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 알코올 측정기’에 찬반 논란
“모유 먹여도 술마실 권리” 대 “신생아 위험”
모유 속의 알코올 성분을 간단히 측정할 수 있는 진단 제품이 출시되면서 모유를
먹이는 임산부가 술을 마셔도 되는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이 불붙고 있다.
미국 텍사스 소재 업스프링 베이비 사는 최근 모유 속 알코올 성분을 측정할 수
있는 제품 ‘밀크스크린’을 발매했다. 이 측정기는 오줌을 이용한 당뇨병 측정 막대처럼
막대 끝에 시약이 발라져 있으며, 모유를 한두 방울 떨어뜨리고 2분 정도 기다리면
색깔이 변하거나 그대로 있으면서 모유 속 알코올 성분이 0.03% 이상인지 미만인지를
알려 준다.
이 제품은 모유 속의 알코올 함량이 0.03% 미만이면 아기에게 안전하다는 연구
논문 등을 결과로 만들어졌으며,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임신부의
음주에 반대하는 단체들은 “무책임한 제품”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업스프링 베이비 사는 “임상 연구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산출했으며 식품의약국의
승인까지 받아 제품의 정확성에 자신 있다”며 “밀크스크린은 음주 문제를 겪는
임산부에 팔기 위한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엄마를 돕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태아 알코올 증후군(FAS) 국제기구의 수잔 플라이셔는 “이런 주먹구구식 측정
방식은 신생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알코올은 여성의 체내에 12시간 정도만
머물지만 신생아 몸에는 최대 72시간이나 남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모유 속 알코올이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매우 적은 편이다. 일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임산부가 섭취한 알코올의 약 2%는 혈류에 흡수돼 술을 마신
후 30~90분 사이 모유 속 알코올 함량이 계속 증가한다. 또 다른 연구는 신생아의
덜 성숙된 간은 아주 적은 양의 알코올조차도 해독할 수 없다고 보고했다.
모유 수유 중인 엄마가 술을 마셔도 되는지에 대해 영국의학협회는 “절대 술을
마시지 말라”는 반면, 영국 왕립대학 산부인과 학자들은 “일주일에 두 번 한두
잔씩 마시는 것은 대체로 안전하다”고 밝혀 혼선을 빚고 있다.
‘초보 엄마를 위한 모유 수유 지침서’를 펴낸 조앤 영거 박사는 “정확히 얼마만큼의
알코올 섭취가 아기에게 안전한지에 대해선 충분한 정보가 없다”며 “모유 수유
중인 임산부의 음주는 아기의 운동 발달이나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 데일리메일 온라인판 등이 15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