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예정 국산 신종플루백신 안전할까
전문가 “검증 시간 없어 예정대로 접종은 어렵다”
국내에서 처음 생산되는 신종플루 백신의 허가와 예방접종 시기가 너무 촉박하게
잡혀있어 안전성을 제대로 검증할 시간이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백신 원료인 유정란의 공급과 관리 과정에도 안전성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고 말한다.
국산 백신 공급을 서두르다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질병관리본부는 6일 제약회사인 녹십자에 의해 처음 공급되는 신종플루 백신의
허가 시기는 늦어도 10월전에 이뤄져야 가을철에 대비한 예방접종을 실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전성 검증 서두르면 부작용 위험”
전문가들은 질병관리본부의 발표대로라면 지금부터 백신의 허가와 예방접종까지
효과와 부작용 등을 검증할 시간이 3~4개월밖에 없다면서 이 기간으론 최소한의 안전성
검증작업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신종플루 백신의 안전성 유효성을 심사 평가해 시판 허가를 해주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안전성 유효성 검사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키는 신속심사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올해
안 허가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돼지독감 백신을 접종받고 최소한
25명이 사망한 미국 포트 딕스 사건의 사례는 ‘백신은 절대 서둘러 만들어선 안된다’는
교훈을 남긴 것”이라며 “제 아무리 위기상황이라도 안전성이 검증안된 백신을 허가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국가예방접종심의위원회와 감염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 안전성을 확보하면서도 최단시간 안에 예방 접종이 가능하게끔 백신 허가일자의
조정에 대해 식약청과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녹십자 외에 국내공급
의사를 밝힌 노바티스, 아벤티스 등 다국적제약사와 계약을 위한 단가조정 작업에도
착수했다”고 덧붙였다.
녹십자 관계자는 "안전성 평가에 관한 한 식약청이 정한 규정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유정란 안전성도 문제
전문가들은 백신 원료인 유정란(부화 가능한 계란)에 대한 안전성 문제도 쉽게
넘길수 없다고 말한다.
코메디닷컴은 지난 2일과 3일 두 차례에 걸쳐 화순공장의 신종플루 백신 생산
공정과 양계단지에 대해 현지 취재를 할 수 있도록 협조해주고 유정란의 세균감염
방치 대책을 설명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녹십자 측은 ‘기밀사항’이란 이유로
모두 거부했다.
일반적인 인플루엔자 백신과 같은 방법으로 생산되는 신종플루 백신은 10일간
부화를 거친 유정란에 종자 바이러스를 주입해 배양한 뒤 바이러스를 추출해 순도를
높이고 독성을 약하게 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 진다.
녹십자 신종플루 백신 공장은 전남 화순군 화순읍에 있지만 유정란 생산단지는
공장과 약 15km 정도 떨어진 화순군 파평면과 이양면 2곳에 있다.
충남대 축산학과 서상희 교수는 “유정란에 대한 안정적 공급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세균감염이 없어야 한다”며 “철저한 무균시설내에서 생산된 유정란이라도 공장으로
옮기는 과정이나 공장내 제조공정에서 부주의에 의한 감염은 수시로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절대 녹십자를 두둔할 생각은 없다”며
“녹십자의 제조공정 곳곳에 문제점이 있을 수 있으나 신종플루 대유행이 코앞에
다가온 현실에서 언제까지 비판만 하고 있을 수 없기에 지금은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
등이 함께 나서 녹십자가 어떻게 하면 짧은 시간안에 백신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지혜를 모아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백신확보 예산 총 2112억 원 책정
정부는 올 추경예산에서 182억 원을 책정한데 이어 지난 3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가을철로 예고된 신종플루 대유행에 대비해 약 193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전국민의
27%에 달하는 약 1300만 명분의 백신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백신 2600만
도즈를 구입할 수 있는 금액이다. 1도즈는 주사 1회 분량이고 신종플루 백신접종은
4주 간격으로 2회 주사한다.
녹십자는 2일 화순공장 준공식을 갖고 신종플루 백신 상품화를 위한 검사와 시험용
백신 39만개의 생산을 시작했으며 올해 안에 생산 가능한 총량은 약 500만 도즈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