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지면 갖고 싶어진다
더 오래 만진 사람이 더 비싸게 물건 구입
물건을 만지면 사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과 일리노이
주립대학 연구진은 물건을 만지는 것이 물건을 사는 데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험했다.
연구진은 대학 내 매점에서 144명에게 10달러씩을 주고 머그컵을 직접 만져볼
수 있게 한 뒤, 공개 경매 또는 비공개 경매 형식으로 판매하는 실험을 했다. 연구진은
실험을 두 방식으로 나눠 각각 10초와 30초 동안만 물건을 만질 수 있게 했다.
비공개 경매에선 사람들에게 최고 입찰가격을 종이에 적어 내도록 해 서로 입찰가를
알 수 없도록 했다. 반면 공개 경매에선 현재 제시된 최고 입찰가와 남은 경매 시간을
알 수 있도록 표시했다.
연구진은 실험 대상자들에게 경매 시작 전 머그컵의 소매 가격이 3.95달러라고
알려 줬으며, 가까운 대학 서점에서도 똑같은 컵을 살 수 있다고 알렸다.
실험 결과, 머그컵을 30초 동안 만진 사람은 10초 동안 만진 사람보다 더 높은
입찰가를 제시했다. 접촉 시간만큼 물건에 대한 애착이 증가한 것으로 해석됐다.
심지어 30초 동안 머그컵을 만진 사람들은 7번 중 4번 꼴로 소매가보다 더 높은
가격을 불렀다.
반면 10초 동안 물건을 만진 피실험자들의 입찰가는 소매가를 넘은 경우는 단
한 번에 그쳤다.
공개 경매 결과, 30초 동안 머그컵을 만진 사람은 평균 3.91달러를, 10초 동안
만진 사람은 평균 2.44달러를 각각 입찰가로 제시했다.
비공개 경매에서도 30초와 10초 동안 만진 사람은 각각 평균 3.07달러와 2.24달러를
제시해 차이가 드러났다.
오하이오 주립대 심리학과 아키스 명예교수는 “물건을 만지게 한 시간의 차이는
20초에 불과했지만 매겨진 값은 눈에 띄게 달랐다”고 말했다.
이 연구를 주도한 일리노이 주립대 정보시스템학과 제임스 울프 박사는 “물건을
만지기 시작하면 그 물건을 자기 것처럼 느끼고 더 오래 갖고 싶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많은 가게들이 이런 심리를 이용해 ‘써 보고 사세요(try-then-buy)’ 전략을 구사한다.
자동차 판매상은 시운전을 해보도록, 애완견 판매점은 강아지와 놀아보도록 서비스한다.
울프 박사는 “만지면 산다는 소비자 심리를 이용하면 좀 더 많이 팔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연구 결과는 ‘판단과 의사결정(Judgment and Decision Making)’ 저널에 최근 게재됐으며,
미국 의학논문 소개 사이트 유레칼러트, 미국 온라인 과학뉴스 사이언스 데일리 등이
7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