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으로 변하는 간세포는 따로 있다
만성 B형 간염의 ‘큰 간세포변화’, 암 전단계
만성 B 간염이나 간경화 환자의 간세포가 크게 변하면 간암의 전 단계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세의대 병리학교실 박영년 교수팀은 B형 간염에 의한 간경화 환자 34명의 조직을
장기간 추적분석한 결과 B형 간염에 의한 만성 간염 및 간경변에서 관찰되는 ‘큰
간세포변화(Large Liver Cell Change)’가 간암 전 단계의 변화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간염을 앓게 되면 염증반응에 의해 물리적인 특성이 바뀌거나 DNA 손상이 일어나게
된다. ‘큰 간세포 변화’는 이런 세포의 변화가 다른 세포에 비해 많이 일어나는
현상을 뜻한다.
만성 간염 환자들에게서 흔히 관찰되는 ‘큰 간세포 변화’는 세포들이 ‘텔로미어(telomere)’길이의
감소, DNA 손상 증가, 세포 노화 반응 감소 등 암세포가 가진 특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텔로미어는 염색체의 끝 부분을 이르는 말로 모든 염색체는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복제되면서 끝 부분이 조금씩 잘려 나가다가 결국 세포사에 이르게 되는데 암세포는
여기에 이상이 생겨 정상적으로 세포가 죽지 않고 계속 자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대해 환자의 진단 및 간암의 발생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을
찾아내는 데 유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B형 간염에 의한 간암의 발생 비율이 높다”며
“간암은 발생 원인에 따라 그 발생기전이 다르기 때문에 국내 연구자에 의한 간암발생
기전 및 치료법에 대한 연구가 절실하다” 고 말했다.
한국인의 5~8%는 만성 B형 간염 바이러스를 갖고 있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B형
간염을 앓고 있다. B형 간염의 완치율은 20~30%에 불과하다.
B형 간염은 함께 밥을 먹거나 술잔을 돌린다고 해서 옮지 않고 주로 수혈이나
성관계 같은 혈액 교환을 통해 전염된다. 칫솔이나 면도기를 빌려 쓰는 것도 B형
간염이 옮을 수 있다.
한편 박영년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간하는 ‘소화기 암 분류(WHO Classification
of Tumours of the Digestive System’ 4판 개정의 공동저자로 참여하고 있다. 이
지침서는 전세계의 병리과 및 종양학과 의사들이 가장 많이 참고로 하는 책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