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로 인간의 암 연구하는 의학자들

제브라피쉬, 사람과 유전자 거의 똑같아

KBS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에서 출연진들이 ‘물고기에게 뇌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놓고 ‘있다’와 ‘없다’로 나뉘어 자장면 내기를 하는 장면이 방영된 적이

있다. 흔히 머리 나쁜 사람을 물고기 머리를 비유하는데, “물고기도 뇌가 있다”가

정답이었다.

심지어 인간과 유전자가 유사한 ‘제브라피쉬(Zebrafish, 줄무늬물고기)’라는

물고기는 동물실험 대상이 된다. 동물실험은 질병의 발생원인을 이해하고 질병의

예방, 진단 및 치료 방법을 모색하는 수단이 된다. 동물은 생명과 질병을 연구하는

의학자들이 인간에게 직접 시험하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실험 대상이다.

쥐 개 원숭이 닭 등은 흔히 들어봤지만 인간과는 무관할 것 같은 물고기도 동물실험

모델로 이용된다. 그 주인공은 바로 제브라피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임상의학연구센터의 연구실 한쪽 벽에는 200개에 가까운

어항에 각각 최대 60마리의 제브라피쉬가 살고 있다. 소화기내과 박승우 교수와 3명의

연구원이 제브라피쉬로 췌장암 등과 관련된 유전자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제브라피쉬가 췌장질환 연구에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안 박 교수는

2004년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에서 2년 동안 췌장질환과 제브라피쉬를 이용한 동물실험을

중점적으로 공부했다.

각 어항에는 조작한 유전자의 이름과 날짜가 기록돼 있다. 먹이는 하루에 두 번,

수질 관리를 위해 공기정화 필터도 갖추고 있다. 온도도 25~28도 사이에서 조정해야

한다. 제브라피쉬는 3년생 열대어로 척추동물이며 인간과 유전자가 90% 이상 똑같다.

박 교수는 “물고기는 아가미로 호흡하기 때문에 폐를 제외하고는 사람처럼 췌장,

간 등 모든 장기가 다 있다”며 “그 중 제브라피쉬가 인간과 유전자가 거의 똑같아

발생학, 유전학 연구에 주로 사용되며 뇌 연구에도 활발하게 이용된다”고 말했다.

특히 제브라피쉬의 췌장은 사람의 췌장과 해부학적, 조직학적으로 비슷해 췌장질환

연구에 유용하다고 한다.

물고기는 ‘물에서만 살 수 있는데 물 밖으로 어떻게 꺼내어 연구 하는가?’ 라는

의문이 생겼다. 박 교수는 “제브라피쉬의 알에 사람 유전자를 주입해 조작을 하고

성장하는 제브라피쉬를 관찰하는 식으로 연구를 한다”며 “수정란이 투명해 발생하는

기관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제브라피쉬는 △사람과 척추동물 조상을 공유하기 때문에 유전적으로 인류에

가깝고 △쥐 보다 발생기간이 짧고 투명해 발생과정을 쉽게 관찰할 수 있으며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대규모 연구가 가능하다.

제브라피쉬는 1981년 척추동물 발생연구를 위한 제브라피쉬의 유용성에 대한 논문이

발표되면서 발생학 연구의 주요 모델이 되었다고 한다. 90년대부터 암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연구, 2000년대에 질병연구는 물론 신약 개발 등에 이용된다. 이미 미국 국립보건원(NIH)등에서는

물고기 동물실험이 활발하다.

국내에서도 제브라피쉬연구회(회장 허태린)가 있으며 20~30여명의 교수가 활발하게

제브라피쉬를 이용한 동물실험을 연구하고 있다. 경북대 생명공학부 허태린 교수는

2만 마리 정도의 제브라피쉬를 키우고 있으며 이는 국가지정 연구소재은행, ‘제브라피쉬

은행’으로 지정됐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재단법인 연구소재중앙센터에서 제브라피쉬가

필요한 의학자 과학자들에게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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