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단속, 피 뽑자고 우기면 손해
“혈액 측정법 가장 정확”
술을 마신 다음에는 무조건 운전대를 잡지 말아야 한다. 만약 술을 마신 후 운전대를
잡았다가 음주 측정을 당하면 ‘후~’하고 입으로 부는 음주 측정기 수치를 믿는
것이 좋다. 호흡식 음주 측정기 수치가 혈액을 채취해 직접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하는
방법보다 더 낮기 때문이다.
호흡기 측정과 혈액 측정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이운형 교수는 “호흡 측정법은 대사를 통해 날숨으로 나오는 알코올을 측정하는
것”이라며 “들숨과 날숨을 많이 하면 혈중 알코올이 폐에 있는 공기로 다 녹아
나오지 못해 호흡기 측정이 혈중 농도보다 낮게 측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몸으로 들어온 술은 식도, 위, 소장 등에서 흡수돼 모세혈관을 타고 온 몸을 돌게
된다. 실제 몸 속을 돌고 있는 알코올 양을 측정하는 것이 폐에 전달된 알코올이
호흡으로 배출되는 것을 측정하는 것보다 수치가 높을 수 밖에 없다.
혈액 검사법은 알코올의 휘발 성질을 이용해 측정한다. 채취한 혈액에 일정 온도를
가하면 알코올 성분이 날라가는데 이 날라가는 기체의 양을 측정한다.
혈중 알코올을 측정할 때에는 바늘을 꽂는 부위를 알코올 솜으로 닦지 않고 요오드
액 등으로 대치한다. 알코올 솜으로 피부를 닦다가 남아 있는 알코올이 주사기로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알코올 검사 자체가 예민하기 때문이다.
이운형 교수는 “혈액 검사는 수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인은 모두 제거하기
때문에 채혈 검사가 가장 정확하다”며 “혈액 측정 수치 자체를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음주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일부 사람들이 사용하는 구강청정제에도 알코올 성분이
있기 때문에 호흡 측정에서 오히려 알코올 수치가 올라갈 수도 있다. 알코올 수치를
낮추기 위해 초콜릿이나 사탕을 먹는 사람들도 있는데 알코올 수치를 낮추는 데에는
별 효과가 없다.
이와 관련 경찰청 교통안전계 강용진 경위는 “알코올이 몸에 들어가면 30~90분
지난 후 알코올 수치가 상승하게 되는데 호흡 측정 후 혈액 측정을 원하는 사람들은
서류 작성, 병원 이송 등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알코올 수치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며 “규정에도 ‘혈중알코올농도’로 정해져 있지만 행정력 낭비와 국민 불편
때문에 부득이 호흡기 측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소남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호흡식 음주 측정 후 혈액을 채취해 재검사를 했을 때 수치가 더 높게 나온 경우가
86%인 1만 569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