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도 세상 따라 변하는구나

이재태의 종 이야기(46)

오니와 도깨비

도깨비라고 하면 머리에 혹이 나있고, 얼룩덜룩한 무늬의 옷을 걸치고 울퉁불퉁한 쇠방망이든 무시무시한 모습을 우선 떠올리는데, 이것은 일본 도깨비인 `오니’의 모습이다. ‘오니(鬼, おに)는 일본의 민담과 향토신앙에 등장하는 무서운 요괴, 또는 악마의 모습을 한 귀신을 말한다. 오니는 불교에 등장하는 ‘야차(夜叉)’에서 유래되었다고 믿어지는데, 옥황상제의 심판을 받고 지옥으로 떨어진 망자들에게 벌을 가하는 옥졸인 괴물과 귀신들을 총칭하여 부르기도 한다. 지옥의 오니는 소머리(牛頭), 말머리(馬頭)와 같이 동물의 머리를 하고 큰 체구를 가진 인간의 모습인데, 전통적인 일본의 오니도 큰 체구에 머리에는 뿔이 나 있고 날카롭고 긴 손톱을 가진 세 손가락과 전신에 빳빳한 털이 난 모습으로 그려진다. 머리에 뿔이 난 괴물이 호랑이 가죽을 몸에 둘렀으며, 돌기가 난 무거운 쇠몽둥이(金棒)를 든 모습인 것이다.

소뿔과 같은 뿔을 머리에 달고 호랑이 가죽을 입은 모습인 이유는 오니가 드나드는 출입문의 방향이 음양오행의 십이지(十二支)상 소에 해당하는 축(丑)과 호랑이에 해당하는 인(寅)의 위치인 북동쪽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니는 전신에 붉은 진흙이 뒤덮힌 아카오니(赤鬼)가 대부분이나, 청색으로 칠해진 아오오니(靑鬼), 외눈박이 오니 등과 같은 다양한 변형 오니도 있다. 오니는 지옥뿐만 아니라 마을에서 떨어진 산속의 동굴에 살다가 때로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을 덮친다는 이야기도 있다. 일본에서는 술래잡기를 ‘오니 놀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오니가 어린아이를 납치해간다는 일본의 설화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일본 사람들에게 오니는 불길하고 싫은 존재였다. 일본인에게 ‘오니같다’고하면 화를 낸다. 그 들은 자식의 모습이나 행동이 부모를 닮지 않으면 “오니의 자식”이라고 불렀는데, 자식들이 요괴와 같은 괴물이라는 뜻이겠으나 실제로는 부모의 말을 듣지 않거나 부모와는 다르게 행동하는 아이들은 ‘인간도 아니다’라는 뜻이 숨어있다. 일본에는 집안에 오니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기위한 여러 가지 주술적인 행동도 있다. 전통적으로 집에서 외출할 때는 원숭이를 뜻하는 ‘사루’라는 말을 외쳤다고 한다. 그 이유는 집안의 북동쪽인 축인(丑寅) 방향으로 오니가 들어오니, 그 반대 방향인 ‘신(申)’에 해당하는 동물인 원숭이는 오니에 대항하여 집을 지켜줄 능력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즉, ‘사루’라고 외치며 집을 떠나면 원숭이가 집을 지켜 준다고 생각한 것이다. 일본의 옛 장식품이나 종에는 원숭이를 형상화한 것이 많은데, 오니와 같은 악귀가 집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원숭이 조각상을 집안에 곱게 모셔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오니에 대한 설화는 주로 일본의 헤이안 시대 (8-12세기)의 기록에 많이 남아있는데, 당시 악명을 떨쳤던 산적들이나 흉악범을 오니로 묘사한 것으로 추측된다. 우락부락한 외모에 붉은 피부, 털이 많은 모습과 원시적인 복장으로 보아서, 북방 홋카이도 원주민 아이누족의 모습에서 모티브를 따 왔다는 설도 있다. 과거 일본인들은 아이누들과 격렬하게 싸웠고, 일본 본토 쪽에서는 그들을 호전적이며 매우 ‘악마’같은 족속이라고 생각했다. 일본에서는 지금도 오니를 사악하거나 고약한 성격을 가진 사람을 욕할 때 쓰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무사들의 용감함을 나타내는 상징으로도 쓰였고, 과거 일본 전국시대의 유명한 장군들은 모두 오니라고 불리는 각자의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일본 문헌이나 문학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할 때, 우리나라 번역가들은 적절한 단어를 찾기가 어려워서 ‘귀신’, 악마’ 또는 ’호랑이’로 번역한다고 한다. 

