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 왜봐? 공포-기쁨 한 감정이니까
“최고 기쁨 느끼려면 상황 무서워야” 새 해석
식은땀 나게 하는 공포영화들이 여름사냥을 위해 속속 개봉될 예정이다. 할리우드
공포영화 ‘드래그 미 투 헬’이 6월 11일, 한국
공포영화의 대표작인 여고괴담 시리즈의 다섯 번째인 ‘여고괴담 5: 동반자살’이
6월18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무서우면 외부 온도 더 낮게 느껴져
영화계에 ‘공포영화=여름’ 공식이 성립된 것은 실제로 무서운 것을 보면 오싹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공포감을 느끼면 교감신경이 흥분되면서 땀샘이 자극돼 식은땀이
난다. 또한 공포감으로 체온이 올라가면서 외부 기온이 실제보다 더 차갑게 느껴지기도
한다.
공포를 느끼면 뇌의 편도체가 경고 신호를 온몸에 보낸다. 이에 따라 아드레날린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필요 없는 대사과정은 생략된다. 여차하면 몸을
움직이기 위해 소화기관에서 근육으로 피가 쏠리며 이에 따라 소화기관은 잠시 활동을
멈춘다.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이 뛰며 혈압이 올라가는 것도 신속한 몸동작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온 몸이 최고 경계 상태로 바뀌는 것이다. 등골이 오싹해진다는 느낌은
이런 신체 변화에 따른 것이다.
왜 굳이 공포영화를 보려 할까?
즐거움을 쫓고 고통을 피하는 게 인간의 기본 욕구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무서운
공포영화를 보면서 소름끼침, 혐오감 같은 부정적 기분을 맛보려 할까?
사람들이 공포물을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이론에는 두 가지가 있어 왔다.
하나는 두려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화를 통해 흥분을 느끼기 위해 본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공포영화가 끝남과 동시에 찾아오는 안정감과 행복감을 맛보기 위해
공포물을 찾는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최근 새로운 해석이 추가됐다. ‘두렵다’와 ‘재미있다’는 감정은 정반대인
것 같지만 사실 사람 마음속에서는 이 두 감정이 아주 가깝다는 주장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에두아르도 안드레이드 교수와 플로리다대학의 조엘 코헨 교수는 ‘소비자
연구 저널(Journal of Consumer Research)’ 2007년 8월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런
새 이론을 내놓았다.
그들은 “기분 좋은 감정과 불쾌한 감정을 동시에 느끼기 어렵다고 사람들은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공포 영화를 보는 사람은 좋지 않은 감정을 느끼기 때문에
행복하다. 두 교수는 ‘특정 사건 가운데에서 기쁨이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은 두려움을
가장 크게 느낄 때’라는 말로 자신들의 입장을 정리했다.
‘공포에 맞서 보는 경험’의 의미도
일상과 다른 자극을 경험하기 위해 공포영화를 본다는 해석도 있다. 명지대 문화심리학과
김정운 교수는 “공포는 특별한 자극을 경험할 수 있는 감정 상태를 몰고 온다”며
“일상에서 벗어나는 쉬운 방법으로 더 강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현대인은
찾기 때문에 공포영화는 가장 보편적인 자극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포에 맞서 보는 경험에 공포영화의 의미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김어수 교수는 “심한 공포감을 갖고 있는 일부 사람들은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역공포 반응(counter-phobic reaction)을 이용한다”며 “이는 공포감을 떨치기
위해 오히려 공포물을 적극적으로 찾아가 대항하는 자세로 표현된다”고 말했다.
어떤 대상에 대해 깊숙이 깔려 있는 무서움과 두려움을, 공포 대상을 찾아 직접 부딪힘으로써
표출해 내려는 심리가 공포영화를 찾는 심리의 바탕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