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8년씩 늙어"...성탄절 앞두고 숨진 19세女, 무슨 병?
생후 7개월부터 조로증 겪기 시작...노화 가속화하는 병
조로증을 앓던 19세 소녀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는 사연이 공개됐다.
최근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남아프리카 프리토리아에 사는 빈드리는 생후 7개월부터 조로증이라 불리는 ‘허친슨 길포드 조로증 증후군(Hutchinson-Gilford progeria syndrome)을 겪기 시작했다. 지난 19일 그의 어머니는 페이스북 채널에 “희망과 기쁨을 줬던 딸의 죽음을 알린다”며 “사랑을 준 전 세계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글과 함께 부고를 전했다.
빈드리가 앓던 병은 사람의 노화 과정을 가속화한다. 실제 나이보다 훨씬 더 빨리 늙게 한다. 빈드리는 1년이 지날 때마다 8년의 속도로 외모와 신체가 빠르게 늙어갔다. 뼈가 약해지고 부러지기 쉬운 골다공증까지 나타나 건강도 악화했다.
19세까지 생존했던 빈드리는 생전 14세를 넘기기 어렵다는 진단을 듣기도 했다. 실제 조로증은 평균 기대 수명이 14년으로 20대 이후 환자는 드물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빈드리는 틱톡을 통해 조로증의 인식을 높이고 긍정적인 영감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공유했다. 틱톡 구독자 27만 명과 소통을 이어갔다.
전 세계 곳곳에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조로증 환자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그는 영상에서 “태어날 때부터 조로증과 함께 살아왔지만 수년에 걸쳐 어려움, 수술 등을 이겨내는 법을 배웠다”며 “모든 사람은 저마다 독특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19번째 크리스마스를 즐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빈드리의 소식에 누리꾼들은 “천사가 떠났다” “긍정적이고 강한 빈드리 덕분에 힘들 때마다 위로를 받았다” 등 애도를 표했다. 빈드리의 어머니는 짧은 생을 기리기 위한 추모식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기 노화 현상 나타나는 희귀 유전병...원인은 유전자 돌연변이
조로증은 수백만 명 중 1명에게 조기 노화 현상이 나타나는 희귀 유전병이다. 1886년 J. Hutchinson이 3세 남아 사례를 발표, 이어 H. Gilford가 같은 사례를 보고해 허친슨 길포드 조로증 증후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원인은 유전자 LMNA(라민 A) 돌연변이다. 이 유전자에 결함이 생기면 핵이 불안정해지고 노화 현상이 빠르게 일어난다.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기 전 돌연변이가 생겨 조로증으로 이어진다고 추정된다.
키·체중 등 성장 지연...모발도 하얗게 변하고 턱도 덜 발달해
조로증 환자는 유아기 초기에는 정상적인 모습을 보인다. 약 9~24개월이 되면 심각한 성장 지연을 보인다. 의학문헌에 따르면 조로증을 앓는 10세 아이의 평균 키는 정상인 3세 아이의 평균 키와 같다. 키뿐만 아니라 몸무게도 또래보다 적게 나간다.
2세 이후부터는 머리카락도 하얗게 변하고, 턱이 발달하지 않아 치아가 비뚤게 자랄 수도 있다. 때문에 환자는 특징적인 얼굴형을 가진다. 이 외에도 전신 죽상경화증, 심혈관계 질환, 골격 손상, 고관절 탈골, 손톱 결함 등을 겪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하지방이 위축되는 등 노인과 유사한 모습을 변화가 나타난다.
신체 증상, 과거력, 유전자 검사 등을 바탕으로 진단된다. 아직까지 노화 현상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다. 환자 개인의 증상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치료가 이뤄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