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날]척추장애 아내 사랑한 눈물왕자

인천 ‘바보왕자’와 ‘예삐공주’의 사랑 이야기

 

19일 오전 서광원(48, 경기도 인천시 부평구)씨는 여느 날처럼 독거노인들에게

점심 도시락을 돌리느라 바쁘다. 도시락을 나르는 이 2~3시간이 하루에 그와 아내

강은숙 씨가 떨어지는 유일한 시간대다. 그는 이 일을 해 봉사단체로부터 매달 세

식구가 먹을 쌀을 받는다.

아내 강 씨는 선천성 소아마비를 앓아 키가 1m도 안 되는 척추 지체 1급 장애자다.

남편 없인 아무것도 못한다. 매일 밤 남편은 굽어만 가는 아내의 척추를 눌러 준다.

병원이라곤 아들 동진(17)을 뱄을 때 동네 산부인과에 가본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당시 의사는 “혈액 검사를 하니 B형간염, 당뇨, 고혈압이 있다”며 “아기를 낳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아내는 끝까지 우겨 아기를 낳았다. 병원에선 “그 몸으로

애를 낳다니 기적”이라고 했고, 그래서 동진은 이 부부에게 ‘기적의 아들’이다.

광원 씨는 아내 은숙을 만나기 전 여느 20대처럼 철부지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어느 시각장애인 남편과 지체장애인 아내가 행복하게 사는 걸 보고 “나도”라는

마음을 먹었다고 했다.

“우리 어떻게 살아왔지?” 허허 웃는 부부

주위 소개로 처음 은숙 씨를 만난 날 그는 장애 정도가 심한 그녀를 보고 고민도

많이 했단다. 그러나 한번 먹은 마음이 변하지는 않았다. “혼인신고하러 갔더니

아 글쎄, 나보다 네 살 어리다는 사람이 실제로는 네 살 더 많은 거예요. 왜 그랬냐고

따졌더니 몸도 이런데 나이까지 많으면 결혼 안 해줄 것 같아서 그랬대요”라면서

그는 웃었다.

‘바보왕자’와 ‘예삐공주’는 부부싸움도 많이 했다. “아내가 장애자라니 싸움

안 할 것 같죠? 무슨 말씀, 똑 같아요. 19년 동안 살면서… 어휴, 그걸 어떻게 말로

다.” 그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그의 말이 이어진다. “싸울 때 툭하면 이혼하재요.

남들은 남편이 그런다는데 우린 거꾸로 라니까요.” 이 말에 아내는 그냥 웃는다.

그녀는 멀쩡한 광원 씨가 결혼하자고 했을 때 믿지 못했다. 그래서 결혼을 하고도

5년 동안을 ‘의심의 눈초리’로 봤단다. 그러나 남편의 한결같은 모습에 자신이

못된 마음을 꾸짖었다고 한다.

‘바보왕자’는 울보기도 하다. 요즘도 가끔 ‘예삐공주’가 투정을 부리면 밖으로

뛰쳐나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한바탕 울고 아무 일 없다는 듯 돌아온다고 했다.

1급 장애자이지만 장애인 지원금 못받아

그는 24시간 아내의 손발이 돼 줘야 하기 때문에 취직을 못 한다. 그러니 수입은

전혀 없다. 아내가 지체 장애 1급이지만 남편이 건강하다는 이유로 장애인 지원금도

못 받는다.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의 학비며, 생활비는 물론 아내 약값도 없다. 그러면서도

부부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겠다”며 함께 웃었다.

바보왕자의 소원은 단 하나. 아내에게 척추 수술을 해주는 것이다. 도시락 돌리는

일을 광원 씨에게 맡긴 봉사단체 사랑밭회가 이들의 딱한 사정을 알고 한달 전부터

은숙 씨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후원금을 모으고 있지만 목표액 1000만 원에 5월20일

현재까지 모금액은 150만 원 밖에 안 된다.

“몇 년 전에 TV를 보니 이 사람과 비슷한 사람이 수술을 받더라구요. 그래서

그 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수술비가 2000~3000만 원은 든다고 하더라고요. 검사라도

한번 받아 봤으면 좋겠는데…” 잘 참고 있던 바보왕자는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이용태 기자 lyt009@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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