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새하얗게 변해”...추위 탓인가 했는데 60대男 시한부, 무슨 병?
손가락 하얗게 변한 뒤 '전신경화증' 희귀질환 진단받은 남성, 시한부 2년 선고받았지만 아직 생존
추위에 손가락이 하얗게 변하는 증상을 겪은 40대 영국 남성이 살 날이 2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판정을 받은 사연이 공개됐다.
최근 영국 매체 더 선에 따르면 스콧 넬(47)은 2017년 11월, 눈이 많이 내리는 날 바깥에서 시간을 보냈다. 추위 탓에 손가락이 아픈 듯 차가운 감각이 느껴져 스콧은 손을 확인했다. 장갑을 벗으니 손가락은 하얗게 변한 상태였다. 그는 “갑자기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손이 차가웠다”며 “장갑을 벗으니 손이 새하얀 종이같았다”고 말했다.
이후 스콧은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잠에서 깬 어느날 아침에는 팔과 다리를 펴지 못해 몇 분이나 걸리기도 했다. 호흡 곤란이 나타나 스콧은 몸을 한쪽으로 기울이면 기도가 막히는 느낌도 들었다.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한 스콧은 2018년 3월 병원을 찾았고, '전신 경화증의 확산성 피부형(diffuse cutaneous systemic sclerosis, 이하 전신경화증)'이라는 희귀 자가면역 질환을 진단 받았다. 검사 결과 전신경피증 환자의 약 20%에게 나타나는 항체인 SCL70이 발견된 것이었다. 스콧의 손가락 끝은 칼슘침전물이 쌓여 있는 상태였다. 다른 관련 질환인 레이노병(Raynaud's)도 함께 진단받았다. 손, 발, 손가락, 발가락 등 신체 말단부 혈관이 온도 변화나 스트레스에 과민 반응하는 질환이다. 그는 “손가락 피부가 너무 단단해서 아무 것도 잡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신경화증이 다른 장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폐 엑스레이 촬영도 했다. 다행히 아무런 문제는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병이 계속 진행되면서 2022년에는 합병증이 나타나 폐 등 장기가 손상됐다. 결국 스콧은 2년 밖에 살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다.
다행히도 그는 2년이 지난 현재까지 삶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증상 완화를 위해 매주 진통제, 면역억제제 등 약물을 250정이나 복용하며 지내는 중이다. “살 날이 2년도 안 남았다고 했었는데 그 기간을 넘겼다”며 “빨리 진단을 받았기에 내 모습을 최대한 살린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이 병은 칼슘침착물이 많이 생겨 흉터와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며 “치료를 빨리 받을수록 더 오래 살수 있고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고 덧붙였다.
피부·혈관 등 두꺼워지거나 딱딱해지는 희귀병
사연 속 남성이 앓는 전신경화증은 피부, 혈관, 내부 장기가 두꺼워지거나 딱딱해지는 희귀병이다.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몸에서 과다하게 생성된 콜라겐이 축적돼 생기는 자가면역질환이라 알려졌다.벤젠, 톨루엔 등 특정 화학물질과도 관계있다는 보고가 있다.
증상은 피부가 딱딱해지고 두꺼워져 번들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초기에는 위 사연처럼 레이노 현상이 흔히 나타난다. 차가운 공기에 노출되거나 찬물에 손을 담그면 피부 색이 변하는 것이다. 손을 비롯 발가락, 코끝, 귓불 등도 혈액순환이 어려워 색이 하얗게 변한다.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붓거나 궤양이 생길 수 있다. 붓는 단계가 지나면 피부가 굳는다. 손부터 시작해 얼굴과 목의 피부가 단단해지고, 주름도 사라진다.
피부 증상 외에 장기도 손상될 수 있어...완치법 없어
이 외에도 관절염, 근육 약화, 입과 눈 건조 증상이 나타난다. 장기도 손상될 수 있다. 심장, 폐, 신장 등의 기능이 저하하면서 폐섬유화, 폐동맥 고혈압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병이 진행되면서 염증과 조직 손상이 일어나면 칼슘이 침착되기도 한다.
전신경화증은 완치법이 아직 없다. 위 사연처럼 증상을 조절하기 위해 여러 약물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증상에 따라 다양한 경과가 나타나기에 피부뿐만 아니라 폐, 심장 등에 대한 정기적인 검사도 진행된다.
국내에서도 전신경화증은 희귀병으로 분류된다. 환자는 2017년 기준 약 3900명이었으나 2018년 약 4200명, 2019년 약 4700명으로 늘고 있다.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류마티스내과 전문의 등을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