오니라는 단어가 숨기고 가린다는 뜻의 ‘온요미(隠)’에서 유래되었다고 주장되기도 한다. 오니가 보이지 않은 혼과 같은 존재이고, 역병이나 재앙을 일으키는 귀신이기 때문이다. 사실 ‘귀(鬼)’는 형체가 없는 영혼과 같은 의미였다. 아직도 일본의 부락에서는 매년 봄이 시작되는 때에 동네에 들어온 오니를 쫒아내는 ‘세쑤분(節分)’이라는 축제 의식을 한다. 계절을 나눈다는 뜻의 세쑤분은 봄이 시작하는 전날 거행된다. 보통 봄축제(春祭, 하루마쓰리)의 일환으로 입춘인 매년 2월 3일에 열리는데, 과거에는 음력 정월 첫날의 전날 저녁에 마메마키(豆撒き)라는 의식과 함께 거행되었다. 마메마키는 전 해에 들어온 악귀들을 씻어내고, 새해에는 역병을 일으키는 악령에서 벗어나도록 볶은 콩을 뿌리는 행사이다. 세쑤분은 8세기경 중국에서 도입되어 시작되었으나, 마메마키는 그 이후에 추가되었다. 보통 그 해의 12지신 상에 해당되는 띠의 소년이나 집안의 가장인 남성이 거행하는 행사이다. 후쿠마메(福豆)라는 볶은 콩을 문밖이나 오니의 마스크를 한 사람에게 던지며, ‘귀신은 물러가고 복은 들어오너라!’라고 외치는 것이다. 콩은 귀신을 물리치고 나쁜 건강을 쫒아낸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믿어졌고, 볶은 콩을 먹는 습관도 있다. 한사람의 복을 위하여 한 개씩을 먹거나, 나이 일 년에 한 개씩 먹기도 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이러한 풍습을 행하고 있으며, 때로는 신사나 사찰에서 열리는 세쑤분 축제에 참석하여 콩을 뿌리는 의식에 참석한다. 그러나, 신사의 기념품 가게에는 오니의 모습을 한 토기나 금속 방울 종을 판매하고 있으니, 이제는 오니도 애완 귀신이 되어 박제화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일본에는 ‘오니의 마을’이라는 지역도 있는데, 오니가 관광객을 모으기 위한 마케팅 수단이 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도깨비를 일본의 오니와 같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도깨비는 오니와 여러 면에서 다르다. 모두 한자로 ‘鬼’라고 쓰거니와, 일제강점기 시절에 일본의 오니가 잘못 소개되어 그 결과로 이 같은 오해가 생긴 것이다.

‘금 나와라 뚝딱!하면 금덩어리가 와르르륵, 은 나와라 뚝딱!하면 은덩어리가 와르르륵….’

어렸을 때 읽었던 전래동화 책에는 도깨비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다. 그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혹부리 영감 이야기일 것이다. 턱에 달린 혹 때문에 고생하던 마음씨 착한 혹부리 영감은 나무하러갔다가 산속에서 날이 저물어 숲속의 초가집으로 들어간다. 늦은 밤 홀로 신나게 노래를 부르던 영감에게 도깨비가 나타나서 노래를 어떻게 잘 부를 수 있느냐고 물었다. 영감은 도깨비에게 볼에 붙은 혹부리가 노래가 저장된 주머니라고 말하고 혹을 비싸게 판다. 혹도 떼고 부자도 된 것이다. 같은 동네에 살던 성질이 고약한 혹부리 영감은 이 이야기를 듣고 도깨비를 만나 똑같은 방법으로 혹을 팔려다 되레 혹을 붙이고 돌아온다는 권선징악적 이야기이다. 이 우화가 1915년 일제강점기의 소학교 독본에 처음 실렸는데, 여기에 뿔이 나고 무서운 돌기가 있는 쇠방망이를 든 도깨비가 삽화로 실렸다. 전신에 털이 나있고 뿔이 있으며 무거운 방망이를 든 전형적인 오니의 모습이다. 그 이후 여러 곳에서 비슷한 삽화가 사용되었기에, 우리는 도깨비를 오니의 이미지와 같이 생각하게 된 것이다.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귀신이나 도깨비와 같이 어둡고 칙칙한 대상은 형상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어떤 현상이 있다고 말할 뿐이지, 도깨비라는 정형도 없었고 온전한 귀신 그림도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가 도깨비를 흉악한 모습으로 잘못 인식하게 한 또 하나의 원인으로는 귀면와(鬼面瓦)도 관련이 있다. 귀면와를 일반적으로 도깨비기와라고 부르는 데, 이것은 박물관 관계자나 문양 연구가들에 의해 빚어진 오류라고 한다. 귀면와는 중국과 동북아시아 전역에 흔한 것으로서, 우리의 독창적인 기와문양이 아니다. 그러므로 여기에 우리나라의 도깨비라는 이름을 여기에 붙인 것은 잘못되었다고 한다.

