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이고 익숙한 음악 들으면 ‘악행’ 불사?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이 있다. 광고 배경음악은 시청자들의 소비욕구를 불러일으키고, 반사회적인 가사 내용이 담긴 음악은 공격성과 적개심을 유발한다는 보고들이 있다. 반대로 긍정적인 음악은 선행 실천을 유도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밝고 긍정적인 음악이 해가 될 때도 있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행동을 하자는 메시지에 동조하게끔 만든다는 것이다.

영국 레스터대학교 연구팀이 학부생 120명을 모집해 긍정적인 음악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효과를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참가자들은 배경음악이 인지능력에 미치는 효과를 확인하는 실험으로 알고 이번 연구에 참여했다.

실험군으로 분류된 학생들은 배경음악이 깔린 장소에서 단어의 모음에 밑줄을 긋는 과제를 수행했다. 대조군 학생들은 음악이 들리지 않은 조용한 환경에서 동일한 과제를 실시했다.

실험군 학생들은 세 그룹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유형의 음악을 들었다. 한 그룹은 사람들이 친숙하게 느끼는 긍정적이고 즐거운 음악으로, 제임스 브라운의 ‘I Got You’를 들었다.

또 한 그룹은 엘비스 크레스포의 ‘Suavemente’를 들었는데, 이 음악 역시 긍정적이고 즐거운 느낌을 담고 있으며 사람들에게 익숙하다. 단 실험참가자들이 이해할 수 없는 스페인 가사로 노래를 불렀다는 차이가 있다.

마지막 한 그룹은 보스톤 혼즈의 기악곡 ‘Pink Polyester’를 들었다. 이 음악은 긍정적이며 즐겁지만 친숙하지는 않다.

연구팀의 본격적인 실험은 밑줄을 긋는 과제가 끝난 뒤 진행됐다. 음악이 계속해서 배경으로 깔리고 있는 가운데, 남자 연구원 한 명이 실험참가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요청을 했다.

“이번 실험에 참여하기 위해 오늘 특별히 한 학생이 더 이곳에 오게 됐습니다. 이 학생이 교육과정을 이수하기 위해서는 이번 수업 참여를 통한 학점 획득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나는 이 학생의 참여를 원치 않습니다. 나를 대신해 이번 수업에 참석하지 말라고 전해줄 수 있습니까?”

이러한 질문을 던진 결과, 실험군의 65.6%, 대조군의 40%가 이 요청에 응했다. 또 실험군의 세 가지 음악 중에는 제임스 브라운과 엘비스 크레스포의 음악만이 이와 연관성을 보였다. 이 두 음악은 밝고 긍정적이라는 점과 사람들에게 친숙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두 번째 실험은 교내식당에서 모집한 63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각각 엘비스 음악을 듣거나 아무런 음악을 듣지 않았다. 그리고 한 여자 연구원이 이번에는 다음과 같은 요청을 했다.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 몸이 아파 지난 학기 수업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이 있습니다. 나는 이 학생에게 수업 자료와 요약본을 전달키로 약속했습니다. 이 학생이 오늘 자료를 받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키로 했는데, 나는 자료를 전달할 마음이 없습니다. 나를 대신해 오지 말라고 연락해줄 수 있습니까?”

실험 결과, 실험군의 81.8%, 대조군의 33%가 이에 동의했다. 왜 이처럼 긍정적이고 익숙한 음악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는 행동도 기꺼이 감행하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걸까.

연구팀은 긍정적이면서도 익숙한 음악을 함께 듣는 사람들끼리 친밀감이 형성돼 요청에 거절하기 어려워지는 것이 아닐까 추측했다. 사회적 유대관계를 추구하는 인간의 성향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음악심리학(Psychology of Music)저널’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pomy8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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