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담배도 안했는데? ‘억울한 환자’는 없다

 

이동진의 ‘나는 환자였던 의사다’

간혹 억울하게 아프다고 하소연하는 환자들이 있다. 공황장애에 걸린 어느 스포츠 강사는 ‘매일 열심히 운동하는데 난치병에 걸려 속상하다’고 했다. 만성 통증을 앓는 어느 주부는 ‘유기농 식품 위주로 소식하면서 철저하게 식생활을 하는데 아파서 답답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당뇨병에 걸린 어느 사업가는 ‘술과 담배도 하지 않고 건강관리를 하는데 이상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들은 분명 건강을 위해 나름 노력해왔다. 문제는 우리의 건강이 어느 한 가지 요소로 완전하게 지킬 수 없다는데 있다.

우리는 숨을 쉬고, 음식을 먹고, 몸을 움직이고, 마음을 쓰면서 산다. 크게 보면 이 네 가지 범주 안에서 살기 때문에, 이것이 종합적으로 균형을 이루지 않으면 병이 생긴다. 그래서 예로부터 한의학에서는 호흡, 식사, 운동, 마음을 건강의 으뜸 요소로 강조했다. 이 가운데 내 생활은 무엇이 어긋났는지를 찾으면, 그게 바로 자신의 발병 원인이다.

필자는 ‘아파서 억울하다’는 환자와 함께 병의 원인부터 찾았다. 운동을 열심히 해온 스포츠 강사는 ‘저녁 과식’이 문제였다. 저녁식사를 너무 많이 먹으면서 온 몸에 부담을 주었고, 과식으로 인해 만들어진 열과 사기(邪氣. 나쁜 기)가 머리로 떠서 두뇌활동을 저하시켜 공황장애로 나타난 것이다. 그는 자신의 발병 원인인 과식을 바로 잡고, 소식하는 습관을 들으면서 공황장애를 치유했다.

안전한 식품만 골라서 소식하고도 만성 통증에 시달려온 주부는 ‘운동 부족’이 발병의 원인이었다. 너무 움직이지 않아서 순환장애로 각종 통증이 생긴 것이다. 건강을 위해 술과 담배를 하지 않은 사업가는 ‘심리적 스트레스’가 병의 원인이었다. 더 많은 것을 얻으려는 욕심이 건강을 무너뜨리는 주된 요인이었다. 두 환자 역시 자신의 발병 원인을 제대로 이해하고 바로 잡으면서 비로소 치유의 길로 들어섰다.

이렇듯 우리 모두는 서로 다른 삶을 살고, 그 삶속에서 생겨난 병을 스스로 치유할 자신만의 의사가 있다. 그 자신만의 의사를 제대로 깨워서 병을 일으킨 원인을 없애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 한 해의 문턱에서 평생 건강을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무병장수법을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유행하는 건강법에 휘둘리지 말자

유행하는 건강법을 무턱대고 따라하는 것은 자신의 건강을 걸고 하는 도박이다. 건강에 좋다고 널리 알려진 방법이라고 해도, 내게 맞지 않으면 독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만능 건강법으로 알려진 채식주의, 1일1식, 물 자주 마시기 등이 오히려 해로운 사람도 있다. 채식에 편중된 식생활은 간장과 대장에 사기(邪氣. 나쁜 기)가 강하거나 심장에 정기(正氣. 좋은 기)가 약한 냉성 체질에게는 독이고, 1일1식은 신장의 정기가 약하거나 간장과 심장의 사기가 강한 열성 체질에게는 해롭다. 그 좋은 물도 심장과 간장의 정기가 약한 냉성 체질이 많이 마시면 오히려 병을 부른다. 아무리 좋다고 알려진 건강법이라고 해도 자신에게 맞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특히 지병이 있는 환자라면 더욱 신중하자. 해당 건강법을 실천한 후 병이 악화되거나, 건강이 호전되는 것을 전혀 느낄 수 없다면 바로 중단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타고난 체질과 체력, 생활습관과 마음상태가 다르다. 획일적인 치유법과 유행하는 건강법에 휘둘리지 말고, 먼저 자신을 바로 이해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좋다고 알려진 식품만 편식하지 말자

‘무슨 병에 좋은 식품’ ‘어디에 좋은 식품’ 등의 정보가 넘쳐나면서,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식품을 오래 먹다가 오히려 부작용 피해를 겪는 이들이 늘고 있다. 세상에 모든 사람에게 좋은 만능 식품은 없기 때문이다. 특정 건강식품에 관심이 간다면, 우선 자신의 체질에 맞는 식품인지, 오래 먹을 경우 어떤 과잉증이 나타날 수 있는지를 미리 알아보자. 전문가를 통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해서라도 미리 과잉증에 대해 알아두면 부작용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자신에게 맞는 식품이라고 해도 편식을 계속하면, 기운을 편중시켜 몸의 균형을 깬다. 우리 땅에서 안전하게 생산된 제철 자연식품은 모두 특별한 영양소와 효능을 가진 ‘건강식품’이다. 특별히 건강에 좋은 식품이 따로 있지 않다는 말이다. 생명력이 살아있는 제철 자연식품을 골고루 먹는 것이 최상의 식생활이다.

