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들은 역병을 어떻게 물리쳤을까

 

조선시대에 역병은 귀신과 같았다. 선조들은 역병이 돌면 환자와 마을을 격리하고 병이 지나가길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렇다고 두 손 놓고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역병 귀신이 찾아오지 않도록 예방일을 정해 의식을 치렀다. 그날이 바로 단오다.

메르스에 휘청거리는 지금 단오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올해 단오는 오는 20일(음력 5월 5일)이다. 선조들은 단오 날 오시(11-13시)에 들판에 나가 쑥을 뜯고, 쑥 다발을 태워 집 문 앞에 세워뒀다. 나쁜 기운을 내몰고 역병귀신을 쫓아내기 위해서다. 양의 성질을 띤 홀수가 겹치는 날의 정오를 전후해 양기가 가장 세다고 믿어 이 때를 택했다.

미신처럼 보이지만, 단오에는 실제 여름철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챙기겠다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있다. 단오 날인 음력 5월 5일은 양력으로 6월 하순께다. 여름 더위와 장마가 다가오는 시기다. 한여름 무더위는 체력을 소모시켜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더위를 피해 찬 음식을 찾다 탈이 나기도 십상이다.

또한 더위가 시작되면서 해충이 늘어나고, 음식과 물을 상하게 하는 세균의 번식도 증가해 다양한 질병이 늘어난다. 고온다습한 장마철에는 수인성 질병과 피부병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시기적으로 선조들은 모내기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이때 여름을 대비하는 지혜를 발휘한 것이다.

단오 날에는 창포를 끓인 물에 머리를 감고 세수를 했다. 개인위생에 만전을 기한 행위로 볼 수 있다. 창포에는 여러 가지 정유성분이 함유돼 있어 세정뿐 아니라 혈액순환과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다. 창포 향기는 미용에도 도움이 된다. 적당한 농도의 창포물이 모발의 탈색을 막는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현대에 와서 창포는 한때 기능성 샴푸의 원료로 인기를 모은 바 있다.

선조들은 단오 날에 쑥과 앵두, 매실 등 약초를 이용한 음식을 많이 먹었다. 음식과 약초를 통해 여름철 질병을 예방하고 항균력을 높여 질병에 대항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멥쌀가루에 쑥 잎을 넣어 쑥떡과 수리절편을 나눠 먹는 풍습도 있다. 한약재로 많이 쓰이는 쑥에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하다. 무기질과 항산화활성이 높은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A로 전환된다. 비타민A가 부족하면 감염성 질환에 쉽게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쑥에는 세균을 막고 염증을 억제하는 효능도 있다. 말린 쑥을 태워 모기 등 해충 퇴치에도 쓸 수 있다.

궁중에서는 제호탕과 옥추단, 앵두화채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제호탕이란 매실껍질을 이용한 약초인 오매육, 사인, 백단향, 초과 등을 곱게 빻아 꿀에 재워 끓였다가 냉수에 타서 마시는 청량음료를 말한다. 한방에서 옥추단은 식중독이나, 구토, 설사에 쓰는 구급약이다. 앵두화채는 갈증을 해소하고 더위를 물리치는 효과가 있다.

봄철 농번기 후인 단오 즈음엔 체력적으로 지쳐 있기 마련이다. 선조들은 여름을 건강하게 나고 질병을 이겨낼 체력을 기르기 위해 단오 날에 다양한 놀이와 생활체육을 즐겼다. 돌싸움과 격구, 마당놀이 등을 여럿이 함께 즐겼고, 씨름, 활쏘기, 그네 등을 통해 마을끼리 친목을 도모했다. 단오 행사가 끝날 무렵에는 농악놀이로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축제를 벌였다. 즐거운 축제는 엔도르핀을 생성하고 면역체계를 강화하기 때문에 이러한 단오 행사들로 선조들은 자생력을 강화한 셈이다. 자생한방병원 박병모 원장은 “단오는 단순히 미신적인 의미만을 가진 것이 아니라 여름철 질병과 전염병을 막고, 건강과 안녕을 비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종합적인 위생관련 행사였다”고 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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