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나다고요? 평범한 의사예요”

‘카페+동네의원’ 제너럴닥터 정혜진 원장

“별나다고요? 평범한 의사예요”그곳에 가면 병원 소독 냄새 대신 커피 향이 난다.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홍익대학교

앞 놀이터 근처에 간판도 없이 위치한 제너럴닥터. 이 색다른 병원에 지난 3월 초

비뇨기과 여자 전공의라는 이력을 가지고 새 식구가 된 사람이 있다. 정혜진 원장(31)이

그 주인공.

병원, 카페, 의료디자인 3가지 분야를 접목시킨 제너럴닥터의 창시자(?) 김승범

원장과 함께 제너럴닥터의 또 한 명의 원장이 된 것이다. 제너럴닥터는 지난 2007년

5월에 문을 열고 일상과 의료의 구분이 없는 병원으로서 언론과 대중의 수많은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켜 왔다.

카페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정 원장을 ‘의사선생님’ 대신 ‘언니’, ‘아가씨’,

‘누나’라고 부른다. “제가 의사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이런 호칭들이 기분 나쁘지

않느냐고 묻기도 해요. 하지만 너무 당연한 거 아닌가요? 제가 의사로서 역할을 해야

할 때가 아닌 이상 굳이 의사라 불리는 것을 원치 않아요.”

의사를 상징하는 하얀 가운도 입지 않는다. 진료를 볼 때도 환자가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 위압감을 없애니 환자가 스스럼없이 자신의 증상을 얘기하고, 불편함을 보이지

않는다.

커피 향이 있고, 진료는 천천히

제너럴닥터의 공식적인 진료시간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다. 하지만

마지막 환자의 진료가 끝나는 시간이 곧 진료실 마감시간이다. 카페는 밤 12시까지

열려 있다.  

평일과 주말 합쳐 카페 아르바이트생은 모두 3명. 간호사 한 명과 함께 김승범

원장, 정혜진 원장이 번갈아 진료를 한다. 감기 환자가 오면 감기를 치료하고, 배가

아프면 소화계통을 진단해 처방을 내리는 동네의원이다. 제너럴닥터를 찾는 환자는

현재 하루 10명 안팎. 진료시간이 30분~1시간 정도 걸리는 병원 특성상 최대 하루

30명 정도의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단다. 하지만 목표는 하루 20명의 환자를 보는 것이다.

   

“제너럴닥터는 특별한 병원이 아니고, 제너럴이라는 말처럼 정말 평범한 병원입니다.

역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사실은 카페가 함께 있다는 점에서 특이하고 독특한 병원이라

할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 이뤄지는 진료방식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일반적이기 때문이죠.”

정 원장은 평범한 진료를 ‘최선을 다해 의사와 환자가 상호작용하는 것’이라

말했다. 우리나라 의료시스템 상 ‘빨리빨리 진료’가 당연시되고 있지만, 일반적이고

당연히 여겨야 할 것은 환자가 진료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항간에서는 카페와 병원을 같이 하는 것이 의료법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한다. “이곳은 카페 사업자와 병원 사업자 등록을 마치고 운영된 합법적인

병원입니다. 문제가 있었다면 지금 어떻게 환자를 진료하고 커피를 만들 수 있겠어요?

법적으로 전혀 문제 되는 것이 없어요.”

“아직은 수입 면에서는 어렵지만 좋아지고 있는 것은 확실해요. 애초에 김승범

원장이 돈을 벌겠다는 목적이 아니라 인간적인 진료를 하고 싶다는 뜻에서 세운 병원이거든요.

중요한 것은, 먹고살 만하고 의사로서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환자가 모두 만족할

만한 행보를 가고 있다는 거예요.”

대학병원서 말렸지만 ‘가운’ 벗어

외과의사가 되고 싶었던 그는 2005년 단국대 의대를 졸업하고 2006년 단국대병원에서

비뇨기과 전공의 과정을 시작했다. 내시경 수술, 현미경, 복강경 수술 등 발달된

의학기술을 접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고, 무엇보다 비뇨기과란 전공 특성상 ‘여의사

희소성’이란 매력도 놓치기 싫었다. 하지만 전공의 3년차에 병원을 박차고 나왔다.

“전공의였을 때 환자를 제대로 진료하고 싶은데 여러 가지 상황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게 싫었어요. 대학병원 의사들은 굉장히 바쁘잖아요. 여기저기 정신없이

불려다니고 진료하다 보면 정신은 흐려져 있기 일쑤고, 생각해왔던 ‘제대로 된 진료’를

하지 못하고 있었던 거예요.”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 의료시스템 상 어쩔 수 없구나, 자신도 다른 의사들처럼

그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던 어느 날, 친구가 좋은 카페를 소개시켜준다며

그를 불러냈다. 그 자리에서 김승범 원장을 만났다.

그에게 김 원장은 현재의 의료보험제도와 의료시스템에 정면으로 부딪치지 않고,

의사와 환자가 만족할 만한 제대로 된 진료가 이렇게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결국 전공의 과정을 그만두겠다는 사표를 냈다. 병원에서는 만류했다. 의사가 커피

팔아 어떻게 돈을 버느냐고.

환자와의 소통, 진정성이 경쟁력

어느덧 3개월이 지났다. 정작 전공인 비뇨기과 환자는 거의 없지만 모든 것이

익숙해졌고, 편하다. 집도 홍대 근처 오피스텔로 옮겼다. 하루하루가 즐겁고 의미가

가득하다. 정 원장이 생각하는 제너럴닥터의 경쟁력은 ‘진정성’이다. 환자의 일거수일투족이

기록된 진료노트가 그 의미를 더해준다.

“1시간 소통하는 가운데 나온 이야기들로 환자 진료노트를 쓰고 있어요. 진료기록서인

셈인데 환자가 증상을 이야기하면 그 시점에서 3개월, 6개월 전 쯤의 이야기도 나와요.

그런 것들이 모두 환자 정보가 되는 거죠. 5분 진료하고서 환자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증상을 100% 파악할 수 없죠. 이런저런 얘기를 꼼꼼히 듣다보면 그 환자의

증상, 원인, 과정까지 다 알 수 있어요.”

이같이 진료를 하다 보면 환자와의 거리가 훨씬 가까워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정 원장은 말한다. 전공의로 근무할 때는 느껴보지 못한 경험이라는 것.

“진정성을 가지고 환자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경제적 이익에 눈멀지 않고 의료의

참 의미를 되새기는 의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모범이라 하기엔 조심스럽지만

실험적인 바탕을 다지기 위해 앞서 노력하고 있어요.”

한 방향으로 몰려가지 않고 다르게 사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정상이 아닐까.

의사 가운을 벗은 의사, 정 원장을 보면서 아픈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낮은 자세로

다가가려는 의사들이 많아져야 건강한 세상이 더 일찍 열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은지 기자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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