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좋은 의사가 있습니까?"

양심진료하면 국민 박수 더 받을 수 있어

“우리나라에

명의가 있다고 보십니까?”  최근 필자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직원 채용에 도전한

여성에게 “혹시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라”고 했더니 이런 질문이 나왔다.

  미모의 재원인 그 여성은 의사들에 대해 지독히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녀는 개원가에서 뛰어난 기획력을 보여 스카우트의 표적이 됐지만

의사와 일하는 것에 넌더리가 나서 필자의 회사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명의는 아마 ‘좋은 의사’를 말하는 것이리라.

“글쎄요, 우리나라에도 좋은 의사가 적지 않다고 봅니다.” 필자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면서도

일요일에 교회 대신 병실에 나와 환자의 손을 꼭 잡아주던 이규창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의

예를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환자를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사생활을 반납한 교수들, 의사는 의사가 아니라 환자를 위해 존재한다던 척추포럼의

교수들, 휴일이면 어김없이 봉사활동에 나가기 위해 짐을 싸는 수많은 의사들, 이집트와

베트남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의사들….

  그러나 입사 지원자는 자신이 만난 의사는 모두 돈밖에 모르는 듯했다고

전했다. 과잉치료, 과잉홍보에 환자는 뒷전이었다는 것. 하나하나의 케이스에 필자의

얼굴도 붉어졌다.

  의사들은 부정할지 몰라도, 이것은 현실이다. ‘좌파정부’나 일부

시민단체 만의 주장이라고 생각하면 큰일이다. 인터넷 여론이 전부는 아닐지라도,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의사’라는 말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신뢰의 위기가

그 어떤 위기보다 치명적이라는 점에서 현재 의사사회는 벼랑 끝에 있다.

  이런 절체정명의 시기에 ‘주수호 호(號)’가 닻을 올린다. 필자는

대한의사협회의 주 신임회장이 어떻게 의사사회를 존경받는 직업인 집단으로 업그레이드할지,

그의 후보 공약을 훑어보았다.

  무엇보다 교수협의회, 병원의사협의회, 전공의협의회, 공보의협의회의

지원과 감사제 강화 등 의협을 민주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 눈에 띤다. 여러 의견들이

조화되고 의협 스스로 비판과 감시를 달게 받는다면 그곳에서 민주주의의 싹이 터

사방으로 퍼져 갈 것이다.

  이와 함께 정치권과 언론, 시민단체 등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약속도 두드러져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훑어봐도 ‘신뢰성의 위기’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어느 곳에도 국민과 환자는 없었다. 아마 협회 회원의 득표를 위한

공약이기 때문에 그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을 것으로 믿는다. 또 의사협회가 민주화되면

자연히 부각될 주제이기도 하다.

  주 회장 체제에 당부한다. 의사 사회의 위기가 전적으로 낮은 보험수가나

사회주의적 의료 시스템에 있다고 여기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의료시스템의 근간은 바뀌지 않는다. ‘저가형

보험’을 기본으로 하는 지금의 의료시스템도 사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산이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무슨 논리를 내세우며 사사건건 맞설 수 있겠는가?  

  한국 의료시스템의 위기는 의사들이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한 상태에서

돈도 못 벌 상황에 놓였다는데 있다. 어떻게 하면 의사를 신뢰받는 직업인으로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치권과 언론, 시민단체에 쏟아 부을 정성의 절반이라도

의사 교육과 대국민 활동에 쓰는 것이 효율적이다. 국민은 정치인에게는 유권자,

언론에게는 시청자 및 독자, 시민단체에게는 주인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기자로 있을

때에도 정치인과 이해 당사자와는 논쟁을 해도 독자의 의견은 경청해야만 했다. 그

독자는 바로 여러분의 환자이기도 하다.

  일단 대변인을 ‘시골의사’로 임명한 것은 그런 면에서 박수를 보낼

만하다. 그의 이미지와 역량이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는데 여러모로 도움이 될 듯하다.

의사가 양심적으로 진료하기만 해도 국민의 박수를 받을 수 있도록 ‘주수호 호’가

역사에 남을 큰일을 하기를 진심으로 빈다.

  필자도 “한국에 좋은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의사가

좋은 사람이 아니면 도대체 누가 좋은 사람이냐”고 시원스럽게 대답하고 싶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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