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주총 D-1…박재현 대표 해임 향방은?
지분율 39% 소액주주에 달려...임종윤 이사 예상밖 행보 주목
경영권 다툼을 이어가고 있는 한미약품그룹이 이번에는 한미약품 경영권을 놓고 표대결을 벌인다.
1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19일 서울시교통회관에서 열리는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번 임시주총에는 ▲사내이사 박재현 해임 건 ▲기타비상무이사 신동국 해임 건 ▲사내이사 박준석 선임 건 ▲사내이사 장영길 선임 건 등이 안건으로 상정돼 있다. 이는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제안한 내용이다.
특히 주목받는 안건은 박재현 대표와 신동국 이사의 해임 건이다. 박 대표는 4자 연합(신동국 회장·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킬링턴 유한회사)의 우호 세력으로, 해임 여부에 따라 이사회 구도가 크게 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미약품 이사회는 4자 연합 측 6명, 형제(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임종훈 한미약품 이사) 측 4명으로 구성돼 있다. 만약 임시 주총에서 주주제안 안건이 모두 가결되면, 형제 측 이사가 6명으로 늘어나 이사회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5대5 구조인 상황에서 주요 계열사인 한미약품의 이사회를 장악해 경영권을 공고히 하려는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 지분율로만 보면 형제 측이 우위에 있다. 전날 수원지방법원은 임종훈 대표가 한미사이언스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막아 달라는 4자 연합 측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한미사이언스는 주주명부 폐쇄일 기준 한미약품 지분 41.98%를 보유한 1대 주주다. 주주제안을 낸 임 대표는 해임 안건에 찬성을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약품 지분 구조를 보면, 한미사이언스에 이어 국민연금(10.23%)과 신동국 회장(7.72%)이 주요 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기관투자자(약 24.9%)를 포함한 소액주주 지분율은 약 39%다.
그러나 이사 해임 안건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으로,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요구된다. 한미사이언스가 찬성표를 던지더라도 나머지 25% 이상의 찬성표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의미다.
게다가 이번 안건의 통과 가능성은 국민연금의 반대 결정으로 더욱 낮아졌다. 국민연금은 지난 13일 박재현 대표 해임 근거가 불충분하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앞서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5곳 역시 박 대표가 재임 중 최고 실적을 기록했으며, 해임에 대한 설득력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대를 권고했다.
결국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이번 안건의 가부를 가를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소액주주들의 표심은 아직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으나, 지난 4월과 11월 열린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은 전체 결과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었다.
임종윤 한미약품 이사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는 지난 13일 돌연 한미약품 임시주총을 철회하자고 제안했다. 경영권 분쟁보다는 그룹 운영 방안을 수립할 시기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물론 이 제안은 거절당했다. 하지만 이후 임 이사가 4자연합에 대화를 요청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 때문에 형제 간에 균열이 생겼다는 관측도 나온다.
만에 하나 임종윤 이사가 4자 연합 쪽에 서고, 이번 임시주총 안건까지 부결되면 올해 초부터 이어졌던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종식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