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백신 부작용 없다고 하지만…

'길랑바레 증후군' 등 백신 부작용 규명 안돼

신종플루 예방 백신이 안전하지 않다는 괴소문을 유포한 고등학생 2명이 붙잡혔다.

이들은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맞으면 그냥 죽는다. 다같이 안맞는다고 해야한다”는

내용을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퍼트렸다. 근거가 없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신종플루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는 방증이다.

지난 27일부터 접종이 시작된 신종플루 백신은 (주)녹십자가 자체 개발·생산한

그린플루-에스다. 이 백신은 지난 6월 시제품 생산에 착수한 뒤 3~4개월여 만에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을 모두 마쳤다. 일반적으로 백신 개발부터 허가가 1~2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에 비해 이번 신종플루 백신은 신속심사를 거쳤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신속심사라고 해서 심사 자료를 면제해 주는 것이 아니고

안전성과 유효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두기 때문에 부작용 위험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 대책본부는 의료요원 3576명에 대해 신종플루

백신을 접종한 결과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았고, 진행중인 18세 이하에 대한 임상시험에서도

특이 부작용은 없다며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신종플루 백신 안전” vs “70년대 백신파동 재현 우려”

그럼에도 일반인들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백신이 성급하게 승인되고 접종됐을 때 발생할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서둘러 백신을 만들었다가 재앙을 일으킨 대표적 사례는 1976년 미국 뉴저지 주의

포트 딕스 군 기지에서 일어난 사건이 꼽힌다. 당시 포트 딕스의 군 부대에서 돼지독감이

유행해 200명이 감염되고 1명이 사망하자 정부는 백신을 만들어 이듬해 인근 주민

등 4500만 명에게 접종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다음해 대유행은 오지 않았다.

오히려 백신을 맞은 500여 명에게 신경 장애로 몸에 마비가 일어나는 ‘길랑바레

증후군’이 발생했고 이중 최소 25명이 숨졌다. 당시 돼지독감으로 사망한 사람은

1명에 불과했지만, 백신 부작용을 겪은 사람은 500명으로 득보다 실이 훨씬 많은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모든 백신이 그렇듯 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는 그때의 악몽이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 근거로 “지금은

당시보다 백신 제조 기술이 훨씬 발달했고 검증 체계도 까다로워진 점”을 들었다.

김우주 교수는 “이미 신종플루 대유행이 시작된 상황에서 발생 가능성이 적은

포트딕스 사건의 재현을 우려해 접종을 꺼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길랑바레 증후군’ 백신 부작용 탓인지 불명확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는 “길랑바레 증후군은 20만 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며 “포트 딕스 사건 당시 원인이 인플루엔자 백신인지 우연의 일치인지는

아직 정확한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신종플루 접종에 앞서 길랑바레 증후군에

대한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으로도 신종플루 백신에 대한 불신이 크다. 독일은 군인에게는 항원보강제

성분이 없는 벡스터 사의 ‘셀바팬’을 접종하지만 일반 국민들에게는 항원보강제가

포함된 GSK의 ‘팬덤릭스’를 접종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항원보강제를 넣어 만든

백신은 부작용의 위험이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국민들이 자국에서 생산된 백신의 안전성을 믿지 못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도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의 62%가 올해에는

예방접종을 받지 않겠다는 응답을 했고, 캐나다 일간지 ‘글로브 앤드 메일’도 응답자

1000명 중 51%가 예방접종을 받지 않겠다는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인플루엔자 백신 외에 다른 백신의 안전성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법정 전염병인

수두를 예방하기 위한 백신도 소아 5명 중 1명, 성인은 3명 중 1명에서 주사 부위

통증과 부종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는 발열, 5%정도는 가벼운 발진이

나타난다.

결핵백신으로 알려진 BCG도 부작용이 있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손숙미 의원이

지난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4년부터 5년간 BCG를 맞고

부작용을 일으킨 사례가 1073건에 이른다.

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 이상일 교수는 보건의료연구원 소식지 ‘근거와 가치’

10월호에서 ‘신종플루와 근거에 바탕을 둔 의사결정’이라는 기고문을 통해 “이제

차분히 신종플루에 대한 대응책을 재점검하여야 할 시점”으로 전제한 뒤 “신종플루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사안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백신이 성급하게 승인돼서는 안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계절성 인플루엔자로 인한 평균 사망자 수가 전 세계적으로 매년 30만

명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까지의 신종플루 사망자 수에 지나치게 큰 공포를

느낄 필요는 없는데 최근 우리 사회의 대한 대응은 이런 근거에 바탕을 둔 의사결정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소수정 기자 crystalso@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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