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죄송해요”... 55세 딸이 병든 부모를 ‘그곳’에? 결정 미루는 이유?

[김용의 헬스앤]

장기요양보험 서비스를 통해 간병, 목욕·식사 준비 부담을 덜고 가족은 서로에게 힘이 되는 대화만 나눌 순 없을까? 손만 마주 잡아도 치유 효과가 높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재 중년(50~60대) 부부는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 정작 본인들은 자녀에게 노후를 기댈 마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이들 중 상당수가 부모와 자녀를 동시에 부양하고 있다. 자신들의 노후를 걱정할 시기에 양가 부모님 간병비, 자녀 용돈 마련에 허리가 휠 지경이다. 양가 부모님은 80세를 넘긴 분들이 많아 노쇠, 투병으로 고생하고 있다. 지인들의 휴대폰 메시지에는 부친상, 모친상을 알리는 문자가 넘쳐 난다.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실감한다.

병든 노부모가 그곳으로 부르는 요양병원... 중년 자녀가 결정 미루는 이유?

중년 부부가 밤잠을 못 이루며 고민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투병 중인 부모님을 요양병원-시설에 모시는 문제다. 지난 코로나19 유행 중 ‘현대판 고려장’으로 소문난 곳이다. 전체 사망자의 절반 정도가 이곳에서 나왔다. 지금도 안전을 장담하지 못한다. ‘병원성 폐렴’이 기승을 부리는 곳이 적지 않다. 병원에 오래 입원하면 치명적인 폐렴을 얻는 경우가 많아 이런 병명이 붙었다. 요양병원 뿐만 아니라 대형 종합병원도 폐렴 위험지대다. 병원 측이 문병을 억제하는 이유다. 폐렴은 노약자에게 매우 위험한 병이다. 다리 골절로 입원해도 최종 사인(사망 원인)은 폐렴으로 나오기도 한다.

병든 노부모님은 요양병원-시설을 ‘그곳’으로 부른다. 두려움과 함께 ‘가기 싫다’는 속마음이 뒤엉켜 있는 말이다. 이를 언급하는 중년의 아들, 딸에게 원망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내가 너희들을 얼마나 힘들 게 키웠는데...” 요양병원-시설 1인실은 그래도 안전한 편이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할 수 없이 다인실에 입원하면 호흡기 감염병 위험이 높아진다. 이곳저곳에서 기침을 하고 간병인은 여러 환자를 돌보느라 본인이 감염될 수도 있다. “이런 곳에 부모님을 보내야 하나...” 중년 부부는 밤잠을 못 이루며 끝내 결정을 미룬다.

돈도 벌어야 하지만... 환자의 안전에는 관심 없는 사람들은?

요양병원은 가지각색으로 다르고 차이가 너무 크다. 더욱이 요양병원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악용하는 일부 불법 개설자들도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 이른바 ‘사무장 요양병원’이다. 의사 등 의료인만 운영 자격이 있는 요양병원을 명의만 빌려 개설한 것이다. 이들은 국민들이 낸 건강보험으로 운영되는 요양병원 돈을 빼돌리기 일쑤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요양병원을 비롯해 ‘가짜 병원’으로 새나가는 건강보험료가 연간 2000억원 이상이다. 불법 개설자들은 투자금 회수, 수익에만 신경 쓰고 환자의 안전은 관심이 없다. 환기 시설 등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한 시설 투자는 기대조차 할 수 없다. 그러나 일반인은 사무장 요양병원을 골라 내기가 매우 어렵다.

중년의 딸. 아들이 병든 부모님의 요양시설 행을 망설이는 것은 이런 이유가 있다. 특히 뇌졸중(뇌경색-뇌출혈) 후유증으로 한쪽 몸이 마비되어도 정신이 온전한 분을 어떻게 ‘시설’에 보낼 것인가. 돈이 없어 반듯한 요양병원에 보내지 못하고 ‘사무장 병원’인지 알 수 없는 곳에 모시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맞벌이 가정이라면 부모님 시중들 사람이 없는 것도 문제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요양보호사도 몇 시간 일할 뿐 종일 돌봄에 참여할 수 없다. 간병비가 크게 올라 개인 간병인을 쓸 엄두도 못 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이다.

노부모 부양, 미취업 자녀 용돈까지... “중년 부부는 고달프다

중년이라도 세대 차가 있다. 은퇴 사람이 많은 60년대생(55~64세)보다 70년대 초반생(50~54세)들이 노후 준비, 돌봄 부담에서 걱정이 많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재단법인 ‘돌봄과 미래’-한국리서치). 조사 대상 70년대생의 76%는 자녀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하고 있고, 42%는 본인이나 배우자의 부모를 경제적으로 부양하고 있다고 답했다. 자녀 부양엔 월평균 107만원, 부모엔 62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자녀와 부모 모두 부양하는 응답자는 25%로, 월평균 155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60년대생의 경우 자녀가 독립한 경우가 많아 ‘이중 부양’ 비율은 70년대생보다 10%포인트 낮은 15%였다. 43%가 자녀 부양(월평균 88만원), 44%가 부모 부양(월평균 73만원)을 하고 있다. 부모 부양에 대한 인식 차이도 컸다. 경제적 지원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응답자는 60년대생 33%, 70년대생 48%였다. 자신의 노후에 대한 불안도 70년대 생이 더 컸다.

내 집에서 죽고 싶지만... 현실은? 나는 준비하고 있나?

주목할 점은 60~70년대생 52%가 돌봄이 필요한 노년에 좋은 장소로 ‘살고 있는 집’을 꼽았다. 사실 ‘우리 집’보다 마음 편한 곳이 거의 없을 것이다. 다만 식사와 청소 등 가사가 문제다. 비싼 실버타운도 식사-청소 제공 외에는 별다른 메리트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노년의 80~90%가 낯선 병실에서 세상을 떠난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온몸에 기계장치(의료장비)를 주렁주렁 달고 사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내 집에서 품위있게 편하게 임종을 맞는 게 이상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60년대생의 78%, 70년대생의 85%는 우리나라 돌봄서비스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50~60대 부부도 언젠가 자신의 요양시설 행을 고민할지도 모른다. 남편이나 아내가 “여보, 미안하다”며 병든 배우자를 요양시설로 보낼 수도 있다.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나는 스스로 요양시설 행을 선택할 수 있을까? 나는 정든 집에서 죽고 싶은 마음은 없나? 요양시설에서 갑자기 응급 상황에 빠지면 가족 없이 혼자서 쓸쓸히 죽을 수도 있다. 요양시설이 먼 거리에 있으면 가족은 차 안에서 임종 소식을 들을지도 모른다. 중년 부부에게도 ‘요양’ ‘죽음’이 곧 다가올 것이다. 나는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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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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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im*** 2024-12-11 04:40:56

      돌봄 방문을 추천한다. 예를 들어 1주1번 1주에 2번 1주3번 1일 2~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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