCI 기준에 맞게 유지됐는지 검토했다.

또 모든 표준에 85%의 항목이 90점 이상이어야 했다.

JCI평가추진위원장인 방동식 제1진료부원장은 “1,214개 항목을 5,000여명의 직원이

단순 암기가 아니라 행동으로 익힐 수 있도록 교육하고 협조를 구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JCI 재인증 과정 세브란스 병원이 어려워 했던 3가지

△소화기는 어디에 있습니까?

세브란스병원에 갔을 때 어느 직원에게나 소화기 소화전 비상구가 어디에 있는지

갑자기 물어도 90%이상의 직원이 정확하게 대답할 수 있다. 불이 났을 때는 비상벨을

울리고, 소화기 소화전의 위치를 확인한 뒤 가스를 차단하고 차분하게 환자를 대피시킨다.

JCI 평가단은 직원들이 암기사항을 잘 외우고 있는지 확인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직접 지나가는 직원을 무작위로 붙들어 위기발생시 행동요령을 보이라고 한다.

방동식 부원장은 “5,000명이 넘는 직원에게 병원에 불이나면 어떻게 하나라는

공통 주제를 던지면 누구는 119에 전화를 한다, 누구는 환자부터 대피시킨다 등 대답이

모두 다르다”고 말했다. 각종 돌발상황에서 대처 순서를 단순히 외우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만드는 것에 정말 힘이 들었다는 설명이다.

△어린이 마취 사망률 ‘제로’

MRI나 CT촬영이 필요할 때 어린이를 잘 다루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장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병원에서 어린이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이 울음을 터뜨린다. 어린이가

울면 촬영결과는 효과적으로 나올 수 없어 어린이환자를 마취하게 된다. 그러나 한두살

먹은 어린이의 경우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는 사고가 종종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막기 위해 세브란스병원은 ‘어린이 진정시키는 방’을

따로 마련했다. 마취과 의사가 상주하고 1년전부터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방동식

부원장은 “어린이를 위한 마취방은 의료사고를 최소화 하기위한 JCI 제도 취지에

더 부합한다”며 “매해 1~2건 있던 마취 어린이 사망사건이 지금까지 단 한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입원환자 약 관리는 병원 책임

병원에 입원하면 환자가 전부터 집에서 먹던 약이 있을 수 있다. 만성질환 때문에

먹는 약이 한가득일 수도 있다. JCI 인증을 위해서는 환자의 약을 관리하는 병원직원이

있어야 한다. 입원 환자가 약 때문에 생기는 사고도 병원 측 과실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

입원환자의 주치의와 병동 간호사, 병원 약국은 환자의 약정보를 서로 공유해야

한다. 상충되는 약은 있는지, 퇴원 환자는 어떻게 투약할 것인지 충분하게 알려줘야

한다. 퇴원할 때는 퇴원 하루 전까지 약 관련 정보를 잘 정리해 제공한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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