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진통 해열제로 널리 쓰이는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파라세타몰을 아기에게
먹이면 6살 때 천식에 걸릴 확률이 두 배 높고 알레르기를 일으킬 확률은 세 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감기나 수두 등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어린이나 청소년이 아스피린을 많이 복용하면
심한 구토와 혼수 상태에 빠지기도 하는 라이증후군에 걸릴 수 있다는 위험이 제기되면서
파라세타몰(paracetamol)은 가장 대중적인 해열 진통제 성분으로 쓰여왔다.
뉴질랜드 오타고대학의 줄리안 크레인 교수 연구팀은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
사는 약 1500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파라세타몰의 영향을 조사한 결과 전체 어린이
중 95%가 파라세타몰을 복용한 경험이 있었다. 영국 인도 중국 필리핀 등지에서는
파라세타몰을 주성분으로 단맛이 나게 만들어진 어린이용 시럽 칼폴(상품명)이 많이
팔린다.
연구진은 15개월 미만의 아기에게 파라세타몰 성분이 들어있는 해열제를 먹이면
유아가 6살이 됐을 때 파라세타몰을 복용하지 않은 어린이에 비해 천식에 걸릴 확률이
2배 높고 꽃가루나 먼지, 애완견의 털에 알레르기를 일으킬 확률이 3배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정확한 이유는 밝히지 못했지만 파라세타몰이 어린이의 몸속에서 어떤
변화를 일으켜 알레르기와 천식을 일으킬 수 있는 특정 요소에 대해 면역력이 약해지는
것으로 추정했다.
줄리안 크레인 교수는 “아직 정확한 원인이 파악되지 않았다”며 “이 약물 사용과
천식 위험성 등의 관계를 분명히 밝히기 위해 임상시험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크레인 교수는 “현재까지는 이 약물 사용으로 얻는 이익이 천식 알레르기 위험성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에 부모들은 이 약물을 어린이들에게 먹이는 것을 중단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2008년 파라세타몰 성분의 약을 섭취한 6~7세의 어린이 중 50%가 천식 위험을
보였다는 연구결과가 세계적 학술지 ‘란셋(Lancet)’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거기서
더 나아가 유아와 어린이를 비교함으로써 천식 발생이 증가하는 것과 파라세타몰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천식환자를 위한 자선단체인 영국천식협회의 엘라인 빅커 박사는 “세계 여러나라에서
나온 몇 편의 연구논문으로 미루어 파라세타몰 복용과 천식 알레르기 위험성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며 “하지만 현재로서는 약품설명서에 따라 먹는다면
파라세타몰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해열 진통작용을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관계자는 “파라세타몰은 타이레놀의 주성분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해열진통제에 쓰인다”면서 “우리나라에는 연구진이 지목한 칼폴이라는 약이
들어오지 않았고 아직 파라세타몰에 관해 문제제기가 나온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내용은 ‘영국 알레르기 임상면역학회(BSACI)’가 발간하는 학술저널 ‘임상
실험 알레르기(Clinical & Experimental Allergy)’에 발표됐으며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온라인판과 미국 과학웹진 피스오그(Physorg)등이 29일 보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