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컥, 컥’ 수면무호흡 방치했다간...심장마비 위험 쑥↑

'유럽수면전문의(ESRS Expert Somnologist)' 부산성모병원 고태경 과장 "이럴 경우는 수술 검토"

작년 국내 폐쇄성 무호흡 환자수는 15만4000명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수면무호흡증(SA, Sleep Apnea)이 생기면 코를 골다가 ‘컥, 컥’ 하면서 호흡이 끊긴다. 상기도의 전체 또는 일부가 막혀 수면 중 불규칙한 호흡이 반복되는 것. 혈중 산소 농도가 낮아지며 몸과 뇌로 가는 산소도 부족하다. 깊은 잠을 못 자고, 그래서 낮에도 졸리고 일에 집중력도 떨어진다.

이런 환자가 의외로 많다. 대표적인 ‘폐쇄성 수면무호흡증’(OSA, Obstructive Sleep Apnea) 환자만 15만4000명(202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가까이 된다. 2018년 4만5000명에서 3배나 늘어난 것. 특히 남성은 30~40대, 여성은 50~60대에 많이 생긴다. 나이가 더 들어도 계속된다.

그 환자들 90%는 코를 곤다. 하지만 코를 골지 않는 수면무호흡증 환자도 간혹 있다. 둘 사이가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얘기다.

코 고는 소리는 둘째 치고, 숨을 안 쉬니 배우자가 오히려 더 불안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코를 곤다거나 ‘수면의 질’이 나빠진다는 차원의 얘기가 아니다.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각한 질병들 일으키는 위험 요인이 된다. 함께 사는 배우자도 언제 일이 터질 지 몰라 매일 노심초사하게 마련. "불안해서 잠을 못 자겠다"는 얘기가 절로 나온다. 게다가 수면무호흡은 치매 위험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청 ‘심장정지 발생원인 및 위험 요인 규명 추적조사’ 결과를 보면 수면무호흡증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에 비해 급성 심장정지 발생 위험이 5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심혈관질환 없던 18~64세 젊은 연령층조차 급성 심장정지 위험이 76%까지 높았다.

“수면무호흡증이 단순한 수면 문제를 넘어 급성 심장정지의 위험을 높이는 주요 위험 요인”(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이라는 것. ‘코 고는 것쯤이 무슨 병인가?’라며 무심코 넘겨 버려서는 안 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질병관리청, "급성 심장정지 위험 높이는 주요 위험 요인"

병원에 가면 먼저, 수면 설문에 응답한 후엔 신체 검진을 통해 수면무호흡증과 연관된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지 확인한다. 신체 계측 및 BMI(체질량지수)로 비만 여부도 본다.

거기서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되면 검사실에서 수면다원검사를 한다. 부산성모병원 고태경 과장(이비인후과)은 “1주일이나 10일 정도면 수면다원검사 판독 결과가 나오는데, 그 결과에 따라 치료 프로세스가 달라진다”고 했다. 무호흡지수(AHI, Apnea-Hypopnea Index)가 5를 넘으면 수면무호흡증으로 보고, 30이 넘으면 중증(重症)으로 진단한다.

대개는 양압기(CPAP, Continuous positive airway pressure) 같은 비(非)수술적 방법을 먼저 쓰게 된다. 환자 상황에 따라 양압기 종류(APAP, CPAP, BiPAP, ASV 등)도 달라진다. 환자에 따라선 양압기 적정압력 검사(CPAP Titration)가 필요할 때도 있다.

잘 때마다 양압기 마스크를 써야 해서 상당히 번거롭긴 하지만, 효과 만큼은 괜찮다. 올해 미국흉부학회(ATS) 국제학술대회에서도 수면 상태와 심혈관 건강에 관한 여러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특히, 수면 호흡 장애 치료에 사용되는 양압기가 사망률을 35%나 낮춘다는 연구가 시선을 끌었다.

또한,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은 비만과도 관계가 깊다. 고 과장은 “BMI 30 이상 고도비만 환자는 대다수가 수면무호흡증을 앓고 있다”면서 “최근에 다양한 비만치료제가 시판되면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올여름, 세계적인 의학 저널 ‘NEJM(뉴잉글랜드의학저널)’엔 미국과 호주 연구진이 “비만이 있어 GLP-1(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을 먹게 된 사람들에서 수면무호흡증 증상 개선이 뚜렷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는 “(비만치료제 ‘젭바운드’)가 OSA 환자 증상을 최대 62% 개선했다”며 임상데이터를 미국 식약처(FDA)에 제출하기도 했다. 약으로 수면무호흡증을 고치는 길이 열린 것이다.

입안에 구강 장치를 끼워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함께 개선하는 방법도 있다. 코를 고는 사람 대부분이 입을 벌리고 자는 데서 착안, 아래턱을 앞으로 내밀어 고정하는 ‘하악전방이동장치’가 많이 쓰인다. 양압기 쓰는 것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일부 환자들에겐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턱관절 질환이나, 치아, 잇몸에 문제가 있는 경우 구강 내 장치로 인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는 필요하다.

"수면무호흡, 생각보다 위험"...이런 조건이라면 수술로라도 해결해야

그런 비(非)수술적 방법 외에 부득이 수술해야만 하는 예도 있다. 수술로 효과가 있을 만큼 상(上)기도에 폐쇄 부위가 있거나, 비수술적 치료에 실패한 경우, 수면무호흡증 증상의 빠른 개선이 필요한 경우다.

이 대목에서 고 과장은 “수술이 필요할 것 같아도 일단은 약물유도 수면내시경(DISE, Drug Induced Sleep Endoscopy)으로 상기도의 좁아지는 부위를 동영상으로 촬영, 실질적인 폐쇄 부위를 확인한 후에 신중하게 결정을 내리게 된다”고 했다. 사실, 약물유도 수면내시경 검사를 하면서까지 수술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는 병원은 국내에 그리 흔하지 않다.

유럽수면전문의 고태경 과장(이비인후과). [사진=부산성모병원]
고 과장은 우리나라에 40명 정도밖에 없는 ‘유럽수면전문의’(ESRS Expert Somnologist)다. 미국수면학회(AASM), 세계수면학회(WASM)와 함께 3대 수면의학 인증시험의 하나. 2022년에 시험을 통과했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에 동반될 수 있는 불면증이나 렘(REM)수면행동장애, 주기적 사지(四肢)운동증 등도 종합적으로 관찰하고, 또 통합 치료하는 전문성을 갖췄다는 얘기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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