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주의 의무

“자기야,

나 맹장수술 해야 한대. 지금 병원으로 와 줄 수 있어?”

결혼한 지 3개월에 접어든 꽃지(25세, 여) 씨는 울먹이며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며칠 전부터 속이 메슥거리며, 아랫배가 아파 왔다. 임신한 것 같아 기뻤으나 내색하지

않고 산부인과에 가 진찰을 받았다. 설렘도 잠시 의사로부터 “임신은 아니다. 맹장염

같으니 외과로 가보라”는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외과의사는 배를 만져 보았으나 반발통이 그리 심하지 않자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방사선과로 보내 복부초음파검사를 의뢰하였다. 방사선과 의사가 오른쪽 복부에 가스가

보여 맹장이 이미 터진 것 같다고 판독하자, 외과의사는 빨리 수술을 하지 않으면

복막염으로 죽을 수도 있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수술 후에도 계속 배가 아프다고 하자 그때서야 외과의사는 “떼어낸 조직검사

결과 단순장염이다. 방사선과 의사가 가스가 아닌데 잘못 읽었다고 하더라”며 사과하였다.

퇴원한 꽃지 씨는 다른 병원 산부인과에 가서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해 본 결과

임신으로 진단되었으나, 맹장수술을 하면서 조영제와 항생제, 마취제로 기형아 임신

위험이 높다고 하여 낙태를 할 수밖에 없었다.

법원은 ‘의료상의 윤리와 의학지식 및 경험에 터잡아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추이를 더 지켜보았어야 하는데 참고에 불과한 방사선과 소견을 믿고 서둘러 개복수술을

한 잘못이 있다’고 하여 과실을 인정했다.

의사에게는 완전무결한 진단이 불가능할지라도,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그 결과 발생을 회피하는 데에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여야 한다. 이 때문에

의사에게 고도의 교육과 훈련을 요구하고 있고, 이것이 사회가 의사를 존경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른 의사들의 오진으로 모든 책임을 지게 된 외과의사도 억울하겠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임신하지 못하는 꽃지 씨의 인생에 위자료 몇 푼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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