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플 때 돌봐 줄 사람은?”… 간병인 써야 할까?

[김용의 헬스앤]

중년인 나는 앞으로 딸, 아들에게 치료비-간병비 부담을 주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음식 조절, 운동으로 투병 기간은 줄여야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사람들이 많다. [사진=뉴스1]

당장 쓸 생활비가 모자라요손해 보고 국민연금 앞당겨 받아요

사례 1) 수령액이 깎여 손해를 보는 조기 노령연금(국민연금) 수급자가 85만 명을 넘어섰다. 갈수록 늘어나 곧 100만 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국민연금을 당초 받을 나이보다 일찍 받으면 연 6%씩 연금액이 깎여 5년 당겨 받으면 최대 30% 감액된 연금을 펑생 받아야 한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조기노령연금 수급자들에게 국민연금을 앞당겨 받은 이유를 물으니 “손해인 것 뻔히 알지만 당장 생계비가 모자라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중년의 퇴직자들이 소득 공백을 이기지 못하고 노후의 최후 보루인 국민연금까지 손을 대는 것이다.

중년 겨우 넘었는데 명퇴 압박… 이후 임시직 전전

사례 2) 한국 중년들의 고용 안정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악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중년이 넘으면 ‘명퇴’ 압박에 시달리며 비정규직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았다. 오래 다닌 직장에서 퇴직하면 재취업이 어려워 임시직을 전전한다는 것이다. 이전 직장보다 연봉이 크게 떨어져 생활비조차 버거운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55∼64세 근로자 가운데 임시직 비중은 남성 33.2%, 여성 35.9%나 됐다. 특히 중년 남성은 40대 중반, 여성은 30대 중반 이후 비정규직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반면에 미국, 유럽, 일본 등은 중년 이후 근속연수가 오히려 더 늘어나 장기근속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 최대 위험 요인… 치솟는 간병비에 허덕인다  

사례 3) 지난해 간병비 비용이 2016년에 비해 50% 올랐다는 통계가 나왔다. 같은 기간 명목임금 상승률(28%)의 2배에 육박할 정도로 크게 뛰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간병비는 월평균 370만원으로 65세 이상 가구의 중위소득 224만원의 1.7배 정도에 달한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일평균 간병비 12만2000원을 월기준으로 환산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간병비가 치솟아도 간병인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유행을 기점으로 외국인도 간병인을 기피해 돌봄 인력 부족이 발등의 불이 됐다.

오래 아프지 않아야 돈 걱정, 마음고생 덜 수 있다.

지금 중년인 나와 아내가 노년에 아프면 혼자서 간병비를 댈 수 있을까? 여유가 없을 자녀들에게 한 달에 300만원이 넘는 간병비 부담을 주지나 않을까?  노년을 비교적 큰 병 없이 보낸 사람도 어느 순간 병상에 눕게 된다. 한 달이 될지, 1년이 될지, 아니면 몇 년이나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아픈 노년에도 돈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힘들게 맞벌이하는 자녀들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다. 오래 아프지 않아야 돈 걱정, 마음고생을 덜 수 있다.

암 등 큰 병을 앓지 않으면 목돈을 버는 것이나 다름없다. 암을 늦게 발견하면 건강보험이 안 되는 신약을 쓸 수 있다. 효과는 높지만 비급여 신약이라 가격이 너무 비싸다. 한 번에 수백만 원, 수 천만원 어치를 맞아야 하는 신약도 적지 않다. “나 하나 조금 더 살자고 집까지 팔아야 하나?…” 가족들과 비싼 비급여 신약 사용을 검토할 때 암 환자들은 잠을 못 이룬다. “내가 건강했더라면…” 후회의 눈물이 흐를 수밖에 없다.

비급여 신약 너무 비싸… “정든 집까지 팔아야 합니까?”

오늘도 암 치료제의 급여화(건강보험 적용)를 촉구하는 호소가 환자 커뮤니티에 올랐다. 한 중년 여성은 “암 투병 중인 남편이 한 달에 400만 원이 넘는 신약을 써야 살 수 있다. 약값을 대기 위해 일단 전 재산인 집을 내놨다. 앞으로 시댁에서 살 예정이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 의료비, 간병비를 대다 파산할 수 있다는 얘기가 현실로 닥치자 눈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진작에 남편을 떠밀어 건강 검진을 받게 하는 것인데 암을 너무 늦게 발견해 치료가 어려워졌다고 했다.

“나는 딸, 아들에게 치료비-간병비 부담 주지 않을 자신이 있나?”

유명인들의 비싼 아파트-건물 자랑, 미용 시술, 맛있는 음식 이야기가 온갖 미디어에 넘쳐 나는 세상이다. 줄 잇는 해외여행객을 보면 국민연금조차 앞당겨 받고 임시직을 전전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가슴에 와 닿지 않을지도 모른다.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라는 화려함 뒤에는 하루 하루 치료비, 간병비가 버거운 사람들의 고통이 숨어 있다. 나름 ‘중산층’으로 자부한 사람도 치솟는 간병비가 부담스럽다.

다시 나에게 묻는다. 딸, 아들에게 치료비-간병비 부담을 주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운동이 싫어 오래 앉아 있다 가도 다시 걷기 운동을 나간다. 자다가 편안하게 죽을 순 없지만 투병 기간은 줄여야겠다는 각오다. 내 건강 때문에 정든 집은 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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