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중원’ 수술장면 손만 나오는 탤런트?

연세대 강남세브란스 외과 황호경 강사

갑신정변 중 개화파의 칼에 중상을 입은 민영익의 상처를 봉합하는 신식 수술,

황정(박용우)이 직접 도양(연정훈)의 아버지를 수술하는 장면…

SBS 월화드라마 ‘제중원’의 수술 장면이 특히 실감나는 이유는 수술하는 손이

화면에 가득 차면서 수술 과정을 리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실감나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알렌 박사와 황정의 손이 클로즈 업 될 때는 배우들의 손보다

진짜 의료 현장에서 뛰고 있는 의사의 손을 빌렸다. 이 손의 주인공은 바로 연세대

강남세브란스 외과 황호경 강사.

황호경 강사는 연세대의대 해부학교실 박형우 교수와 세브란스병원 윤석호 강사와

함께 ‘제중원’의 의학자문을 맡고 있다. 황 강사는 “의학을 소재로 한 사극이어서

역사적 고증과 함께 실감나는 의학 자문이 필요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대본이

나오면 조연출과 특수분장팀, 소품팀, 분장팀과 만나 자문회의를 한다. 또, 촬영

현장을 방문해 소품이 바르게 사용되는지 점검하고 필요할 때는 윤석호 강사와 번갈아가며

손 대역까지 한다.

황 강사는 요즘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평일에는 간장담췌장외과 윤동섭 교수의

지도하에 수술 일정이 빡빡하다. 드라마 자문까지 맡게 돼 자문회의에 가고, 주말에

몰린 의료 장면 촬영 현장 자문도 한다.

앞으로는 드라마 속에서 세브란스 의과대학이 설립되고 수술 장면도 덩달아 많아질

예정이라 의사 두 사람의 대역만으로는 벅찰 수도 있다. 황 강사는 “직접 수술 장면을

연기해내겠다는 연기자들의 열정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황 강사와 인터뷰 한 28일에도

탤런트 연정훈 씨가 봉합연습을 하러 병원에 왔다.

황 강사는 “상처 봉합 장면은 연기자의 맨 살 위에 실리콘을 덮고 연기를 하는데

실리콘이 부드러워 바늘로 연기자의 진짜 살을 찌를 수도 있어서 은근히 떨었다”고

털어놨다.

황정이 도양의 아버지 상처를 봉합할 때는 실리콘이 너무 단단하고 두껍게 제작돼

봉합이 깔끔하게 표현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그의 의견을 반영해 제작진은 상처

부위를 표현하는 실리콘을 부드럽게 다시 만들기도 했다.

황 강사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작가가 극중 상황을 설명하면 어떤 질병이

작가가 제시한 상황과 어울리는지 아이디어도 낸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치루’

수술이다. 알렌 박사가 어떤 질병을 치료했는지 기록한 ‘알렌 1차년도 보고서’를

참고해 극중 상황을 연출했다. 알렌박사의 기록에 따르면 한국은 양반다리로 앉는

문화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치루, 치질 환자가 많았다.

“치루는 너무 참다보면 항문 주변에 고름(농양)이 생기고 이것이 하반신 전체로

퍼져 방치하면 패혈증으로 사망할 수 있는 병”이라면서 “고름만 처치해도 극적인

회복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의술이 발전해 조기진단과 치료가 가능하지만

과거라면 충분히 극적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것.

늘 병원에서 분주하다가 촬영 현장에 가면 마냥 신기하다는 황 강사는 “드라마

방영시간에는 아내에게 ‘내 손 나왔다’고 자랑하기도 했다”면서 웃었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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