오니는 일본인들에게 무섭고 피하고 싶은 대상이나, 우리의 도깨비는 재미있고 가끔은 사람들에게 뜻하지 않게 횡재를 가져다주기도 하는 한번쯤 만나고 싶은 존재였다. 오니는 죽은 사람을 벌하는 공포의 대상으로 세상에 나타났으나, 우리의 도깨비는 외형뿐만 아니라 행동거지도 오니와는 완전히 다르다. 오니가 나쁜 일을 한 사람에게 벌을 주기위한 무겁고 울퉁불퉁한 쇠방망이를 가지고 있다면, 도깨비는 한번 두드리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쏟아져 나오는 신기한 도깨비 방망이를 들고 다닌다. 뿔도 없다. 도깨비는 전통 바지저고리를 입었고 보통 사람보다 덩치가 조금 더 큰 정도였다. 사람 형태의 도깨비가 대부분이나 집안에 쓰는 빗자루 도깨비, 도깨비불과 같은 물건의 모습을 한 각가지 도깨비가 있고, 외다리, 외눈, 각시 등 다양한 모습도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 설화에 나타난 도깨비는 노래를 좋아하고 장난을 치며,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친근한 존재였다. 도깨비들은 해질 무렵 사람들 사이에 나타나, 그들과 뒤섞여 한바탕 논 후 해가 뜨면 빗자루와 같은 물건으로 돌아간다. 돼지머리와 개고기를 좋아했다. 도깨비는 맛있는 메밀묵을 주었던 사람에게 금은보화를 준 경우도 있었고, 멍청하게 행동하다가 가끔은 꾀 많은 사람들에게 거꾸로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도깨비는 때로는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을 주는 순진한 존재인 것이다. 어느 도깨비는 돈을 빌린 것은 알았으나. 갚은 것은 몰라 계속 돈을 갚아 빌려준 사람을 부자로 만들었다고 한다. 또 다른 이야기도 있다. 어느 가난한 과부에게 도깨비가 나타나 일을 도와주었고 나중에는 도깨비와 과부는 정을 통하게 된다. 도깨비가 과부에게 금은보화를 주어 부자로 만들자, 과부는 딴 생각을 한다. 도깨비에게 싫어하는 것을 물어서 백말의 피라는 것을 알았고, 도깨비에게는 자신은 돈이 제일 무섭다고 말했다. 과부는 도깨비가 없는 사이에 백말의 피를 담장에 칠했다. 과부 집을 다시 찾았을 때 놀라고 화가 난 도깨비는 과부 집 마당에 돈을 가득 던져두고 갔다는 이야기이다. 씨름을 좋아하고 시루떡과 막걸리도 즐길 줄 아는 도깨비는 소박하고 재미있는 서민들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다. 도깨비는 사람이 죽은 후에 생기는 것이 아니고 사람들이 일상생활의 용구로 쓰다가 버린 물체에서 생성된 것이다.

넉넉한 모습의 도깨비를 우리 삶 가까이에 두며 같이 살고자 했던 선조들의 해학은 사라지고 있다. 불법적으로 외제품을 팔던 도깨비 시장, 믿음을 주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 도깨비 같은 사람…. 우리의 도깨비는 모습뿐만 아니라 그가 주는 이미지마저도 오니의 그것으로 변하고 있음이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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