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 ADHD 누그러뜨리는 컴퓨터 게임 개발
신민섭 교수팀, 집중력 강화 브레인 오아시스 선봬
주부 김 모 씨(36, 서울 은평구)는 초등 1학년 아들 민이(가명) 때문에 전화벨이
울리기만 해도 깜짝 놀란다. “학교에 와 달라”는 담임선생님의 냉랭한 목소리를
들을까봐서다. 김 씨는 민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벌써 대여섯 번 학교에 불려가
머리를 조아렸다. 김 씨는 담임선생님에게 “민이를 특수반으로 옮기는 게 어떠냐”는
말을 들었다.
민이는 수업시간에 가만히 앉아있지 못한다. 교실 뒤쪽으로 슬쩍 기어나가 교실과
학교를 휘젓고 다니고 반 친구들을 갑자기 때리곤 한다. 시험을 볼 때도 문제를 시간
내에 읽지 못해 백지에 가까운 상태로 제출하기 일쑤다. 민이는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인 ‘○○왕 카드’로 달래도, 회초리로 때려도 그 때 뿐이다.
김씨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아이를 버리려고 경찰서 문 앞까지 데려간 적도
있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주변에서는 소아정신과에 데려가 보라고 권했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민이의 아버지는 “초등학생인데 무슨 정신과”라며 반대했다. 김
씨는 현재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
회사원 이모씨(33, 경기 성남 분당구)는 퇴근 후 매일 6살배기 아들과 전쟁이다.
이씨는 “학습지를 풀도록 아이를 책상에 앉히는 데만 한 시간가량을 씨름하고 겨우
앉혀 놔도 5분을 채 못 버틴다”며 “아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한숨지었다.
아홉 살 수연(가명)이 엄마 윤 모 씨(37, 서울 송파구)는 주위로부터 딸이 정신지체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수연이는 자신에게 말하는 사람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딴
데 정신을 판다. 화를 내도 칭찬을 해도 수연인 엉뚱한 반응을 보여 지능이 낮아
보였다. 머리가 나쁜 아이는 아니기에 윤 씨는 아이 상태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최근 김 씨는 눈이 번뜩 뜨이는 소식을 들었다. 게임을 통해 산만한 증세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아들이 다른 모든 일에는 도저히 집중을 못해도 컴퓨터 게임에는
몰두한다는 데 생각이 미친 엄마는 이 방법을 써보기로 했다.
지금은 ‘펠피쉬’라는 별명을 가진 미국의 수영 천재 펠프스(24)도 7살 때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은 조용하면서도 공격적인 아이였다. ADHD의 특징인
넘치는 에너지로 물살을 가르던 펠프스는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8관왕에 오르며
올림픽 수영의 역사를 바꿔놓았다.
게임 10주 만에 주의력↑ 충동반응↓
관심 없는 일에는 도통 집중하지 못하는 산만한 아이들의 집중력을 컴퓨터 게임으로
키워줄 수 있다는 사실이 임상연구 결과 밝혀졌다. 양 잡기 게임, 퍼즐조각 맞추기,
미로 찾기 등 주의집중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고안된 인터넷 게임을 놀이처럼 반복
훈련하던 아이들이 달라졌다.
서울대 의대 신민섭 교수는 ADHD 진단을 받은 초등학생 26명을 대상으로 주의집중력
향상 게임을 1주일에 한번 30분씩 병원에 들러 10주 동안 시켰다. 훈련에 사용된
게임은 신민섭 교수가 서울대 산업공학과 조성준 교수와 함께 개발한 집중력 향상
프로그램 ‘브레인 오아시스(www.kormedi.com/brainoasis)’였다.
신민섭 교수는 임상연구에 참가한 ADHD 아이들의 성적을 최근 공개했다.
그 결과, 아이들의 주의력을 방해하는 시각 자극에 대한 아이들의 충동적 반응
점수는 훈련 전 평균 70.2 점에서 훈련 후 56.2점으로 감소되었다고 신 교수 팀은
밝혔다. 이 점수는 65점 이하라야 정상 판정을 받는다.
지속적 주의력과 주의전환 및 주의배분 능력을 평가하는 색 선로 검사에서도 어린이들의
점수는 훈련 전 42.7점이던 것이 훈련 후 50점으로 바뀌어, 정상 범위의 점수를 보였다.
습관화된 반응을 지시에 따라 의식적으로 억제해야 하는 STROOP 검사에서도 훈련
전 46점에서 55점으로 성적이 좋아졌다.
이 결과 점수들은 T값으로서, 원 점수를 평균 50점, 표준편차 10점으로 변환한
표준 값이다.
약물치료와 집중력 훈련 겸해야 효과 만점
신 교수는 “ADHD는 집중력 향상 게임만으로 치료할 수 없지만 약물 치료와 함께
지속적인 주의력 훈련을 하면 치료 효과가 높아진다”며 “집에서 아이들이 집중력
향상 게임을 반복해 하도록 부모가 보조 치료자 역할을 맡으면 치료 효과뿐 아니라
자녀와의 관계도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는 부주의, 과잉행동, 충동적인
성향을 보이는 장애로, 전두엽 기능 저하와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때
치료하지 않을 경우 성적이 떨어지고 학교생활 등에 적응하지 못해 정서적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신 교수는 “동물에 비해 인간에게서 두드러지게 발달한 뇌 전두엽의 발달은 3~8세에
가장 활발하고 20세까지 지속되기 때문에, ADHD 증세가 나타나면 서둘러 적절한 치료와
훈련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정유숙 교수는 “ADHD에 대한 비약물 치료가 약물치료를
대신할 수는 없다”면서 “오랜 ADHD 때문에 환자의 대인 관계와 자존심 등에서 2차적인
문제가 굳어진 경우 사회심리치료 등의 비약물 치료를 함께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DHD는 현재 한국에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학교보건진흥원이 지난해 서울의
초등학생 1만50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21%가 이 증세를 보였다. 2차 면접검사를
통해 전체의 4% 정도가 ADHD로 최종 진단 받았다.
그러나 당시 면접 참여율이 절반밖에 안 돼 실제 환자 어린이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ADHD 전문가들은 ADHD 증세 어린이를 “초등학교 한 학급에 적어도
한두 명 꼴”이라고 말한다. 학교보건진흥원은 ADHD를 일찍 알아내 치료하기 위해
ADHD 학생에 대한 관리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브레인 오아시스는 병원을 방문해야 할 수 있었던 집중력 향상 게임보다 더 우수한
내용의 게임을 저렴한 비용으로 집에서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병원에서
집중력 향상 게임 치료를 받는 데 드는 비용은 1백~2백만 원이나 하지만 브레인 오아시스는
현재 한달 2만 8000원이며 이용할 수 있으며 3개월 이상 등록하면 할인도 받을 수
있다. 또한 브레인 오아시스 웹사이트에 2월 18일~3월 15일 사용 후기를 올리면 추첨을
통해 백화점 상품권, 문화 상품권, 브레인 오아시스 1개월 이용권을 주는 행사도
펼쳐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