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뱃속 미생물, 심혈관 건강 해친다 (연구)

[사진=svtdesign/shutterstock]
왜 나이를 먹으면 혈관이 굳어지고 심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질까?

미국 콜로라도 볼더 대학교 연구진이 뜻밖의 원인을 지목했다. 배 속에 사는 미생물이었다.

비엔나 브런트 연구원은 “노화 과정에서 소화기 내 미생물 생태계가 변하면 혈관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면서 “이번 연구는 심혈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연구진은 생쥐로 실험했다. 실험 대상을 젊은 개체와 늙은 개체로 나눈 뒤 다양한 항생제를 투약해 내장에 있는 박테리아를 없앴다.

그러고 나서 대동맥의 혈관 내부 조직을 살피고, 핏속의 염증 유발 화합물과 산화질소의 혈중 농도를 측정했다. 투약 후 3~4주가 지났을 때 젊은 쥐의 혈관 조직은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늙은 쥐는 광범위한 개선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늙은 쥐의 내장 미생물 번식을 억제했을 때 혈관 건강이 개선됐다”면서 “미생물 탓에 혈관 기능 장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밝혔다.

브런트 연구원은 “늙은 쥐의 배 속에는 살모넬라 등 병원균과 데설포비브리오 같은 염증 유발 미생물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나이를 먹으면 소화관 미생물들이 트리메틸아민-N-산화물(TMAO) 같은 독성 물질을 분비한다. 이 물질이 혈액에 섞이면서 혈관에 염증을 일으키고 조직을 손상한다.

연구진은 “동물 실험에서 항생제를 쓴 것은 실험을 위한 것”이라며 “이번 실험 결과가 인간이 항생제를 먹으면 좋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유익균이 풍부한 요구르트나 김치 등의 식품은 소화기 내 건강한 미생물 생태계를 유지해 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올리브유, 식초, 적포도주 등에 풍부한 디메틸 부탄올 성분이 박테리아가 유해물질을 만들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점에 주목,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이 물질을 이용한 건강 보조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Suppression of the gut microbiome ameliorates age‐related arterial dysfunction and oxidative stress in mice)는 ‘생리학 저널(Journal of Physiology)’에 실렸다.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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