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생님과 세로토닌

이선생님과 세로토닌볼티모어

서쪽에 있는 샌드타운이라는 마을에서 그로서리를 하고 있는 이선생님은 내가 존경하는

분이다. 언제 보아도 다정다감하신 이선생님을 뵈면 늘 돌아가신 친정아버님을 대하듯

푸근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남달리 강건한 신체를 지닌 것도, 크게 재산가이지도

않지만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일로 늘 주말을 보낸다.

볼티모어 구석구석 험한 곳, 배고픈 이웃들에게 무료 식사를 돌리는 일만도 햇수를

세기 어려울 정도고, 몇 년 전부터는 겨울에 가난한 흑인 이웃들에게 따뜻한 옷을

입히는 일도 하고 계신다.

몇 년 전부터는 탈북 동포들이 숨어 지내는 움막에 온돌을 놓아 주러 남몰래 중국에

다녀오시곤 한다. 말수가 적은 이선생님의 여행 이야기와 주위 어려운 이들이 사는

사연을 들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 각박한 세상에 아직도 이렇게 맑은 분이

있구나”는 감탄에서부터 “나도 늦기 전에 의미 있는 일로 삶을 꾸며야지…”까지,

인생의 스승으로 여김에 모자람이 없는 분이다.

‘메디컬라운지’에 웬 친구자랑이냐고 하시는 분을 위해서 설명을 하자면, 육체적

건강은 정신건강과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고, 이선생님과 같이 이웃의 아픔과

소외까지도 챙기는, 정신이 튼튼한 분이 많아져야만 한인사회가 건강하게 된다고

믿기 때문인데, 여기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우리 몸에서 생성되는 '세로토닌'은 감정이나 기분상태를 좌우하는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이다.

체내 세로토닌 함량이 모자라면 우울증을 비롯하여 불안, 자살 충동까지 이르는 절망에

빠진다 한다. 따라서 거의 모든 항우울증 치료제는 체내에서 세로토닌의 농도를 높이는

작용을 한다.

때때로 기분이 가라앉아 있을 때 따뜻한 국수나 빵을 먹으면 조금 기분이 나아질

수 있는데, 탄수화물이 세로토닌 생성을 촉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데

최근 한 연구에 의하면 사람이 아무런 목적 없이 선행을 베풀면 수혜자는 물론이고

선행을 하는 사람에게서도 아주 강한 세로토닌이 생성된다고 한다.

이때 생성되는 세로토닌은 그 강도나 지속성이 음식이나 약물에 의한 것에 비해서

매우 높다고 한다. 더 놀라운 일은 그런 선행을 목격하거나 들어서 2차 감동을 받는

사람에게도 세로토닌이 발생한다고 하니 한 동네에 '의인' 한 명만 있어도 온 동네가

건강해진다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각박하다는 이민생활을 하면서 주위를 돌아보고 자기보다 못한 처지에 있는 이를

돕고 배려하는 것은 곧 나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다.  오랜만에

이선생님께 전화 드려서 또 따뜻한 이야기와 세로토닌 한 바가지를 얻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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