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치료제가 만병통치약?

폐고혈압 치료, 심장병 예방 등 적응분야 늘어

K사 김 모 상무(50)는 요즘 매일 노란색 발기부전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다. 그것도

아내가 딸이 유학 중인 미국 뉴저지 주로 갔는데도. 바람을 피우려고? 아니다. 아내는

‘약을 잊지 말고 복용하라’는 메모를 남기고 떠났다.

“시알리스 20㎎ 한 알의 약효가 2~3일인데 이 약을 네 개로 쪼개 매일 복용하면

잠자리를 앞두고 쑥스럽게 복용할 필요가 없어요. 게다가 주치의가 심장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귀띔해줬습니다. 유럽에서는 매일 먹는 약의 승인이 났다고 해요.”

김 상무는 “매일 복용해도 쪼개 먹기 때문에 이전과 치료비 차이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산악인 박영석 씨(44)는 주황색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의 애용가로 알려져 있다.

고산지대에 다녀오면 기압 때문에 정자(精子)의 씨가 마른다지만, 그것 때문이 아니다.

발기부전치료제가 호흡곤란, 어지럼증, 두통 등 고산병(高山病) 증세에 특효이기

때문이다.

발기부전치료제가 영양제나 아스피린처럼 대접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 혈액에서

피떡이 생기는 것을 막는 아스피린이 온갖 성인병의 예방제로 각광받듯, 발기부전치료제의

숨어있던 효과가 양파껍질 벗겨지듯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어 의학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

 

발기부전치료제의 원리

현재 국내에서는 발기부전치료제로 ‘원조’인 화이자사의 비아그라를 비롯해서

발기 후 10분이면 효과가 나타나고 강직도에서 자랑인 레비트라(바이엘과 GSK), 복용

2~3일까지 효과가 지속되는 시알리스(얼라이릴리), 저렴하면서도 효과에서 외국제품에

뒤지지 않는 ‘국산품’ 자이데나(동아제약)와 야일라(종근당) 등이 치열한 시장경쟁을

벌이고 있다.

모두 음경에서 PDE-5 효소의 작용을 억제해서 음경해면체에 피가 많이 들어가고

적게 나오게 해서 발기를 유지시키는 원리다.

화이자사는 협심증(狹心症) 치료제를 개발하다 부작용으로 음경이 발기하는데

착안해서 비아그라를 개발했고, 다른 회사는 약의 작용은 같지만 성분은 약간씩 다른

약을 내놓았다. 이 때문에 화이자사와 릴리, 바이엘, GSK 등이 특허소송이 붙은 상태다.

이들 발기부전치료제는 거의 비슷하게 혈관을 확장해 여러 증세를 치료하는 효과가

있어 제약회사들은 ‘제2의 아스피린’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폐고혈압, 불임 등 확산되는 적응분야

발기부전치료제는 혈관의 내피(內皮)세포를 활성화하기 때문에 혈관 확장 효과가

있어 이와 관련한 여러 질병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비아그라의 용량을 줄인 ‘레바티오’는 심장에서 허파로 혈액을 보내는 폐동맥과

허파꽈리 주위의 혈관이 좁아진 ‘폐고혈압’의 운동능력 개선에 쓰이고 있다. 폐고혈압은

유아에서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발생하지만, 국내에서는 18세 이상 성인이

하루 세 번 복용하는 경우에만 시판이 허가됐다.  

똑같은 혈관 확장 원리 때문에 고산병의 증세 개선, 심장 혈관질환의 예방과 일부

심장병의 치료 등도 기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들 약이 뇌혈관에 피가 잘 흐르도록 해서 기억력 향상, 치매 예방

및 뇌졸중 회복에 효과적이라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지만 반대 연구도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이스라엘 연구진은 태아의 성장이 더딘 임신부에게 비아그라를 먹였더니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피가 잘 공급돼 태아의 성장이 빨라졌다고 발표했다.

자궁막이 너무 얇아 생기는 불임 환자가 비아그라를 먹으면 수정란 착상과 임신

성공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최근에는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추운 날씨에 손의 혈관이 수축돼 손이 변색되면서

극도로 아파지는 ‘레이노병’의 치료에 PDE-5 억제제가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발기부전치료제가 제2의 아스피린?

PDE-5 억제제들은 전립선비대증의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전립선비대증이 생기면

전립선의 평활근육이 팽팽해져서 소변을 보기가 힘들어지는데 이 약을 복용하면 평활근육이

느슨해져 소변이 잘 나온다.

최근에는 PDE-5 억제제가 뇌에서 옥시토신 호르몬을 잘 분비시킨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옥시토신은 분만 및 수유와 관계가 깊은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으며

오르가슴, 남성의 성충동, 사랑의 감정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 실험을 주관한 미국 위스콘신-매디슨 대의 메이어 잭슨 교수는 “사람에게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PDE-5 억제제가 단순히 음경에 피를 많이

넣어 발기를 유지하는 약이 아니라 뇌에 사랑을 담아 넣는 ‘고차원의 약’으로 밝혀지고

있는 셈이다.    

또 아르헨티나 국립대 연구진은 비아그라가 뇌에서 생체시계와 관련 있는 효소인

사이클릭 구아닌 1인산염의 작용에 미치고 멜라토닌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켜 장거리

비행으로 인한 시차 부적응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들 약이 100% 안전하지는 않다. 아스피린이 특정한 경우에 천식발작,

혈액응고장애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듯, 이들 약도 부작용이 있다.

심장병 때문에 질산염 제제를 복용하는 사람에게 치명적 결과를 안길 수 있으며

두통, 얼굴 화끈거림, 시력장애 등의 부작용이 있다. 특히 중국제 ‘짝퉁’을 복용하면

이들 부작용이 커지는 것은 물론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발기부전치료제는 현재 남성의 외도용으로 많이 쓰이기 때문에 ‘의사가 아니라

아내가 처방해야 한다’는 우스개 소리까지 있다. 그러나 이 약의 쓰임새와 부작용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면 이런 농담은 사라질 듯하다.

(도움말=김세철 중앙대의료원장․비뇨기과 전문의)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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