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의날]키스, 짝 알아내는 짜릿경험

짧은 키스로 우리는 상대방 완전히 파악해낸다

[성년의날]키스, 짝 알아내는 짜릿경험키스를 할 때 우리 뇌는 입, 입술, 혀로부터 올라오는 수많은 정보를 정리하느라

분주하다. 그도 그럴 것이 뇌에서 바로 뻗어 나오는 12개의 뇌신경(cranial nerve)

중 5개가 입 주변에 몰려 있기 때문에 키스만큼 엄청난 정보량을 한꺼번에 뇌에 전달하는

강렬한 경험도 드물기 때문이다.

인간은 왜 키스를 하는지, 왜 키스가 사랑을 확인하는 첫 출발점이 되는지를 ‘성년의

날’(매년 5월 셋째 월요일, 올해는 5월18일)을 맞아 그간의 연구 성과를 중심으로

알아본다.

내 짝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첫 관문

미국 뉴욕주립대 진화심리학자 고든 갤럽 교수는 2007년 연구에서 대학생 1041명을

대상으로 키스의 의미를 물었다. 그 결과 남학생들은 키스를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과정의 하나”라고 대답한 반면, 여학생들은 “이 남자와 계속 만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단계”라고 대답했다.

고든 교수는 “여자는 키스를 통해 관계를 계속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며,

이는 남자와 달리 여자는 아이를 키우는데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양육

책임을 나눌 만한 남자인지 알아보는 진화적 발전 과정을 여자들이 겪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런 ‘테스트’를 여자들은 하기 때문에 여학생 중 63%는 “마음에 드는 상대였지만

첫 키스를 한 뒤 나도 모르게 관계를 끝내게 됐다”고 대답했다. 남학생의 59%도

같은 대답을 했다.

여자는 키스만으로 부족하며 로맨틱한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라파옛대학의 심리학자 웬디 힐 교수는 15 쌍의 커플을 대상으로 키스 전후의

옥시토신과 코티솔 호르몬의 변화를 비교했다. 옥시토신은 사랑의 감정을 나타내는

호르몬이고 코티솔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키스를 한 뒤 남녀 모두에게서 코티솔은 줄어들었지만 옥시토신이 늘어난 것은

남자에게서 뿐이었다. 여자들에게는 키스라는 행위만으로는 부족하고 감정적 교감

또는 매혹적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에서 발달한 행위

키스는 언제부터 하게 된 것일까.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동물학자 데스몬드 모리스는

1960년대에 키스의 유래에 대해 “어미가 새끼에게 음식을 씹어서 입으로 전해주는

행동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입에서 입으로 먹이를 주는 행위는 새나 침팬지에게서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 인간도 이런 행위를 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먹이를 입에서 입으로 준다는 행위 자체가 사랑의 표현이며, 먹이가 부족할 때

배고프다고 울어대는 새끼들을 달래기 위해 입술을 내미는 행위가 키스로 발전했다는

것이 모리스 교수의 진화론적 해석이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내리사랑의 키스가 연인 사이의 뜨거운 키스로 발전하게 된

과정에 대해 페로몬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동물이 뿜어내는 화학물질인

페로몬은 암컷과 수컷이 짝짓기를 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에게 페로몬을

감지할 수 있는 기관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일부 실험들은 특히

여자가 냄새 감각에 남자보다 강하며 체취를 통해 성적으로 흥분하거나 자신에게

맞는 짝을 고르는 데 냄새를 활용한다는 결과를 보여 줬다.

미국 듀케인대학의 생물학자 새라 우들리 교수는 올 4월에 ‘일반 및 비교 내분비학(General

and Comparative Endocrinology)’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사람도 페로몬을 방출하며

냄새를 이를 감지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남자의 땀에 있는 안드로스테놀이라는

물질이 여자를 성적으로 흥분시키며, 남자는 여성의 질 호르몬인 코퓰린 냄새를 맡으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급속히 올라가면서 성욕을 자극 받는다”고 주장했다.

사람에게 정말 페로몬이 있다면 뇌신경의 절반 정도가 몰려 있는 입을 통해 상대방의

냄새와 맛, 미세한 움직임까지 낱낱이 알 수 있는 키스야말로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순식간에 알아낼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 된다.  

‘작은 침팬지’ 보노보, 프렌치 키스를 하다

혀를 주고받는 이른바 ‘프렌치 키스’는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관찰도

있다. 미국 에모리대학의 동물학자 프란스 드 발 박사는 저서 ‘자연 충돌의 해결(Natural

Conflict Resolution, 2000년)’에서 자신의 경험을 적어 놓았다.

그는 한 동물원 사육사에게 우정의 표시로 보노보에게 입맞춤을 하라고 했는데,

잠시 후 이 사육사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입술을 갖다 댔더니 보노보가 바로 혀를

사육사 입속으로 밀어 넣어 졸지에 프렌치 키스를 당했다는 것이다. 보노보는 침팬지,

고릴라와 더불어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동물일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사회적

의사소통을 성행위로 해결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동물이다.

 

보노보가 프렌치 키스까지 할 줄 안다면 인간,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의 조상

역시 키스를 할 줄 알았다는 결론이 도출될 수도 있다.  

키스할 땐 왜 대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릴까?

키스할 때 대부분 사람은 고개를 오른쪽으로 기울인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감정을

관장하는 오른쪽 뇌가 왼쪽 뺨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는 둥 설이 분분했지만,

독일 보훔대의 심리학자 오누르 귄튀르퀸 교수가 주장한 ”어렸을 때 어머니 젓을

빨던 버릇 때문“이라는 설이 가장 설득력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는 키스할 때 고개를 오른쪽으로 기울이는 사람이 왼쪽으로 돌리는 사람의 2배나

되며, 이는 어렸을 때 어머니 품에 안겨 있을 때 젖을 빨려 어머니 쪽으로 향하는

행위가 바로 고개를 오른쪽으로 트는 행위였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엄마의 사랑을

찾아 오른쪽으로 파고드는 버릇이 키스할 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해석이다.

엄마가 왼손잡이건 오른손잡이건 상관없이 대개 아기를 안을 때는 왼쪽 팔로 아기를

받쳐 안는다는 점에서 이 해석은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는 것으로 인정된다.

    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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