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이상 女 임신, ‘이것’ 위험…아기 체중도 걱정이네, 어떻게 관리?
고령 임신에서 임신성 당뇨 증가 추세
# 35살 넘어 늦게 결혼했는데, 최근 임신에 성공했다. 잦은 입덧으로 몸은 힘들어도 소중한 아기를 만날 기대에 얼굴에 웃음꽃이 가시지 않던 한 모(여, 38, 부산 금정구)씨. 하지만 다시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 몇 주 전부터 혈당이 조금씩 오르더니 급기야 ‘임신성 당뇨’ 진단이 나온 것. 거대아 출산 위험 있다는 얘기까지 들으니, 앞이 다 캄캄하다.
임신성 당뇨(Gestational Diabetes Mellitus, GDM)는 임신 중 혈당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한 상태다. 태아는 물론 산모에게도 위험하다.
우리나라 임신성 당뇨 발병율은 2017년 15.8%에서 해마다 1%-2%씩 증가하더니 2021년에는 18.2%로 늘었다. 특히 35세 이상 고령 임신에서 그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물론, 임신성 당뇨는 출산 후 대부분 개선된다. 그런데 출산 5년 후 제2형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약 50%까지 증가한다.
임신성 당뇨, 왜 생기나?
임신 중에 우리 몸엔 여러 예기치 못한 변화가 두루 일어난다. 임신 합병증들이다. 특히 임신 중 호르몬 변화가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 혈당 조절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 임신성 당뇨다.
물론, 정상적인 임신 과정에서도 발생할 수는 있다. 하지만 특정 위험 요인이 있으면 이러한 변화가 더 심해진다. 특히 35세 이상 고령임신, 체질량 지수(BMI) 25 이상 비만, 부모나 자매 중에도 이랬다는 가족력이 있을 땐 더 그렇다. 다가오는 설 명절, 가족 모일 때 꼭 여쭤보는 게 좋다.
최근 서울대병원 조사에서도 “당뇨병의 유전적 발생 위험이 높은 여성은 그렇지 않은 대조군보다 출산 후 ‘2형 당뇨병’ 위험이 3.25배 증가한다”고 나왔다.
여기다 다낭성 난소증후군(PCOS)이 있거나 할 때 생기는 호르몬 이상도 한 원인이다. 부산 순병원 건강검진센터 이윤택 원장(가정의학과)은 “이런 위험인자가 있다면 임신 초기부터 혈당 검사를 자주 하고, 생활습관을 더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임신성 당뇨, 왜 위험해?
임신성 당뇨는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먼저, 임신성 당뇨를 경험한 여성은 임신중독증, 조산, 또는 제왕절개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태아에게도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 4kg 이상 거대아로 낳거나, 저혈당 또는 호흡곤란 증후군 등의 위험이 증가한다. 또한, 출생 후 아이가 비만이나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병원은 “임신 24~28주 사이 반드시 1차 선별검사를 받을 것”을 권한다. 포도당 부하검사로 진행한다. 일반적인 당뇨 검사 방법과 비슷하지만, 진단 방식이 같진 않다. 이 원장은 “만약 비만, 과거 임신성 당뇨 이력 등 고위험군에 해당하면 아예 임신 초기부터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했다.
미리 알면 위험 줄인다…예비맘 위한 필수 가이드
먼저, 적절한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이 중요하다. 식사를 통곡물과 저당지수(GI) 식품 위주로 먹고, 충분한 단백질 섭취를 포함한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한다.
매일 30분 정도 걷기와 같은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계속한다. 혈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데 아주 유효하다. 물론 정기적인 혈당 체크는 필수다. 순병원 이 원장도 "혈당 상황에 따라 의사로부터 인슐린 등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하는 만큼 산모는 자신의 혈당 수치를 정기적으로 체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 한 씨도 임신성 당뇨로 진단받은 직후부터 정기적인 혈당 측정과 엄격한 식단 관리를 바로 시작했다. 매일 30분씩 산책하며 의료진 지침도 충실히 따랐다. 자신의 몸보다 아기의 건강이 더 중요했기 때문. “초기엔 당황했죠. 하지만 꾸준한 관리로 큰 문제없이 건강한 아기를 낳을 수 있었다"고 했다.
출산 후에는 어떻게?
출산 후에도 관리가 필요하다. 먼저, 출산 후 4~12주 이내에 혈당이 정상으로 돌아왔는지 확인한다. 만일 정상으로 돌아왔다 해도 정기 검사로 이상 징후를 조기에 찾아내야 한다. 식습관과 운동 등 생활습관 관리도 여전히 필요하다.
특히, 다음 임신을 계획할 땐 의사와 미리 혈당 관리 계획을 세우는 것도 바람직하다. 다음 임신에서 당뇨가 또 발생할 확률이 무려 30% 이상이다.
부산 순병원 이윤택 원장은 “임신성 당뇨는 관심 갖고 꾸준히 대비하면 출산 전후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질환”이라며 “위험인자를 잘 파악하고, 임신 기간 내내 정기검사·생활습관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