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계 후계구도 시리즈 – (2) JW중외제약 이경하 부회장

혁신 신약 회사 ‘탈바꿈’ 주도

글로벌 R&D 네트워크 갖춰… 표적항암제 등 새로운 가능성 제시

<편집자주> 국내 제약업계가 3세 경영시대로 접어들면서 후계구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제약회사는 선대 창업주들이 물러나고 2, 3세 경영인들이 전면에 나서는 후계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최근 국내 제약사의 글로벌화를 적극 지원하면서 글로벌 감각으로 무장한 젊은 후계자 그룹에 제약업계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수성을 넘어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국내 제약사들의 후계자 열전을 시리즈로 엮는다.

JW중외제약의 이경하 부회장(사진·49)은 부친 이종호 회장이 수액(링거)과 치료제 시장을 바탕으로 탄탄하게 키워 온 회사를 혁신 신약 회사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JW중외제약 창업 2세인 이종호 회장의 장남인 이경하 부회장은 지난 1986년 입사해 구매과장, 인천사업소장, 마케팅본부장, C&C신약연구소 대표이사 등을 거쳐 현재의 JW중외제약 부회장 자리에 올라 중외제약의 변신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60여 년 넘게 사용해 온 중외제약과 그룹 회사의 사명을 영문 이니셜(JW중외제약)로 바꾸는 등 그룹의 CI를 통일하고, 새로운 슬로건 ‘Jump to the World!(글로벌 기업으로 도약!)’를 강조하는 등 그룹 전체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 99번 실패·1번의 성공… 고급 신약, 글로벌 전략 승부

이경하 부회장은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이나 약가 인하 정책에 따른 매출 및 이익 손실, 한-미 FTA 발효에 따른 다국적 제약사의 점유율 잠식 등으로 제약업계 전반에 퍼진 위기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JW중외제약을 ‘고급 신약’ 전문회사로 바꾸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제약업계 전반에 드리워진 불황의 그림자를 걷어내기 위한 대안으로는 글로벌 진출밖에 없고, 이를 위해서는 혁신적인 고급 신약을 개발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국내를 떠나 해외에서 매출을 올려야 하는 상황은 모든 제약사가 알고 있지만, 해외 진출은 단기간에 실행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어서 대부분 발만 동동 구르는 실정”이라면서 “JW중외제약도 단기적으로 매출과 이익 감소는 피하기 어렵겠지만, 오랜 기간 R&D 투자를 지속하면서 글로벌 도약을 위한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JW중외제약이 국내 제약사 최초로 개발하고 있는 윈트(Wnt) 표적항암제도 이러한 경영관을 반영한 작품이다.

JW중외제약이 개발한 CWP231A는 윈트 표적항암제로, 암의 전이와 재발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윈트 줄기세포에 관여하는 세계 최초 약물이다. 지난 2011년 미국 FDA 임상 승인을 획득하고 MD앤더슨병원, 프레드허친슨병원 등 암 전문센터에서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다.

또한, 스위스 로슈 계열사인 일본 쥬가이제약과 함께 국내에 세운 C&C신약연구소가 개발한 통풍치료제도 빠르면 올해 말 글로벌 임상에 돌입하는 등 JW중외제약의 신약개발을 위한 R&D 투자는 하나하나 결실을 보고 있다.

이경하 부회장은 윈트 표적항암제와 관련 “현재의 성과를 거두기까지 몇 번을 쓰레기통에 넣었다 다시 꺼내는 역경을 겪었다”면서 “그럴 때마다 ‘안되면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연구원들을 격려하며 지금까지 프로젝트를 이끌어 왔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신약 개발은 다른 분야 R&D 활동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므로 ‘일희일비’하지 않고 신념과 의지를 가지고 뚝심 있는 연구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 부회장의 소신이다.

혁신 신약 개발에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 인력 등이 필요하지만 일단 개발에 성공하기만 하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글리벡(27억달러), 비아그라(19억달러)는 세계 시장에서 엄청난 이익을 거두고 있다. 수많은 실패와 역경에도 제약사의 미래가 혁신 신약 개발에 달려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경하 부회장은 “현재 미국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CWP231A도 개발하기까지 10여 년의 시간 동안 수많은 실패가 이어졌다”면서 “99번의 실패 뒤 1번의 성공이 있었기에 암을 정복할 수 있는 새로운 약물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 서초 사옥에 연구소 집결… R&D 네트워크 강화

JW중외그룹의 윈트 표적항암제 등 혁신 신약 부문의 성공은 그동안 관심과 노력을 쏟아 온 글로벌 R&D 네트워크의 결과물이다.

JW중외제약은 미국 Theriac연구소, 국내 신약연구센터 및 CMC연구센터, 그리고 로슈그룹 쥬가이제약과의 합작연구소인 C&C신약연구소를 통해 한-미-일 3개국에 걸친 글로벌 R&D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09년 인수한 JW크레아젠을 통해 바이오신약 분야에도 진출했다. JW중외제약은 이 같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국내 최초의 윈트 표적항암제에 이어 세계 시장을 타깃으로 한 혁신 신약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JW중외제약은 지난해 CI 변경에 이어 올 6월 서초동 사옥으로의 이전과 함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소재 지하 5층, 지상 14층 규모 JW타워에는 지주회사 JW홀딩스를 비롯해 JW중외제약, JW중외신약 등 자회사 임직원 2천여 명이 근무한다.

경기도 화성시에 있던 신약연구센터와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CMC연구센터도 본사로 이전하면서 이번 조치는 R&D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다. 국내 상위 제약사 중 R&D 센터를 서울 본사에 설치한 것은 JW중외제약이 처음이다.

대부분 제약사 연구소가 경기권에 있는 점에 비해 JW중외제약의 이번 서울 연구소 집결은 우수 연구인력 유치, 대형 병원과의 공동연구 등에서 시너지 창출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경하 부회장은 이와 관련 “제약-바이오-의료기기 등 모든 사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본사에 연구기능을 추가했다”면서 “진단과 치료, 예방에 이르는 헬스케어 모든 분야에서 차별화된 기술력 확보에 주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방 소재 연구소를 서울 강남권인 서초동으로 옮긴 것은 연구소에 관한 기존 관념이나 경제적 제약을 깬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신약개발에 시너지 효과를 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표출된 것이다.

그동안 이경하 부회장은 단기성과 위주보다 장기적인 비전 제시와 함께 선택과 집중을 통한 혁신 신약 개발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잘 알려졌다. 이번 서초 사옥 이전과 함께 서울 연구소 집결 카드가 어떤 결실로 돌아올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경하 부회장 약력 
– 1986. 2 성균관대 약학과 졸업

– 1986. 3 JW중외제약 입사

– 1989. 5 MBA from Drake Univ., USA

– 1996. 1 JW중외제약 마케팅본부장

– 1998. 1 C&C신약연구소 대표이사 사장

– 1999. 1 JW중외제약 부사장

– 2001. 1 JW중외제약 대표이사 사장

– 2007. 7 JW홀딩스 대표이사 사장

– 2009. 2 JW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

– 현재 JW홀딩스, JW중외제약 등 대표이사 부회장

    박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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