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창문을 열어보세요

‘환기효과’로 명절주부우울증 예방

1남 5녀 중 막내인 남편과 2005년 결혼한 주부 이나영(29·서울 동작구

사당동) 씨는 설 연휴를 앞두고 또다시 소화가 잘 되지 않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도졌다. 이 씨는 사당동에서 시부모를 모시고 살고 있다. 명절 때면 조카 6명을 포함한

18명 온가족이 모여 상차림부터 설거지까지 다른 집보다 2~3배 일손이 필요하다.

이런 일은 온전히 이 씨의 몫이다. 지난 추석 때도 어김없이 몸살이 났고, 남편과

말다툼까지 했지만 대답은 언제나처럼 “다음엔 내가 많이 도와줄게” 였다. 이 씨는

이런 답답함이 반복되면서 최근엔 우울증까지 생겨났다고 토로했다.

명절주부우울증은 설날이나 추석, 제사 등 크고 작은 집안 대소사를 앞두고 음식

마련, 일가친척 접대 등 과도한 가사노동이 주부에게 집중되고 스트레스까지 받아

생겨나는 증후군이다.

명절주부우울증은 우울증상과 함께 가슴이 답답하다든지, 어깨 결림, 소화불량,

불면 등의 증상이 나타나 주부들을 괴롭힌다.

이런 증상은 명절을 전후해 짧은 기간 동안에 발생하기 때문에 명절이 지나면

증상이 곧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명절주부우울증은

명절마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우울 증상이 심화되고 여기에 육체적인 고통까지

동반되기 때문에 사전 예방에 신경 써야 한다.

명절주부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갈등 상황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크게는 남편과의 갈등, 시댁식구와의 갈등, 종교적인 갈등 등이 있다.

평소엔 설거지나 집안일을 돕던 남편도 명절에는 가부장중심 문화에 익숙한 집안

어른들의 눈치를 보며 아내의 일을 돕지 않고 접대만 받다보니 아내와 남편의 갈등이

깊어진다.

또 자주 만나지 않는 서먹서먹한 시댁식구들과 남편 회사며 월급, 자식 자랑을

주제로 대화할 때면 스트레스가 발생하고, 이것이 은근히 며느리들 간의 자존심 대결로까지

번져 갈등을 일으킨다. 전업주부와 맞벌이부부인 며느리들 간의 가사분담 논란도

명절주부우울증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이밖에도 차례나 제사를 지내는 문제를 두고 형제간, 고부간의 갈등이 확산되면서

명절주부우울증을 부채질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창문을 열어 탁한 공기를 맑은 공기로 바꾸는 것처럼 이러한 명절주부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미리 마음의 창문을 열어보라고 조언한다. 명절주부우울증 예방책으로

‘환기효과’를 제시한다.

환기효과는 갈등이 있는 대상을 만나기 전에 제 3자에게 갈등 상황을 털어놓음으로써

갈등 상황에 대한 사전 적응을 하는 과정을 말한다.

명절 때 시어머니, 시누이, 올케, 동서 등 시댁 식구들과 부딪치면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가지 갈등에 관해 남편, 친구 또는 친정 가족들과 미리 대화를 해두면

갈등상황이 벌어졌을 때 예방주사를 맞아둔 것처럼 갈등을 줄일 수 있고, 스트레스도

덜 받게 되는 것.

환기효과의 한 방법으로는 귀성길 차 안에서 남편과 갈등상황에 대비해 충분한

대화를 나누거나, 명절 전에 친구들과 미리 수다를 떨어두는 것 등이 있다.

환기효과를 노려 남편과 얘기하다 자칫하면 말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만의 입장을 고집하기 보다는 서로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요즘 여성들은 과거 윗세대와는 달리 ‘좋은 며느리 되기’라는 일종의 강박관념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명절 때 아예 시댁을 찾지 않거나, 시댁 어른들에게 불만을

표현하는 사례가 많다. 이 때문에 오히려 갈등이 깊어져 명절주부우울증을 겪는 주부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환기효과를 통해 갈등상황에 발생할 수 있는 스트레스를 미리 줄였다면 나머지

갈등의 간극은 가족 간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채워나가야 한다.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자신의 입장을 고집하기 보다는 상대방의 생각을 살피고

기존 사회적 가치관과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면 더욱 즐거운 명절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도움말]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윤세창 교수

 

    조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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