과식, 특히 저녁 과식을 피하자

현대인의 많은 질병이 영양 과잉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동서양의 여러 학자들이 ‘과식이 질병과 노화의 주역’임을 강조한다. [동의보감]에는 ‘곡기가 원기를 이길 정도로 과식하는 사람은 오래 살지 못하고, 원기가 곡기를 이길 정도로 소식하는 사람은 오래 산다.’고 했다. 원기란 오장육부의 기운을 말한다. 곡기가 원기를 이긴다는 말은, 자신의 오장육부의 기운보다 더 많은 음식을 먹는 ‘과식’을 일컫는다. 반면 원기가 곡기를 이긴다는 말은, 음식을 소화시키는 오장육부의 기운보다 더 적게 먹는 ‘소식’을 일컫는다. 결국 과식은 발병의 지름길이고, 소식은 장수의 지름길이라는 말이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과식하는 습관은 바로 잡고, 특히 해로운 저녁 과식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적게 먹고, 오래 씹어 천천히 먹는 식습관이 무병장수를 위한 필수조건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자

인간은 움직이며 살아야 하는 ‘동물’이다. 우리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숨을 쉬고 영양분을 공급받기 때문이다. 좋은 영양분을 섭취해도 몸의 기(氣)가 움직이지 않으면 독이 되고 만다. 그 기를 제대로 돌게 하는 것이, 바로 사람의 ‘움직임’과 ‘호흡’이다. 열심히 움직여야지 음식으로 들어간 영양분이 제대로 활용되고 건강을 지킬 수 있다. 그래서 운동이 건강의 필수요소로 강조되는 것이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온 몸의 세포활동을 강화하고, 여러 기관을 튼튼히 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노폐물을 배출해서 해독기능을 활성화하는 등 온 몸의 기능을 두루 강화한다. 자신이 비교적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 꾸준히 실천하자. 특정한 운동이 아니어도 가까운 거리 걷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 등 일상생활 속에서 적극적으로 많이 움직이는 것이 좋다.

자세를 바르게 하고 심호흡을 하자

인간은 산소 없이는 한시도 살 수 없다. 산소는 음식물을 산화시켜 에너지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 산소를 제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깊은 호흡을 해야 한다. 복식호흡이 바로 깊게 숨을 쉬는 바른 호흡법이다. 숨은 입을 다물고 코로 쉬고, 허리를 바로 세우고 편안한 자세로 아랫배를 내밀고 당기면서 천천히 깊게 호흡하면 된다. 하루 종일 호흡을 의식하는 건 무리겠지만, 짬짬이 연습하면 바른 호흡이 무의식적인 습관이 될 수 있다. 호흡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평소 자세도 중요하다. 가슴을 펴고 허리와 목이 반듯한지 살피고, 일하는 중간에 자주 기지개를 켜고 심호흡을 하자. 아주 간단한 방법이지만 의외로 큰 효과를 낸다. 일하는 중간에 틈틈이 가슴을 펴고 심호흡을 해서 위장병이나 우울증 같은 만성병이 호전된 이들도 있다.

주어진 삶에 감사하는 훈련을 하자

자신의 생각과 감정은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 같은 체내 화학물질을 바꾸어 면역계를 비롯해 몸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그 어떤 의학적 요소보다 ‘마음’이 건강을 지키는 핵심 요소다. 분노나 불만, 절망, 두려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달고 사는 한 결코 건강을 지킬 수 없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집착하지 말고, 가진 것에 집중해서 감사하는 마음의 훈련을 하자. 삶의 모든 습관이 그렇듯이, 의지를 갖고 꾸준히 실천하면 부정적인 마음도 바꿀 수 있다. 가슴을 펴고 자세를 바르게 하는 습관을 들이듯, 마음자세 또한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긍정화할 수 있다. 자연 재해나 불의의 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도 수없이 많다. 지금 이 순간 살아서 새로운 하루를 맞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다. 감사와 사랑에 주목하는 것이야말로 건강지수는 물론 행복지수도 더불어 높이는 길이다.

밖이 아닌 내 안에서 ‘진짜’ 약을 찾자

건강은 내 삶의 결과다. 건강을 해치는 잘못된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는 한 결코 무병장수할 수 없다. 호흡, 식사, 운동, 마음 등 건강의 필수 요소가 균형을 이루도록 실천할 때 비로소 병 없이 오래 살 수 있다. 환자들도 마찬가지다. 병이 잘 낫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잘못된 치료를 받고 있거나, 발병 원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난치병인 경우는 거의 없다. 병의 원인인 생활습관을 바로 잡지 않으면 어떤 치료를 해도 완치되지 않는 ‘난치병’이 되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활을 점검해 발병의 뿌리가 된 잘못된 생활습관을 바로 잡는 것이 유일한 완치법이다. 무병장수를 위해 불로초를 열심히 찾아다닌 진시황이 어리석었던 것이 그 때문이다. 진정한 불로초는 밖이 아닌 바로 내 안에 있다. 자신의 생활과 마음 안에 무병하고 장수하는 명약이 존재한다. 그걸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할 때, 무병장수를 위한 최고의 약을 스스로 처방하는 것이다.

글. 이동진 (한의사, ‘채식주의가 병을 부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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