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유전자 조작 ‘치명적 조류독감’이란

위험성 논란 종료…‘네이처’에 논문 실려  

치명적인 위험을 안고 있는 고병원성 H5N1조류독감이 간단한 유전자 조작을 거치면

포유동물 간에도 쉽게 전염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논란 끝에 공개됐다. 미국 위스콘신-메디슨

대학의 가와오카 요시히로 교수팀은 관련 논문을 지난 2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온라인으로 발표했다. 이와 유사한 연구를 수행한 네덜란드 과학자 팀의 논문도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곧 발표될 예정이다.

H5N1은 지난 15년간 수백만 마리의 닭과 오리를 폐사시킨 고병원성 바이러스 계통을

말한다.  사람의 경우 2003년 이래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602명을

감염시켜 355명을 사망케 한 것으로 WHO는 추계하고 있다. 치사율은 60%에 가깝지만

사람간에 옮기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과학자들은 만일 사람간에 쉽사리 전파되는 변종이 생긴다면 수 백만명이 희생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왔다.  바이러스는 서로간에 유전자를 계속 교환하기 때문에

돌연변이 속도가 극히 빨라서 이 같은 변종이 나타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요시히로

교수팀은 이 같은 변종이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쉽게 출현할

수 있음을 실제로 보였다.

◇변종 바이러스 만드는 법= H5N1 바이러스는 조류의 세포에는 잘 달라붙는

반면, 인간을 포함한 포유동물에는 그렇지 못하다. 연구팀은 이 바이러스에 무작위적인

돌연변이를 일으켜 210만 계통의 변종을 만들었다. 이 중 단 한가지 계통에서 포유동물의

호흡기에 달라붙을 수 있도록 하는 두 종류의 돌연변이가 확인됐다.

바이러스가 달라붙으려면 우선 숙주 세포의 수용기에 맞게 자체의 표면에 있는

특정(헤마그글루티닌) 단백질이 변형되어야 하는 데 해당 유전자에 일어난 단 2개의

돌연변이로 이것이 달성된 것이다. 연구팀은 여기에 2009년 유행했던 H1N1바이러스의

유전자 7개를 결합한 다음 이를 실험실의 흰족제비에게 감염시켰다. 흰족제비는 포유류

가운데 호흡기를 통한 바이러스 감염 특성이 사람과 가장 유사하다.

감염된 족제비 중 한 마리는 6일이 지나자 다른 것들에 비해 수 백만 배 많은

바이러스를 지니게 됐다. 분석 결과 체내에서 변종 바이러스가 세 번 째 돌연변이를

일으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변종을 족제비에게 주입하자 같은 우리에 있던 다른

족제비까지 공기를 통해 전염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는 4번째

돌연변이를 일으켜 전염력이 급증했다. 다른 우리에 있는 족제비까지 공기를 통해

전염시킨 것이다.

요시히로 교수는 “앞서의 돌연변이 3건은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의 수용기에 달라붙도록

단백질을 변형시키는 역할을 했지만 이 같은 변형이 너무 일찍 일어나서 부착의 효율성이

높지 않았다”면서 “4번째 돌연변이는 변형이 제때 일어나도록 부착 단백질을 안정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숙주 세포의 수용체 특성에 맞아야 바이러스가 달라붙을 수 있다는 사실은

연구 시작 전부터 알고 있었다”면서 “다만 더 큰 전염성을 획득하기 위해 추가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몰랐는데 이것이 4번째 돌연변이, 즉 단백질의 안정화라는

사실이 이번에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돌연변이도 전염성을 강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의 변종 바이러스로 인해 실험 중 폐사한 족제비는 없었다. 전파 속도는 2009년

H1N1 유행 당시보다 느렸고 폐를 손상시키는 정도도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치료제인 타미플루와 초기 형태의 H5N1 백신에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기존

바이러스보다 열에 강하다는 특성도 나타냈다. 요시히로 교수는 “문제의 4번째 돌연변이를

획득한 것으로 의심되는 바이러스가 발견되면 일단 50도 이상으로 가열해보면 된다”면서

“매우 간단한 시험으로 가려낼 수 있다”고 말했다.

◇논문 공개 여부에 관한 논란= 고병원성 H5N1 바이러스를 조작해 전염력이

뛰어난  변종을 만들었다는 실험 결과는 지난해 이미 알려졌다. 카와오카 교수팀

뿐 아니라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메디컬 센터의 론 푸히에르 교수팀이 비슷한 실험을

통해 유사한 결과를 도출했다.

그러자 지난 해 12월 미국의 ‘바이오 안보에 관한 국립 과학 자문위원회(NSABB)’는

두 팀의 논문에서 연구방법과 세부사항을 삭제하고 출판해야 한다는 권고사항을 발표했다.

테러리스트에 의해 악용된다거나 이들의 연구가 널리 확산되면 어딘가의 연구실에서

변종 바이러스가 우연히 유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국제보건기구(WHO)는 두 연구의 모든 내용이 논문으로 출간되어야 한다고

권고를 발표했다. 지난 달 미국 위원회는 국제 전문가와 건강기구 대표가 모인 회의를

거친 뒤 입장을 바꿨다. 약간 수정된 상태로 모든 내용이 공개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에 자연적 돌연변이로 이 같은 변종이 출현할 경우 이와 싸우는 데 이들 팀의

연구결과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두 팀의 연구 모두 미국립보건원의 자금을 일부 지원받아 수행됐다. 네덜란드

팀의 논문은 네덜란드 정부의 허가를 얻은 뒤사이언스에 제출됐다. 두 팀의 연구실은

모두 생물학적 보안의 최상위 단계인 4 등급 바로 아래인 3b 등급으로 운영 중이다.

요시히로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공중 보건에 큰 도움이 되며 이 치명적 바이러스의

이해를 돕는 데 기여한다”고 성명을 통해 말했다. 그는 “가장 큰 의미는 조류 독감이

포유동물 사이에 전염될 수 있게 만드는 돌연변이가 무엇인지를 확인한 데 있다”면서

“자연계의 바이러스를 모니터 하는 사람들은 이런 변이가 나타나지 않는지 찾아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인간의 건강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집트를 비롯한 중동지방의 일부 H5N1 계통은 인간 세포의 수용체를 식별할

능력을 이미 획득했다. 사람 사이에 퍼져나가려면 한 단계의 돌연변이만 더 거치면

되는 상태일 수 있다는 것을 그의 연구는 시사한다.

H5N1, H1N1 이란=모든 독감 바이러스는 두 종류의 표면 단백질 즉 ‘헤마그글루티닌(Hemagglutinin:

H)’과 ‘뉴라미니다제(Neuraminidase:N)’를 지니고 있다. H는 15가지, N은 9가지 형태가

있다. H5N1은 고 병원성 조류 독감을 일으킨다. H1N1은 1918,1919년 스페인 독감을

일으켜 5000만 명이 넘는 사망자를 냈던 계통이다. 저병원성의 H1N1은 현재 세계에

널리 분포되어 있다. 2009년 이 바이러스의 변종이 갑자기 유행하면서 돼지 독감으로

불렸다. 하지만 새와 돼지와 사람의 바이러스가 혼합된 것으로 확인돼 이 명칭은

철회됐다. 한국 언론 및 정부에서는 신종 인플루엔자 A(약칭 신종 플루)라는 이름을

사용 중이다.

조현욱 기자 poemloveyo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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