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미리 뽑아라? 간 수술 출혈 위험 줄이는 방법
0.5L 혈액 미리 채취해두면 출혈 위험 줄이고 수혈 필요시 대체 가능
간 수술을 받기 직전 환자의 혈액을 미리 채취해 보관해 두는 것이 수술 중 출혈 위험도 줄여주고 수혈상황이 왔을 때 그 부담을 반으로 줄여준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랜싯 위장병학과 간장학(Lancet Gastroenterology & Hepatology)》에 발표된 캐나다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11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논문의 주저자인 오타와대의 기욤 마르텔 교수(외과)는 “간 수술 직전에 0.5L의 피를 뽑는 것이 출혈과 수혈을 줄이는 데 지금까지 우리가 찾은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저혈량 정맥절개술로 알려진 이 시술을 적용하면 간 수술 환자 11명 중 1명이 수혈을 피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보고했다.
마르텔 교수는 “이 방법은 간의 혈압을 낮추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며 “안전하고 간단하며 비용이 저렴하며 출혈 위험이 높은 모든 간 수술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술 전에 환자 혈액의 약 10%를 제거한 다음 수술대에 있는 동안 수혈이 필요한 경우 환자에게 다시 수혈을 한다. 수혈이 필요하지 않을 때는 수술이 끝날 때 혈액을 재주입 하면 된다.
연구진은 간 수술 환자의 4분의 1에서 3분의 1이 과도한 출혈로 인해 수혈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암은 간 수술의 가장 흔한 이유다. 안타깝게도 수혈을 받으면 암이 재발할 위험도 높아진다.
연구진은 2018년~2023년 캐나다의 4개 병원에서 간 수술을 받을 예정인 446명을 모집했다. 연구진은 수술을 진행할 때 마취 후 무작위 배정으로 0.5L의 혈액을 채취하거나 채혈 없이 수술을 진행하도록 했다.
그 결과, 수술 전 채혈한 환자는 8% 미만이 수혈을 받았다. 반면 채혈하지 않은 환자는 그 두 배인 16%가 수혈을 받아야 했다.
채혈을 받을 경우 일반적인 수술보다 합병증이 더 많이 발생시키지 않았다. 또 수술 부위를 가리는 혈액이 적기 때문에 수술을 더 쉽게 수행할 수 있었다고 외과의들은 밝혔다.
연구진은 채혈을 통해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캐나다에서는 수혈하는 데 미화 350달러(한화 약 50만원)가 넘는 비용이 든다. 이에 비해 저혈량 정맥절개술에 사용되는 혈액백과 튜브의 가격은 약 20달러다.
연구책임자인 오타와병원의 임상연구 부과학 책임자인 딘 퍼거슨 교수는 “수혈은 생명을 구할 수 있지만, 생명을 구하기 위해 수혈이 필요하지 않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며 “혈액은 가장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가능한 한 많이 보존해야 하는 귀중하고 한정된 자원”이라고 밝혔다. 공동 연구책임자인 몬트리올대의 프랑수아 마르탱 카리어 교수는 "간 수술 전 채혈이 수혈의 위험을 줄여주는 것이 입증됐기에 임상시험에 참여한 4개 병원의 표준치료법이 됐다“며 ”전 세계 다른 병원에서도 결과를 알게 된 후 이를 채택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방법이 간 수술 외에도 상당한 출혈이 수반되는 다른 수술에서도 적용 여부를 테스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thelancet.com/journals/langas/article/PIIS2468-1253(24)00307-8/abstract)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