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피부에는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1000종(種) 가량의 세균이 살고
있으며, 세균 숫자가 가장 많은 곳은 배꼽, 겨드랑이 등 축축한 부위이고, 세균 종류가
가장 많은 곳은 팔뚝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사실은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인간게놈연구소의 줄리아 세그리
박사 팀이 건강한 성인 10명의 피부에서 DNA 샘플을 채취해 배양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측정한 결과 밝혀졌다.
과거 피부를 면봉으로 문지른 뒤 세균을 배양시키는 방법으로는 인간 피부에 사는
세균의 종 숫자가 500~600개를 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세그리 박사 팀이 새로운
방법으로 측정한 결과 사람의 피부에 사는 세균 종류는 1000 가지를 훨씬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신체부위 20곳에서 DNA 샘플을 채취했으며, 그 결과 11만 2000가지 이상의
세균 유전자 염기서열이 확인됐다. 최종 분석 결과 세균 종류는 1000여 가지를 넘었으며,
속(屬: 種의 상위 그룹) 숫자는 205가지였다.
연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인간의 몸을 사막에 비유했다. 바짝 마른 모래 같은
곳이 있는가 하면, 오아시스처럼 축축한 곳, 또는 유전처럼 기름이 철철 넘치는 곳이
있기 때문이었다.
축축한 부위는 코 속, 겨드랑이, 팔꿈치 안쪽 등으로 세균이 살기에 적합해 가장
많은 세균이 살고 있다. 건조한 부위는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며, 세균
숫자는 ‘오아시스’ 부위보다 적어도 세균 종류가 다양하다는 특징이 있었다. 특히
팔뚝에는 44가지 종 세균이 살고 있어 세균 종류가 가장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상 기름이 분출되는 ‘유전’ 지역은 세균이 가장 못 사는 부위다. 양 눈썹
사이, 코 옆, 귀 뒤쪽 등이 대표적으로, 이런 기름진 부위에는 세균 숫자가 적었으며
기름진 환경에 적응한 세균만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귀 뒤쪽 피부에 사는 세균은
19종에 불과, 세균 가짓수가 가장 적었다.
세그리 박사는 “피부 각 부위에 사는 세균 종류가 밝혀짐에 따라 앞으로 건선,
습진 같은 피부질환이 왜 부위별로 다르게 일어나는지 등을 알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한 “세균 중에는 몸에 이로운 것들도 있다”며 “깨끗한 것은 좋은
것이지만 건강해지기 위해 반드시 깨끗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 둘만
하다”고 소개했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지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발표됐으며,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등의 온라인 판이 29일 보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