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유산’ 치매 할머니 유서 효력은?

정신과 전문의 “엄격한 정신 감정 필요”

시청률

40%를 웃도는 SBS TV주말 연속극 ‘찬란한 유산’에서 극중 진성설렁탕 사장으로

등장하는 장숙자 할머니(반효정 분)의 대표이사 해임 여부가 18일 방영분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드라마에서 해임안을 주장하는 세력의 주요 근거는 장 사장이 알츠하이머성

치매 진단을 받은 상태란 점.

치매 초기인 할머니가 대표이사 임무 수행 능력이 있는지, 치매 초기인 할머니가

변호사를 통해 작성한 유언장이 법적 효력이 있는지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런 문제를 풀려면 치매 초기가 정신활동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야

한다.

장숙자 사장은 어린 나이에 유복자를 가진 채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뒤 갖은 고생

끝에 식당을 차려 기반을 잡은 자수성가형 캐릭터다.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정신을

잃은 적이 있는 장 사장은 자신을 구해준 고은성(한효주 분)에게 진성식품 주식을

포함한 자신 명의의 모든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유언장을 변호사를 선임해 작성했다.

치매는 초기(발병 후 1~3년), 중기(발병 후 2~10년), 말기(발병 후 8~12년)로

나눌 수 있다. 초기에는 판단력에 이상이 없으나 집에 누가 다녀갔는지 등 일상적인

기억력이 떨어지게 된다. 중기에는 멀쩡한 상태와 혼돈 상태를 자주 오가고 갑자기

헷갈려 하거나 일상생활에 필요한 동작에도 어려움을 겪곤 한다. 말기가 되면 모든

지적 능력이 심하게 손상되며 대소변을 못 가리게 된다.

극중 장 사장은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은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고 일상생활이나

업무에 별다른 지장을 받지 않고 있어 치매 초기에 해당된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나덕렬 교수는 “치매 초기에는 행동에 굴곡이 있을 수 있지만 자주 정신이 왔다갔다

하지 않는다”며 “기억력은 분명히 떨어지지만 판단력은 보통 정상이므로 작성한

유언장은 효력을 가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언장과 같은 중요한 사안이 엮여있을 경우 전문의들은 치매 증상에 대한 의학적인

판단이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대병원 정신과 조맹제 교수는 “치매 초기에는 익숙하게 해오던 일에 지장을

받지 않지만 새로운 결정을 할 때에는 혼란이 오기도 하는 등 환자에 따라 그 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다”며 “전문가의 엄격한 정신 감정이 있어야만 유언장의 효력 여부가

정해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법무법인 해울의 신현호 변호사는 “유언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것은 사실 확정의 문제이기 때문에 증상별, 상황별 경우에 따라 유언장 효력

여부가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며 “원칙적으로는 심신 미약 상태에서 법률 행위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맹제 교수는 치매 상태에서 이사회의 퇴진 압박을 받는 장 사장의 상황에 대해

“농사, 집안일처럼 평소에 해오던 단순한 일을 할 때에는 지장을 받지 않지만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성격의 일이라면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업무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 사장이 운영하는 진성식품은 최근 2호점 매출 증가를

위한 새로운 일을 추진하는 상황이라는 점이 퇴진 압박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을

것 같다.

계단에서 굴렀다고 치매 생길까

전문의들은 치매의 발단이 외상이라는 설정은 비약이라고 입을 모은다. 장 사장은

홀로 옛 생각에 잠겨 떡을 팔러 나섰다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정신을 잃은 적이

있고 이 때의 외상이 치매의 큰 원인으로써 작용햇다. 나덕렬 교수는 “외상이 치매의

많은 요인 중 하나는 될 수 있지만 이미 치매가 있었다가 머리를 다쳐서 증상이 악화된

경우를 제외하고 한 번의 외상으로 치매가 온다는 것은 드문 일”이라며 의학적으로는

맞지 않는 설정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펀치를 반복적으로 맞는 등 머리에 지속적인

손상이 있었다면 이는 치매를 유발할 수도 있다.

장 사장이 치매 증상을 더 악화시키지 않으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나 교수는

약물 복용을 꾸준히 하고 운동, 두뇌 훈련 등을 게을리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고혈압이나 당뇨가 함께 올 경우 뇌졸중이 오기 십상이므로 식생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장기적인 스트레스는 치매를 악화시키기 때문에 회사 일에 신경을 많이 쏟는 것은

건강에 안 좋을 수 있다. 꽃꽂이처럼 손을 사용하는 활동도 치매 완화에 도움을 준다.

극 중에서 들꽃을 좋아하는 장 사장에게 꼭 맞는 취미 생활이기도 하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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