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청소년은 집단 “수면부족 불감증”
“잠의 중요성을 깨닫고 잘 자는 연습을 해야”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인 최현희(가명) 양은 8시부터 시작되는 학교수업을 위해
아침 7시에 일어난다. 정규수업에다 보충수업과 야간자습까지 끝나면 밤 11시. 그
때 최 양은 다시 학원으로 옮겨가 수업을 듣는다. 그렇게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새벽 2시가 넘어야 잠자리에 든다. 최 양의 평균 수면시간은 약 5시간.
전문가가 권하는 청소년 적정 수면시간인 8~9시간에 한참 못 미친다. 적정수면시간은
낮잠을 자지 않고도 졸음을 느끼지 않고 활동할 수 있는 잠자는 시간을 말한다.
그러나 우리 나라 청소년은 하루에 5시간 자는 이 수면시간도 많다고 생각한다는
다소 엉뚱한 조사결과가 대한수면학회 심포지엄에서 발표됐다.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이향운 교수와 단국대병원 신경과 김지현 교수팀은 서울의 중학교 3학년 학생 453명,
고등학교 1학년 454명, 고등학교 2학년 332명을 대상으로 수면시간과 취침시간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평일 중3학생이 평균 6.6시간, 고1학생이 5.9시간, 고2학생이 5.6시간을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절반 이상인 59%의 학생들이 자신이 잠을 충분히 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10%는 자기가 잠을 너무 많이 잔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수면시간은 중3학생이 6.8시간, 고1학생이 3.5시간,
고2학생이 5.5시간으로 실제 수면시간보다 훨씬 짧았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수면
시간에 대해 무언가 잘못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신경과 신원철 교수(대한수면학회 교육이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경쟁이 심하고 집단문화가 발달한 한국 사회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수면이 부족하면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져 오히려 공부나 일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적정 시간을 잘 자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깊은 잠을
자더라도 절대 수면시간이 부족하면 받는 영향은 마찬가지라는 것.
▶한 시간이라도 더, 질 좋은 잠을 자는 방법
△자기 전 영어단어 외워도 소용없다
자기 전 암기과목을 공부하면 오래 기억된다는 말이 많지만 잘못된 말이다. 잠자는
동안 뇌는 하루 종일 있었던 일을 비렘수면과 렘수면으로 돌아가는 수면 사이클을
통해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도록 저장한다. 자기 직전에 암기하면 가장 최근에 공부를
한 것이기 때문에 짧게 기억돼 시험기간 벼락치기는 통하지만 영어단어처럼 오래
기억을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적정 온도와 습도를 유지한다
침실은 다른 실내공간보다 2~3도 낮게 하고 옷을 따뜻하게 입고 이불을 덮고 자는
것이 좋다. 거실이 22~23도 정도면 침실은 19~20도 정도로 조절하는 것이 알맞다.
습도는 60% 정도가 적당하다.
△몰아쳐 자는 잠은 소용없다
평일에 못잔 잠을 주말에 몰아서 자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평일동안 익숙한 수면주기가 주말에 몰아쳐 자면 깨지게 돼 오히려 더 피로함을 불러올
수 있다. 미국 브리검 여성병원 연구진은 주기적인 수면이 박탈된 참여자들의 운동능력,
집중력, 민첩성이 점점 약해져 수면 주기가 일정한 사람과 현격한 차이를 나타냈다는
것을 발표했다. 월요일 아침이면 일어나기가 더 힘들고 피곤한 이유는 수면주기가
깨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부족한 잠은 낮잠으로 보상한다
7~9시간이라는 적정 수면시간을 밤에 충분히 채우지 못하면 공부하다가 또는 일과
중 졸음이 밀려온다. 졸음을 억지로 참기보다는 15~20분 피곤함을 멈출 수 있을 정도
잠을 청한다.
△잠자기 한 시간 전부터는 휴식한다
미국 앨라배마 주립대 연구진의 조사에 따르면 인종을 불문하고 잠들기 직전 종교활동,
성생활, TV 시청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은 거의 매일
밤 텔레비전을 즐겨봤다. 그러나 보통 잠들기 한 시간 전에는 하루의 휴식을 잘 취할
수 있도록 마음을 안정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